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마이크로칩테크놀로지가 미국 정부로부터 반도체 보조금을 받지 않기로 했다. 이는 미국 반도체지원법(Chips Acts·칩스법) 프로그램에서 처음으로 중단한 사례다.
블룸버그통신은 3일(현지시간) "마이크로칩이 반도체 보조금 수령 절차를 일시 중단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당초 마이크로칩은 미국 오리건과 콜로라도 공장 건설을 위해 미국 정부로부터 1억6천200만 달러(2천280억원)의 보조금을 받을 예정이었다. 이후 마이크로칩은 경영 악화로 인해 애리조나주 펨피 공장을 지난 2일부터 폐쇄하기로 결정했으며, 이에 따라 직원 500명이 일자리를 잃게됐다. 또 오리곤 시설에서 두 번이나 근로자 강제 휴직을 단행한 바 있다.
스티브 상히 마이크로칩 최고경영자(CEO)는 3일 UBS 컨퍼런스에서 "미국 정부와 반도체 보조금을 받기 위한 협상을 일단 보류했다"며 "정부가 투자 비용의 15%를 지원하지만, 나머지 85%를 부담해야 하는 상황에서 굳이 1억 달러를 투자할 이유가 없다"고 밝혔다.
이어서 그는 "이 보조금 예비계약은 거의 1년전에 체결했는데, 그 당시 업계에서는 반도체 팹 용량이 충분하지 못해 투자가 필수적이라고 생각했다"라며 "하지만 오늘날 반도체 용량이 너무 많다"고 지적했다.
마이크로칩은 심각한 매출 부진을 겪고 있다. 올해 연간 매출이 전년 보다 40% 감소할 전망이며, 주가는 올해 27% 하락하며 필라델피아 증권거래소 반도체 지수에서 최악의 성과를 거둔 기업 중 하나로 꼽혔다.
미국 상무부가 마이크로칩에 배정됐던 보조금을 재분배할지 여부가 불투명하다. 미국 상무부 대변인은 성명을 통해 "마이크로칩과 반도체법에 대해 소통하고 있으며, 장기 계획에 대해서도 생산적인 대화를 이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 정부가 2022년에 만든 반도체법은 자국 내 반도체 투자를 장려하기 위해 생산 보조금(390억 달러)과 연구개발(R&D) 지원금(132억 달러) 등 5년간 총 527억달러(75조5000억원)를 지원하는 내용이다. 이를 통해 미국은 2030년까지 전 세계 최첨단 반도체 생산량의 20% 차지를 목표로 한다.
지금까지 미국 상무부는 총 20개 기업과 예비양해각서(PMT)를 체결했으며, 대만 TSMC, 인텔 등 총 6개 기업과 최종 계약을 체결했다. 인텔은 반도체 예비양해각서 체결 금액 보다 보조금 액수가 줄었다. 당초 85억 달러(11조9천억원) 보조금을 받기로 했으나, 지난 25일 최종적으로 6억4천만 달러가 줄어든 78억6천만 달러(11조원)를 받기로 결정됐다. TSMC는 약속대로 66억 달러(9조원)를 받기로 최종 체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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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보조금 규모도 주목된다.
삼성전자는 반도체 보조금 64억 달러(약 8조8천505억원), SK하이닉스는 보조금 4억5천만 달러(약 6천200억원)와 5억 달러의 대출, 최대 25% 세제혜택 지원이 예비 협상을 통해 결정됐지만, 현재 최종 계약을 기다리고 있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