슈퍼컴퓨터로 45년만에 은하모양 변화 비밀 풀다

한국천문연구원, 영국-프랑스와 공동…4500개 은하 형성과정 추적 결과

과학입력 :2025/03/31 13:42    수정: 2025/03/31 15:44

우리나라와 영국, 프랑스 연구진이 국내 슈퍼컴퓨터를 이용해 우주 은하의 모양이 변하는 과정 일부를 45년 만에 규명해 화제다.

한국천문연구원(원장 박장현)은 우주진화연구센터 홍성욱 책임연구원과 고등과학원 박창범 교수가 주도하는 국제 공동 연구진이 세계 최대 규모 우주 시뮬레이션인 ‘호라이즌 런 5’(HR5)로 은하단 내 은하의 모양이 변화하는 규칙성의 기원을 밝혀냈다고 31일 밝혔다.

이 메커니즘 규명에는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가 보유한 슈퍼컴퓨터 5호기(누리온)가 이용됐다.

제임스웹 우주망원경(JWST)이 촬영한 은하단 MACS J1423의 사진. 은하단의 중심에는 타원형 은하가 대부분이지만, 바깥쪽으로 갈수록 나선형 은하의 수가 더 많아진다. (출처: NASA, ESA, CSA, STScI)

HR5는 한국천문연구원과 고등과학원, KISTI 등 국내 연구진이 주도하고, 프랑스와 영국 연구진이 공동으로 참여했다. 이 시뮬레이션(모의실험)은 3조 광년 크기의 가상 우주를 구축하고, 약 30만 개의 은하 역사를 추적할 수 있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에서 HR5를 활용해 160개의 은하단 내에 있는 은하 4천5백여 개의 형성 과정을 추적했다.

그 결과, 우주 생성 초기에는 대부분 나선은하만 존재했으나 은하단 중심부에서 은하들이 서로 충돌하면서 나선형에서 타원형으로 변하는 모습을 포착했다.

충돌 초기에는 은하의 모양이 나선형으로 다시 돌아왔지만, 반복적인 충돌과 병합을 거치며 점차 타원형으로 고정됐다. 그 결과 약 60억 년 전 은하단 중심부에는 타원은하의 비율이 높았다.

한편, 타원은하로 변하지 못한 일부 나선은하의 경우, 별이 태어나는 활동이 점차 감소해 렌즈형 은하로 전환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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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문연 홍성욱 책임연구원은 “은하단을 연구하면 최초의 천체가 언제 어떻게 생성되는지, 은하가 어떻게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변화하는지 그리고 우주의 전체 구조를 이해할 수 있다”며 “이번 연구는 은하단 내 은하의 모양에서 규칙성이 관측된 지 45년 만에 그 원인을 밝혀냈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앞으로 은하단뿐만 아니라 우주의 다양한 환경에 존재하는 은하의 형태 규칙성과 그 원인을 연구해나갈 예정이다.

은하단 안의 은하가 시간에 따라 형태가 변화하는 모습. 은하가 은하단 중심부에서 서로 충돌하면서 형태가 나선형에서 타원형으로 바뀌어, 100억 년 전부터는 은하단 중심부에는 타원은하의 수가 더 많아진다. 이후, 남아 있는 나선은하 중 일부가 별이 태어나는 정도가 낮아지면서 렌즈은하로 바뀐다.
우주의 특정 영역을 우주 시뮬레이션 HR 5로 표현한 모습. 좌측부터 각각 암흑물질 질량, 별 질량, 가스 밀도, 가스 온도, 가스에 있는 무거운 원소 비율을 지표로 이용했다. 이 같은 시뮬레이션을 통해 은하의 진화 과정을 확인할 수 있다.(사진=이재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