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타, WRC서 '단 3점 차'로 역전 드라마 썼다…제조사 부문 우승

[토요타(일본)=김재성 기자] '561점 vs 558점' 세계 3대 모터스포츠 대회 월드랠리챔피언십(WRC)의 제조사 부문 우승을 가른 것은 단 '3점'이었다. 지난 21일 아이치현 일대에서 진행된 WRC 2024시즌 마지막 13라운드인 '랠리 재팬'이 개최될 당시에는 현대차가 15점 앞서 통합 우승을 앞두기도 했다.

21번의 스페셜스테이지(SS) 주행에서도 현대 모터스포츠와 토요타 가주레이싱은 상위권을 엎치락뒤치락하며 승패를 좌우할 수 없었다.

하지만 보너스 라운드가 진행되는 24일 오전 7시 SS17에서 오트 타낙 선수의 차량이 코스 밖으로 이탈하면서 리타이어(차량 사고 등 주행을 이어가지 못해 포기한 상황)하게 됐다. 이준형 스포티비 WRC 해설위원은 "타낙의 리타이어로 현대차의 제조사 부문 우승에 큰 변수가 생긴 것"이라고 설명했다.

토요타 스타디움에서 진행된 랠리재팬 SS 경기 (사진=토요타 공동취재단)

제조사 부문은 토요타가 우승했지만, 드라이버 부문은 현대차가 가져가게 됐다. 현대 모터스포츠 티에리 누빌 선수가 2014년 입단 이후 첫 드라이버 우승이다. 현대차가 드라이버 부문을 우승한 것도 WRC 진출 역사상 처음이다.

토요타는 제조사 부문을 얻어내면서 본고장인 아이치현에서 자존심을 지키게 됐다. 이번 우승으로 토요타는 제조사 부문 4연패를 기록했다. 특히 토요타 가주레이싱에는 아이치현 출신 카츠타 타카모토 선수가 달리면서 의미를 더했다.

통상 WRC의 마지막 라운드는 통합 우승이 확정된 상태로 진행돼 왔다. 하지만 올해 시즌에서는 마지막 주행까지도 제조사 부문 우승을 예측할 수 없어 더욱 치열한 경합이 펼쳐졌다. 특히 WRC는 랠리의 마지막 날 보너스 점수를 추가로 획득할 수 있는 슈퍼 선데이도 진행해 예측을 더욱 어렵게 했다.

승부를 결정지은 것은 유럽 랠리 코스와 다른 나고야 랠리 코스였다. WRC는 유럽 출신 선수들이 주를 이뤄 유럽 도로에는 익숙하지만 일본 도로에는 낯설어 실수를 보였다. 올해 우승을 향해 달리던 오트 타낙 선수가 나고야 도로의 악명 높은 곡선에 결국 차량이 전복됐다.

토요다 아키오 토요타 회장은 "나는 결코 동요하지 않는데, 이런 나도 말이 안 나올 정도"라며 "아마 이번 일로 정말 많은 분이 랠리가 재미있다고 말씀하실 것 같다. 그럼에도 역시 승리한 그들이야말로 주인공이고 그들은 우리에게 감동의 스토리를 만들어줬다"고 제조사 부문 우승 소감을 전했다.

이날 토요다 아키오 토요타 회장과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의 3번째 만남이 이뤄지기도 했다. 아키오 회장은 "지속적으로 이렇게 교류하고 활발하게 서로 오가는 것이 양국에 있어서 자동차 업계에 있어서 그리고 양 회사에 굉장히 좋은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