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시장 한파를 맞은 배터리 업계가 잇달아 비상 경영 체제에 돌입하고 있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 20일 구성원에게 이창실 최고재무책임자(CFO)와 김기수 최고인사책임자(CHO) 명의의 메시지를 보내 "선제적 대응을 위한 전사 차원의 위기 경영을 도입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메시지에서 "올해는 지난 10년 중 처음으로 매출 역성장이 예상되고 내년에도 매출과 가동률 개선폭은 제한적일 것으로 전망한다"며 "투자비 증가로 인한 부담도 높아 당분간 의미 있는 수익 창출에는 많은 어려움이 예상된다"고 진단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위기 극복을 위한 여러 활동을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투자·비용 구조에 대한 근본적인 재검토, 전기차와 에너지저장장치(ESS) 등 각 사업 부문의 추가 수주를 통한 매출 확대, 46시리즈와 리튬인산철(LFP), 각형 등 새 폼팩터 채용을 통한 사업 경쟁력 강화, 글로벌 생산공장 호환성 강화와 매각을 통한 자산 효율화 등이 대표적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이 같은 활동에도 의미 있는 수익 창출이 어려운 내년의 경우 특히 업무 효율성을 대폭 강화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며 "여러 비용 항목에 걸쳐 단기적 비용 절감 활동도 반드시 수반돼야 하는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위기 경영 체제 돌입에 따른 구체적인 방안은 밝히지 않았으나, 내부적으로 임원들은 해외 출장 시 8시간 미만 거리는 이코노미석 탑승을 의무화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출장비 절감을 위해 화상회의를 활성화하고 출장 규모도 최소화한다.
일부 신사업과 신기술 분야를 제외하고는 당분간 신규 증원보다는 내부 인력의 재배치 등을 통해 조직 구조를 최대한 효율화한다는 계획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최근 전기차·에너지저장장치(ESS) 신규 수주를 잇따라 발표했지만, 대부분 2026년 이후부터 공급이 이뤄져 내년까지 실적 전망이 어둡다. 다른 기업도 사정은 비슷하다.
지난 7월 SK온은 비상경영을 선언하고 흑자 달성 때까지 모든 임원 연봉을 동결하고, 일부 C레벨 보직을 폐지했다. 임원 해외 출장 시 이코노미석 탑승을 의무화하고, 2021년 출범 이래 첫 희망퇴직도 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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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SDI는 구체적인 비상경영 체제 선언은 없었지만, 위기 대응 차원에서 임원 주 6일 근무제를 시행하고 있다. 내부적으로도 각종 비용을 절감하며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전기차 캐즘 장기화로 실적이 좋지 않자 배터리 업계가 다들 비용 감축에 나서고 있다"며 "내년까지는 실적 개선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