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의료AI R&D 로드맵과 개인정보보호

전문가 칼럼입력 :2024/09/09 23:27

황규호 법무법인 디엘지 파트너변호사(공학박사)

지난 5일 보건복지부가 '의료 인공지능 연구개발(R&D) 로드맵'을 발표했다. 이는 우리나라 의료 AI의 미래를 가늠해 볼 수 있는 이정표다. 글로벌 AI헬스케어 시장은 연평균 41.8% 성장할 전망인데, 우리나라는 이보다 더 높은 50.8%의 성장률이 예상된다. 이는 우리나라의 우수한 ICT·디지털 역량과 양질의 의료데이터를 바탕으로 한 전망으로, 의료AI 분야에서 우리나라의 잠재력이 매우 크다는 것을 시사한다.

로드맵의 주요 추진 과제는 크게 네 가지로 요약된다. 첫째, AI 기반 의료서비스 혁신 지원, 둘째, AI 기반 첨단 의료기기 및 신약개발 지원, 셋째, 보건의료데이터 활용 체계 고도화, 넷째, 의료 AI 개발·확산을 위한 제도 기반 강화다.

이 로드맵의 세부 내용을 살펴보면, 우리나라 의료 AI의 발전 방향을 더욱 구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응급의료 분야에서는 2024년부터 2028년까지 응급 환자 데이터 수집·활용을 통해 신속한 중증도 분류 및 AI 기반 응급상황 예측·알림 서비스 등 모델 개발을 추진한다. 이는 골든타임 내 적절한 치료를 제공하는 데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심정지 환자의 생존율을 높이기 위해 심폐소생술의 질을 모니터링하고 적시에 피드백을 제공하는 AI 모델 개발도 계획돼 있다.

암 분야에서는 오는 2025년부터 2029년까지 NGS 암 유전자 패널데이터를 표준화 및 연계한 빅데이터를 구축해 암 정밀의료 연구 및 AI·CDSS(임상의사결정지원시스템) 개발을 진행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개인의 유전적 특성을 고려한 맞춤형 암 치료가 가능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이 데이터를 활용하여 암 진단 및 약물 처방의 정확성을 높이고, 건강보험 급여의 적정성 연구에도 활용할 예정이다.

AI 기반 첨단 의료기기 개발도 주목할 만한 부분이다. 인공지능 기반 디지털치료기기 및 수술 로봇 등 첨단기술을 접목한 의료기기 개발을 지원할 예정이다. 예를 들어, 신경·정신질환 관련 디지털 치료 의료기기와 AI 치료계획 내비게이션 소프트웨어 개발을 오는 2025년까지 진행한다. 또한, 오는 2026년부터는 의사와 협업 가능한 고도화한 지능형 수술로봇과 원격으로 의사 진료를 보조할 수 있는 로봇 기술개발도 추진한다.

황규호 법무법인 디엘지 파트너변호사

의료 AI 발전은 단순히 진단과 치료 영역에만 국한하지 않는다. 생성형 AI 기반 의료서비스 기술개발도 추진한다. 이는 진료 과정에서 의료진-환자 간 소통을 지원하고 의료행정을 효율화하는 데 크게 기여할 것이다. 예를 들어, 전원·퇴원 시 방대한 진료기록 요약 제공, 의무기록 자동생성(음성→글자) 등은 의료진의 업무 부담을 크게 줄이고 진료의 질을 향상시킬 수 있다.

신약개발 분야에서도 AI 활용이 확대될 전망이다. 후보물질 발굴부터 임상시험 단계까지 AI 기술을 적극 활용해 신약개발 과정의 효율성을 높이고 성공률을 제고한다. 특히, 연합학습 방식을 도입해 여러 제약회사와 연구기관 데이터를 안전하게 공유하고 분석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이번 의료AI R&D 로드맵은 의료AI 기업들에게 큰 기회이자 도전이 될 것이다. 우선, 정부의 체계적인 지원 계획은 기업들에게 장기적인 연구개발 방향을 제시, 매우 긍정적이다. 특히 AI 기반 의료서비스 혁신 지원과 첨단 의료기기 개발 지원은 기업이 새로운 제품과 서비스를 개발하는 데 큰 동력이 될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기회와 함께 기업은 개인정보 보호와 윤리적 문제에 더욱 신중히 접근해야 할 것이다. 이와 관련해 최근 있었던 두 가지 중요한 대법원 판결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올 8월 SK텔레콤의 전자처방전 서비스에 대한 대법원의 무죄 판결과, 이보다 한달 앞서 7월에 이뤄진 약학정보원의 의료정보 활용 사건에 대한 대법원의 무죄 판결이 그것이다.

SK텔레콤 사건에서 대법원은 암호화한 상태의 처방정보가 민감정보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으며, SK텔레콤이 단순히 병원과 약국 사이에서 전자처방전을 중계하는 역할을 했다고 보았다. 약학정보원 사건에서는 비식별화와 암호화한 개인정보를 복호화할 고의가 없었다는 점, 당시에는 개인정보보호법 시행 이전이었다는 점, 그리고 이로 인한 실질적인 피해가 발생하지 않았다는 점 등을 고려해 무죄를 선고했다.

이러한 판결들은 의료AI 기업들에게 중요한 메시지를 준다. 우선, 데이터 암호화와 비식별화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두 판결 모두 데이터 암호화와 비식별화가 개인정보 보호의 중요한 수단임을 인정하고 있어, 의료AI 기업들은 이러한 기술에 더욱 투자하고 최신 기술을 적용해야 한다. 또 데이터 처리 목적이 명확하고 그 목적에 맞게 데이터를 사용한다면 법적 리스크를 줄일 수 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더불어, 법적 환경 변화에 대한 대비 중요성도 강조되고 있다. 의료 AI 기업들은 개인정보 보호법 등 관련 법규 변화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고, 이에 대응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춰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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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의 이러한 판단은 의료 데이터 활용에 있어 법적, 윤리적 고려사항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상기시켜 준다. 의료 AI 기업들은 혁신적인 기술 개발과 함께 개인정보 보호에 대한 철저한 대비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동시에 이러한 판결들은 적절한 보호 조치를 취한다면 의료 데이터의 활용이 법적으로 허용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어, 의료AI 기업들에게 새로운 기회를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결론적으로, 의료AI R&D 로드맵은 우리나라 의료 서비스의 질적 도약과 의료 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중요한 이정표가 될 것이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개인정보 보호, 윤리적 문제 등에 대한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며, 이를 위한 법적, 제도적 장치 마련도 함께 이뤄져 한다. 의료 AI가 진정으로 국민 건강 증진에 기여하기 위해서는 기술발전 뿐 아니라 이에 대한 사회적 신뢰와 윤리 기반이 필수이기 때문이다. 이를 통해 의료 AI가 진정한 의미에서 국민 건강 증진의 새로운 동력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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