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픈AI가 '지적 자유'를 핵심 원칙으로 인공지능(AI) 모델 훈련 정책을 변경한다. 보다 개방적인 방식으로 질문에 답하고 다양한 관점을 제공하며 기존에 다루지 않았던 논란의 여지가 있는 주제에 대해서도 대응할 방침이다.
17일 테크크런치 등 외신에 따르면 오픈AI는 새로운 모델 사양(Model Spec)을 공개했다.
모델사양은 AI를 훈련시키는 과정에서 행동 지침과 설계 원칙을 담은 문서다. 어떤 방식으로 응답하고 무슨 기준을 가지고 판단해야 하는지 등을 규정해 AI가 답변이나 데이터를 생성하는 등 업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정확성을 높이고 합성된 허위데이터로 인한 환각 현상 등을 제거해 제어력을 향상시키는 것을 목표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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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오픈AI가 공개한 최신 모델 사양은 187페이지 분량으로 AI 모델이 거짓을 말하지 않고 중요한 맥락을 생략하지 않으며 중립적 태도를 유지해야 한다는 원칙을 중심으로 구성됐다.
기존에는 민감한 사안에 대해 답변을 거부하거나 어느 한쪽 입장에 기울어질 경우 정책 위반 경고를 띄워 사용자를 제지했지만, 이제는 '지적 자유(intellectual freedom)'를 보장한다는 대원칙 하에 더욱 폭넓은 영역에서 답변을 허용하는 방향으로 선회한다는 것이다.
이번에 공개된 모델 스펙에 따르면 오픈AI는 '거짓말 금지'와 '함께 진실을 탐색한다'는 새로운 슬로건을 강조한다. 사용자의 질문에 대해 맥락과 사실 관계를 충분히 전하며 특정 진영의 주장을 배제하기보다는 다양한 관점을 함께 제시함으로써 중립성을 지키겠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예를 들어 사회 운동 관련 질문이 들어올 경우 '인류에 대한 포괄적 존중'을 전제하면서 양측의 시각을 동시에 보여주는 식으로 답변을 유도한다고 한다. 논쟁이 뜨거운 주제에 대한 언급이라 할지라도, 가능한 한 답변을 거부하지 않고 다양한 시각과 사실적 근거를 함께 제시하겠다는 것이다.
오픈AI는 여전히 허위 정보를 조장하거나 증오·폭력을 선동하는 발언 등 '명백히 해롭고 악의적인' 요청은 제한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다만 사용자의 체감상 느끼는 '검열' 수준은 대폭 낮추겠다는 게 핵심이다.
실제로 챗GPT가 사용자의 정책 위반 여부를 지적하는 경고 문구를 일단 제거해 답변 과정에서 사용자와의 충돌을 완화하는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
업계에서는 오픈AI의 이런 노선 변경이 새로운 정치 환경과도 연관이 있을 수 있다는 추측을 내놓는다.
일부 전문가는 재집권한 트럼프 행정부가 기술 기업 중 특히 빅테크가 제공하는 서비스가 '정치적 중립'을 유지하고 있는지 예의주시해 왔다는 점을 들어, 오픈AI가 선제적으로 '지적 자유'를 표방하며 보수 진영을 비롯한 다양한 계층의 신뢰를 얻으려는 포석으로 해석 중이다.
다만 오픈AI 대변인은 "특정 정부나 정치 세력을 의식해 정책을 바꾼 것은 아니다"며 "사용자가 다양한 정보를 접하고 스스로 판단하도록 돕는 것은 오픈AI의 오랜 신념"이라고 일축했다.
이러한 변화는 AI 업계 전반에서도 큰 흐름으로 자리 잡을 조짐이다. 기존에는 선거 관련 정보 제공이나 민감한 정치·사회 이슈에 대해 AI가 답변하는 것을 위험하다고 보고 일괄 차단하는 방식이 주류였다면, 이제는 발전된 AI 모델의 기술력과 정책적 안전장치를 기반으로 한층 개방적으로 답변을 허용하려는 분위기가 확산되는 것이다. xAI나 메타 등 다른 기업들도 표현의 자유를 최대한 보장하겠다고 표명하고 나섰다.
또 다른 맥락에서 오픈AI의 이번 정책 변화는 자사의 차세대 대규모 데이터센터 건설 프로젝트인 '스타게이트'와 함께 언급되기도 한다. 대규모 인프라 투자에서 정부 규제는 상당한 변수로 작용하므로, 특히 미국 정부와의 원활한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해석이다.
오픈AI는 신규 모델 사양을 오픈소스 라이선스 정책에 따라 퍼블릭 도메인으로 공개한다고 밝혔다. 퍼블릭 도메인은 저작권의 보호를 받지 않아 누구나 자유롭게 다운로드, 복제, 수정, 배포할 수 있으며 상업적 용도로도 사용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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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AI 측은 "우리의 목표는 유용하고 안전하며 사용자와 개발자의 요구 사항에 맞는 모델을 만드는 동시에 인공일반지능(AGI)이 모든 인류에게 이롭다는 사명을 발전시키는 것"이라며 "이 목표를 달성하려면 개발자와 사용자에게 권한을 부여하는 모델을 반복적으로 배포해야 하며 모델이 사용자나 다른 사람에게 심각한 해를 끼치지 않도록 방지하고 오픈AI의 운영 라이선스를 유지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번 업데이트는 임의의 제한 없이 AI를 탐색하고, 토론하고, 창조할 수 있는 사용자 정의, 투명성 및 지적 자유에 대한 우리의 헌신을 강화하는 동시에 실제 피해의 위험을 줄이기 위한 가드레일을 유지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