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택우 제43대 대한의사협회 신임 회장이 정부의 이른바 ‘조건 없는 협의’에 부정적 인식을 드러냈다. 정부 내부의 메시지 혼선을 고려하면 현 상태에서의 의정 협의는 의료정상화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본 것이다.
김 회장은 16일 오후 서울 이촌 의협회관에서 취임 후 언론과의 첫 간담회에서 “(의협이) 이전에도 요구한 것은 (의대 정원 증원) 숫자에 대한 부분이 아니었지만, 어느 순간부터 숫자만 논의되고 있다”라며 “근본적인 원인은 전공의가 기피과에 지원하지 않은 상황인데, 숫자놀음에 매몰돼 있다”라고 진단했다.
앞서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은 지난 10일 “2026학년도 의과대학 정원 확대 규모 제로베이스에서 유연하게 협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자리에서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현재 특정한 숫자를 염두에 두고 협의할 계획은 없다”라고 부연했다.
하지만 14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조규홍 장관은 “의대 정원 원점 재검토 계획에 따라 의협과 얘기하겠다”라고 발언했다. 이후 복지부는 설명자료를 통해 “2026년 의대 정원 확대 규모에 대해 숫자에 구애받지 않고, 의료계와 유연하게 협의해 나가겠다는 취지였다”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김택우 회장은 “정책 당국자조차 혼선이 많은 상황에서 의협이 어떤 스탠스를 취해야 하느냐”며 “(사태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라고 일축했다. 정부의 ‘조건 없는 대화’ 참여를 일축한 셈이다.
“전공의 특혜? 우리가 요구했나”
복지부는 수련 재개를 원하는 사직 전공의 복귀를 유도한다는 이유에서 올해 1월~2월 전공의 모집계획에 수련 및 입영 특례 방안을 적용하기로 했다.
현행 전공의 임용시험 관련 규정은 사직 후 1년 내 복귀를 제한하고 있다. 하지만 이번 특례에 따라 사직 전에 수련한 병원 및 전문과목으로 복귀하여 수련을 재개할 시 수련 특례 조치를 통해 이러한 규정이 미적용된다.
또 사직 의무사관후보생이 수련에 복귀해 수련을 재개할 시 수련을 마친 이후 의무장교 등으로 입영할 수 있게 된다. 의무사관후보생이 수련기관에서 퇴직하면 병역법에 따라 원칙적으로 입영해야 한다.
이주호 부총리는 이러한 전공의 수련 및 입영 특례에 대해 “대승적 결단”이라며 의정 간 신뢰 회복 차원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지나친 특혜가 아니냐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김택우 회장은 “요구하지 않은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그는 “특례는 문제의 본질에서 벗어난 임시 방편적 대안으로 제시된 것”이라며 “마치 특혜를 주는데도 전공의가 복귀하지 않는다는 식의 본질에서 벗어난 논란도 나오고 있다”라고 답답해했다. 이어 “(특례는) 우리가 요구하지 않은 것”이라며 별도의 입장 표명이 불가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김 회장은 의대 교육 정상화가 가장 중요하며, 이를 위한 정부의 마스터 플랜을 요구하고 있다. 그는 “현 사태를 일으킨 정부가 정책 대안과 해결책을 내놓아야 한다”라며 “의협 요구의 핵심은 과연 어떻게 의대 교육이 가능하냐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의개특위 논의 중단돼야”
김택우 회장은 취임 일성에서 “의정 회의체에서 탈퇴하는 것으로 반대 의견만을 표출하던 과거와 달리하겠다”라고 밝힌 바 있다. 이 때문에 의협의 대정부 협상 방식의 변화에 대해 관심이 높다.
김 회장은 “앞서 의협의 막말에 대해 송구하다”라며 “(국민과의) 소통이 자연스럽지 않아 오해도 많아 신뢰 회복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과거 협의 방식은 성과를 이루기에 한계가 있었기 때문에 여러 수단을 통한 의협의 의제 주도 노력이 필요하다”라고 설명했다.
대통령 직속 의료개혁특별위원회의 의료 주요 사안에 대해서는 논의 중단을 촉구했다.
그는 “의개특위와 같은 위원회가 불쑥불쑥 만들어지는 것은 적절치 않고, 상설기구를 통한 심도 있는 논의 체계가 필요하다”라며 “현재 (의개특위는) 일방적인 형태로 일방적 결론이 나오는 구조로, 의협의 참여가 올바르지 않다”라고 일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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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당장 의개특위 논의는 중단하고 중장기적 계획이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한편, 의개특위 주도의 실손의료보험 개선안 마련과 관련해 김성근 의협 대변인은 “사적 보험에 대해 국가가 강제로 보험계약을 해지시키고 다른 보험으로 갈아타게 한다는 발상이 문제”라며 “건강보험 급여와 비급여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서는 실손보험 문제 해결은 요원하다”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