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벤처 기업들이 인공지능 전환(AX)을 통해 실질적인 효용을 창출하도록 지원합니다. 오늘 이 자리에서 인공지능(AI)이 산업별로 어떻게 활용되고 있는지와 변화·혁신을 추진하는 방법을 공유함으로써 여러분의 비즈니스 전략 수립에 실질적인 도움을 주기를 기대합니다."
이주완 AX브릿지위원회 위원장 겸 메가존클라우드 의장은 11일 서울 강남 구글 스타트업 캠퍼스에서 열린 '2025 AI 혁신 세미나' 개회사에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AI를 활용한 실질적인 비즈니스 성과의 창출을 강조하며 벤처기업들이 AI 혁신을 실행할 방안을 설명했다.
'2025 AI 혁신 세미나'는 AX브릿지위원회가 주최한 행사로, AI 도입을 고민하는 벤처기업들이 실질적인 해결책을 찾을 수 있도록 돕는 데 초점을 맞췄다. 지난해 7월 출범한 이 위원회는 스타트업들의 AI 인식 수준과 정책적 요구 사항을 분석해 정부·언론·업계에 전달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이주완 메가존클라우드 의장을 위원장으로 김동환 포티투마루 대표, 김태수 모비젠 대표, 이세영 뤼튼 테크놀로지스 대표 등 업계 주요 인사들로 구성됐다.

"AI 에이전트 시대 온다"…CES·MWC서 본 글로벌 AI 트렌드는
이날 첫번째 발제를 맡은 김동환 포티투마루 대표는 지난 2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개최된 CES 2025와 최근 열린 MWC25를 통해 본 글로벌 AI 동향을 발표했다. 그는 AI의 발전 속도가 급격히 빨라지고 있으며 AI가 산업 곳곳에 융합되는 시대가 도래했다고 밝혔다.
이 흐름의 중심에는 거대언어모델(LLM)이 있다. 김 대표는 '챗GPT', 구글 '제미나이'가 '소라'나 '아스트라' 등 텍스트뿐 아니라 영상·음악까지 생성하는 멀티모달 수준으로 발전했다고 설명했다. 동시에 국내에서는 네이버의 '하이퍼클로바X', LG의 '엑사원' 등이 주요 LLM 모델로 자리 잡고 있다.
김 대표는 "다만 LLM 모델은 높은 비용이 문제로 지적된다"며 "오픈AI는 지난해에만 100조원가량을 소모하고 추가 투자 유치를 위해 움직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기업들은 보다 경량화된 소형 언어 모델(SLM)에 주목하고 있다. 메타의 '라마', 앤트로픽의 '클로드', 딥시크 등의 스타트업들이 도메인 특화된 SLM을 개발하고 있으며 이는 특정 산업에서 버티컬한 활용이 가능하도록 설계되고 있다.

