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불황 무색' K배터리 잔치에서 엿보인 고민

막 내린 '인터배터리 2025'...화두된 中 견제 전략

기자수첩입력 :2025/03/21 09:04

전기차 수요 정체(캐즘)가 지속되고 있지만 다가올 미래 배터리 산업에 대한 기대감은 여전히 뜨겁다. 실례로 최근 성황리에 막을 내린 국내 최대 배터리 전시회인 '인터배터리 2025'에는 전시 참여기업과 관람객들이 문전성시를 이루며 역대 최대 규모로 잔치를 치뤘다. 3일간 방문객이 지난해보다 7천여명이 늘어난 무려 7만7천여명에 달했다.

이처럼 겉으로만 보이는 현상은 업계 실상과는 괴리감이 느껴질 정도다. 우리나라 주요 배터리 기업들은 지난 한 해 동안 실적이 악화되면서 주가도 크게는 반토막이 난 상황이다. 더구나 성장세를 잇는 에너지저장장치(ESS) 시장과 승승장구하는 중국의 리튬인산철(LFP) 배터리 시장에 대응이 늦어지면서 더 어려운 형국를 맞고 있다. 그동안 지난 2~3년간 공격적으로 설립해온 공장들 중 사실상 '개점 휴업' 상태인 곳들도 여럿이다. 

표면적으론 전시 행사는 잔치 분위기였지만, 면면에는 시장 침체로 인한 고민들을 엿볼 수 있었다. 배터리셀사들이 이번 행사에서 공통적으로 강조한 것 중 하나는 '포트폴리오 확장성'이다. 고객사 요구에 맞춤형으로 적기에 대응하려는 전략이지만 하이니켈, 전고체 등 고성능 배터리 제조 기술력을 중점적으로 내세우던 이전과 다소 온도차가 느껴졌다.

인터배터리에서 SK온, 삼성SDI, LG에너지솔루션이 전시한 제품들

LFP나 각형 배터리 등 그동안 우리나라 기업들이 포트폴리오에 비워둔 영역들은 중국 기업들이 사실상 주도권을 잡은 상태다. 최근 업계 상황이 겹쳐져 보였다. 중국 배터리로 몰려가는 완성차 고객사를 붙잡고자 하는 간절함이 반영된 했다. 배터리 제조 비용을 절감할 기술과 원가 절감에 유리한 밸류체인을 홍보하는 모습도 다수 보였다. 맥락은 동일하다. 중국 배터리와의 '가성비' 경쟁에서 격차를 좁히려는 노력이다. 전시 참여 기업 관계자들의 목소리도 마냥 밝지만은 않았다. 제품별 다양한 사업 계획들을 뽐냈지만, 실적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는 두고 봐야 할 문제라며 걱정하는 반응이 주를 이뤘다.

“냉정하게 지난 한해는 우리나라 배터리 업계가 보여줄 성과가 없던 시기”였다는 자조 섞인 평가도 터져나왔다.

관련기사

인터배터리 2025에 전시된 에코프로, 포스코 측 밸류체인 소개

올해 인터배터리 행사의 역대 최대 흥행에는 중국 기업들의 기여도 컸다. 참여 기업은 79곳으로 역대 최대치를 경신한 데다 중국 최대 전기차 기업 BYD의 배터리 자회사 핀드림스, 현지 주요 배터리 기업인 EVE에너지도 참여했다. 전시 내용 자체는 평이했지만 글로벌 위상을 증명하듯, 부스 관심이 뜨거웠다. 배터리 열기를 중국이 일부 채운 셈이다. 부스 규모는 작지만 중국 배터리 장비 기업들이 줄지어 참여한 모습도 의미가 크게 느껴졌다. 우리나라 배터리 생태계에서 입지가 확대될 가능성이 상당해 보였다.

업계는 시장이 어려운 지금이야말로 미래 먹거리를 위한 투자가 중요한 시점이라고 입을 모은다. 위기를 잘 버티고, 몇 년 뒤 전기차가 대중의 선택을 받게 되면 폭발적인 성장을 기대할 수 있다는 이유다. 이같은 기대는 전기차는 '가야할 정해진 미래'라는 확신에 기인한다. 이번 행사에선 곳곳에서 그런 희망을 살펴볼 수 있었다. 무탈하게 실행해나가는 것이 관건이다. 이를 위해 국제 통상 리스크 대응, 적자 상황에서도 받을 수 있는 정부 지원 등 업계가 호소하는 문제들이 잘 해결돼 글로벌 경쟁에서 더 불리해지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