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을 외워보자~ 내려와라 윤석열~"
윤석열 대통령의 두 번째 탄핵소추안 표결을 하루 앞둔 13일 오후 8시. 체감온도가 마이너스 2도까지 떨어지는 날씨에도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근처에 주최 측 예상 10만명이 넘는 시민들이 모였다.
이들은 모두 저마다의 응원봉, LED 촛불 등을 들고 '윤석열 즉각 탄핵·구속 촉구 촛불문화제'에 참여해 탄핵을 외쳤다. 집회에는 탄핵 캐롤로 잘 알려진 '탄핵이 답이다'가 울러 퍼졌고, 시민발언 등이 이어졌다.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도 무대에 올라 "윤석열 일당에게 대한민국이 접수된다면 SNS에 올린 글 때문에 영장도 없이 끌려가서 군사 법원에서 처형을 당할 수도 있다"며 "계엄 해제를 할 수 있도록 도운 시민 여러분께 감사하다. 반드시 탄핵을 가결시키고 다시 실수 없도록 이 나라를 개혁해 가자"고 외쳤다.
집회 중간중간에 '시민 발언' 시간도 마련됐다. 수원에서 온 20대 여성은 "한 사람의 그릇된 행동으로 일상 생활을 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들어 울화가 치밀었다"며 "나라를 위해 당장이라도 발로 뛰어야 한다는 생각에 집회에 참여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1980년 비상계엄이 전국으로 확산됐을 때 목숨 걸고 민주주의를 외쳐주신 기성세대께 감사하며, 이제 우리가 당신들을 지켜줘야겠다고 생각했다"며 "끔찍했던 과거를 되풀이할 수 없고 안 할 것이다. 시간이 얼마나 걸리든 자리를 지키겠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20대 여성도 무대에 올라 "우리가 눈떠있는 한 불법 계엄은 없을 것"이라며 "여기 모인 우리가 나라 지키는 대장부이다. 대한민국 여성의 정의로움을 뽐내주셔서 감사하다"고 말했다. 이 여성은 파묘 포스터를 들고 "윤건희의 비리와 부정과 모든 것이 파묘될 것"이라며 "파묘를 외쳐달라"고 하기도 했다.
시민 발언 이후 손명수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이 노래가 이어졌다. 손 의원은 노래를 부른 후 '민주주의 만세' 삼창을 했다.
밤 10시께부터 이승환 밴드가 '탄핵 콘서트'를 시작했다. 이승환씨는 며칠 전 자신의 SNS에 여의도 윤석열 탄핵 집회에 출동할 것이라는 예고를 한 바 있다. 이씨는 '세상에 뿌려진 사랑만큼'을 첫 곡으로 골랐다. 그 다음으로는 '사랑하나요', '덩크슛'을 차례로 불렀다.
세 곡을 부른 후 그는 자신을 "탄핵 집회 전문가수"라고 소개하며 "2015년 박근혜 전 대통령 퇴진 집회, 2019년 검찰개혁 조국수호 집회 이후 다시는 이런 집회 무대에 안 설 줄 알았는데, 또다시 노구를 이끌고 오게 돼 심히 유감이다. 그럼에도 이 자리에 서게 된 건 제 나이쯤 되는 사람의 정신이 제대로 박혀있다면 무엇이 되는 것보다 어떻게 사느냐가 더 중요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 더 이상 집회 무대에 영원히 서지 않아도 되는 세상, 피 같은 돈을 더 기부하지 않아도 되는 세상, 그런 나라가 빨리 왔으면 좋겠다"고 언급했다. 앞서 이씨는 촛불행동에 1천213만원을 기부한 바 있다.
이씨는 국민의힘 의원들에게 "당리당략에 따르지 마시고 사리사욕을 채워달라. 이번에는 1년 지나도 안 잊는다"며 "탄핵 트라우마를 얘기하고 있던데, 몇천만의 국민들은 계엄 트라우마가 생겼다. 이건 평생 간다. 내일 찬성표를 던져주시고, 나와주셔서 국민들이 알 수 있게 코를 만져달라"고도 말했다.
집회에 참여한 한 40대 직장인은 "집회가 어떻게 진행되는지 궁금해서 왔다"며 "많은 시민들이 왔지만 질서 정연하게 진행 돼 놀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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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직장인은 "시민들이 용기를 내 발언하는 모습이 인상깊었다"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존중하고 배척하지 않는 것 같아 진정한 민주주의를 느낄 수 있었다"고 밝혔다.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두 번째 탄핵소추안 재표결은 14일 오후 4시 국회 본회의에서 진행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