김 대표는 올해의 가장 큰 AI 트렌드는 'AI 에이전트'로 정리된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현재 마이크로소프트 '코파일럿', 구글 '자비스', 오픈AI '오퍼레이터' 등 스스로 판단하고 행동하는 AI 에이전트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세일즈포스도 AI 기반 업무 자동화 솔루션인 '에이전트포스'를 공개하며 기업용 AI 시장을 확장하고 있다.
'AI 에이전트는 단순한 명령 수행을 넘어 스스로 의사결정하고 실행하는 단계로 진화하고 있다. 일례로 인터넷에서 최적의 항공권을 찾아 자동으로 예매하고 일정이 변경되면 유동적으로 재조정하는 방식이다. 미국에서는 기업 업무의 상당 부분이 AI 에이전트에 의해 대체되며 데이터 분석·보고서 작성·의사결정까지 자동화되는 사례가 늘고 있다.
AI의 장기적 발전 방향은 '피지컬 AI'로의 확장이다. AI가 로봇·웨어러블 디바이스 등과 결합해 물리적 환경에서도 자율적으로 작동하는 형태로 진화할 가능성이 높다. CES 2025에서도 AI, 로봇, 디지털 헬스케어, 라이프스타일 테크 등이 핵심 기술로 주목받았으며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AI 기반 로봇 개발 플랫폼을 제시하며 AI와 하드웨어의 융합 가능성을 강조한 바 있다.
MWC 2025에서는 AI, 중국의 약진, 6G 기술이 주요 이슈로 떠올랐다. 특히 AI 에이전트 기술이 온디바이스 환경에서 활용될 가능성이 커지며 차세대 무선 네트워크 기술과 결합해 보다 빠르고 유연한 AI 서비스가 구현될 것으로 전망된다.
김동환 포티투마루 대표는 "에이전트는 단순한 보조 역할을 넘어 독립적인 의사결정과 행동을 수행하는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다"며 "기업들은 이를 활용해 보다 효율적이고 자동화된 비즈니스 프로세스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미·EU AI 규제 변화 속도 붙는다…韓 산업 과제는
이어서 발제한 임정근 BHSN 대표는 글로벌 AI 정책과 시장 동향을 발표하며 미국, 유럽연합(EU), 국내 AI 규제의 방향을 설명했다. 현재 미국은 AI 패권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규제 철폐와 대규모 인프라 투자를 추진하고 있으며 EU는 AI 위험 수준에 따라 차등 규제를 적용하는 방식으로 접근하고 있다. 한국은 두 체제의 절충안을 택했지만 세부적인 실행 방안이 필요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임 대표에 따르면 미국은 AI 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규제 완화를 추진 중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출범 직후 '미국의 AI 리더십 장벽 제거' 정책을 발표하고 국가 차원의 AI 개발을 지원하는 방안을 마련했다. 여기에 '국가 에너지 비상사태'를 선언하며 AI 개발에 필요한 전력 공급 확대를 지시했다. 이를 통해 신재생에너지보다 안정적인 전력원을 우선 확보하고 데이터센터 건설을 적극 지원하고 있다.
이는 바이든 행정부의 방향성을 완전히 탈피한 전면적인 규제 완화 기조다. 트럼프 대통령은 기존의 사회적 제약을 철폐하고 연방 기관이 180일 내 새로운 AI 실행 계획을 수립하도록 지시했다.
또 미국 기업들이 주도하는 5천억 달러(730조원) 규모의 '스타게이트 프로젝트'를 지지함으로써 본토 내에 대규모 데이터센터를 구축할 방침이다. AI 인프라 확대를 위해 오픈AI, 마이크로소프트, 오라클 등의 민간 기업뿐 아니라 일본 소프트뱅크, 아랍에미리트(UAE) 투자 펀드 등 해외 자본도 적극 유치하고 있다.

EU는 미국과 달리 AI 규제 체계를 구축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EU AI법(AI Act)'을 통해 AI 시스템을 네 가지 위험군으로 분류하고 이에 따라 규제를 적용하는 방식을 도입했다. AI가 사회에 미칠 영향을 고려해 ▲수용 불가 위험(소셜 크레딧, 차별적 분류) ▲고위험군(생체 인식 등) ▲제한된 위험(챗봇, 딥페이크) ▲최소 위험으로 나누어 각각 다른 수준의 제재를 가하고 있다. 이는 AI 기술이 발전하는 속도를 감안해 위험 요소를 미리 차단하려는 조치로 해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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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 대표는 지난해 국내에서 통과된 AI 기본법이 미국과 EU의 절충안을 선택했다고 설명했다. 고위험 대신 '고영향 AI'를 규정해 투명성과 안전성을 강화하는 등의 법적 뼈대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다만 구체적인 규제 기준이 모호하고 AI 산업 발전을 저해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임정근 BHSN 대표는 "미국과 EU는 AI 산업 발전을 위해 정반대의 접근법을 택했지만 결국 AI의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하려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며 "우리도 AI 산업을 성장시키면서도 규제 균형을 맞출 수 있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