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적극 나서는 배터리 교환 사업, 韓 시큰둥한 이유

니오·CATL, 배터리 탈부착 시장 적극 공략…현대차, 상용차만 실증

카테크입력 :2024/10/09 08:59    수정: 2024/10/09 09:14

전기차 배터리 교환 사업을 두고 한국과 중국 시장의 온도차가 극명하다. 중국 전기차 업체 니오와 중국 최대 배터리 업체 CATL은 전기차 배터리 교환 사업에 공격적으로 드라이브를 걸고 있지만, 국내 완성차 업체 현대자동차와 배터리 업계는 다소 회의적인 행보다.

9일 업계 등에 따르면 니오는 아랍에미리트(UAE)에 전기차 배터리 교환소를 구축할 계획이다. 중동 지역 시장 확대를 위해 현지 투자사와 합작법인도 설립했다.  

전기차 배터리 교환소 (사진=니오)

니오는 내년까지 전 세계에 총 4천개 배터리 교환소를 설치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 중 1천개는 중국 외 지역을 목표로 한다.

니오는 올해 말까지 중국 외 국가에서 약 80개 배터리 교환소를 구축하는 것을 목표로 했다. 하지만 지난 7월 기준 운영하는 배터리 교환소는 총 51개로 연내 목표 달성 가능성이 낮다고 업계는 관측한다.

니오는 지난 2022년부터 배터리 교환 사업을 의욕적으로 추진해 왔다. 2년 만에 약 2천400개 배터리 교환소를 만들었다.

배터리 제조업체 CATL도 배터리 교환 사업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2025년 500개, 2026년 1천500개 등으로 순차 증설해 오는 2030년 총 1만개 교환소를 만들겠다는 공격적인 계획을 올해 발표했다. 

■ 배터리 교환 장점과 한계…"가격 싸고 충전시간 단축되나, 표준화 어려워"

교체형 배터리 서비스는 그동안 전기차 진입장벽으로 꼽히던 충전 시간을 대폭 단축하는 것이 큰 장점이다. 또 원가 40% 이상을 차지하는 배터리를 제외하기 때문에 저렴하게 전기차를 구입할 수 있고, 7~10년 정도인 배터리 수명 걱정을 없앨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배터리를 교환 서비스 기업이 관리하기 때문에 회수와 재활용도 용이하다. 교환소에서 배터리 충전을 일괄 관리해 전력부하 관리도 편하다는 장점도 있다. 

EVOGO 배터리 교환소 (사진=CATL)

하지만 배터리 교환·구독 서비스에 대한 소비자 수용성이 낮은데다, 규격이 표준화되지 않아 다른 제조사 전기차 간에 배터리 교환소 교차 이용이 어렵기 때문에 한계가 있다는 평가도 있다.

이 밖에도 ▲대량의 배터리 필요 ▲배터리 교환 반복하는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안전성 문제 ▲유선충전소 보다 비싼 교환소 건설 및 유지비용 ▲배터리 표준화 등의 문제를 안고 있다. 

■ 중국은 왜 배터리 교환에 꽂혔나..."규모의 경제 가능해"

이러한 단점에도 불구하고 중국 업체들이 배터리 교환 사업에 꽤나 열의를 보이는 이유는 중국 전기차 시장은 '규모의 경제'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기준 세계 전기차 시장(판매량 기준)에서 중국 업체 비중은 52%에 달한다. 중국은 세계 최대 전기차 시장 자리를 유지하고 있다.

전기차 시장 점유율 (사진=카운터포인트리서치)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부 교수는 "중국이 배터리 교환 사업을 해외로 크게 확장하지 못하는 이유가 시장이 작기 때문"이라며 "배터리 교환소 한곳에 100~200개 배터리를 구비하고 전국에 인프라를 구축해야 하는데, 그러려면 한 국가에서 배터리 교환이 가능한 전기차가 최소 수천대에서 수만대는 판매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향후 전기차 가격이 내연차 가격과 비슷해지면 굳이 배터리를 뺀 전기차를 만들 이유가 없다"며 "여러가지 문제가 있다보니 이론적으로는 20~30년전부터 나온 얘기지만, 실제로 시행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덧붙였다. 

■ 현대차 상용차 한정 '배터리 탈부착 전기차' 시도

하지만 상용차의 경우 배터리 교환소의 효용이 일부 인정된다. 현대차가 규제샌드박스를 통해서 탈부착 가능한 배터리 차량 제작에 나선 것도 택시를 대상으로 하고 있다.

충전에 시간이 오래 걸리는(급속 20~40분, 완속 4~7시간) 전기차 단점을 보완해 충전스테이션에서 충전된 배터리를 교환(5분 이내)해주는 서비스를 위해 배터리가 탈부착 되는 전기차 제작을 진행하고 있다.

현대차는 연내 실제 장거리 운행이 많은 택시 등 사업자를 대상으로 충전 스테이션을 이용한 교환식 충전 서비스를 실증하기 위한 계획을 구체화해 추가 규제특례를 추진할 예정이다. 

기아, 택시 전용 PBV 모델 ‘니로플러스’ (사진=기아)

다만 배터리 교환식 전기차는 현대차가 중점있게 추진하는 사업은 아니라는 분석이다.

앞서 한 이차전지 관련 행사에서 현대차 관계자는 "배터리 교체식은 자동차 대수보다 훨씬 더 많은 배터리를 필요로 하며, 교체 스테이션도 충전소보다 훨씬 더 비싸다"며 "차종별로 플랫폼이나 사이즈가 규격화되기 어렵기 때문에 여러 기술검증(PoC)들이 있었지만 성공한 사례는 보지 못했으며, 니오의 사례도 조금 더 지켜봐야 한다"고 한계점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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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서현 한국자동차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일반 소비자는 충전시간 단축이 경제성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지만, 택시의 경우 배터리를 빨리 교체하고 손님을 태우러 가야 하니 조금 더 주목을 받는 측면이 있다"며 "하지만, 중국 니오도 전체 전기차 판매 중 절반 수준만 배터리 교환식 전기차를 판매하고 있으며, 중국 소비자의 최신 기술 수용성이 높은 편인데도 불구하고 절반까지 비중을 끌어 올리는 데 5년의 시간이 걸렸듯이 현행 기술·시장 여건 등을 고려할 때 그 필요성은 제한적"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