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한테는 네이버가 적국의 기업이란 말인가

[이균성의 溫技] 라인 사태 대응 자세

데스크 칼럼입력 :2024/04/30 15:46    수정: 2024/05/01 05:48

일본 정부가 네이버에게 ‘라인(LINE)’의 경영권을 넘기라고 압박하고 있다는 뉴스는 한 마디로 황당한 이야기다. 자본주의 경제에서 정부가 개별 기업의 지분 관계에 이처럼 노골적으로 개입하는 사례는 드물기 때문이다. 국가 안보와 직결되는 적국(敵國)의 기업이라면 모를까 두 나라 사이에 수많은 자본이 오고가는 관계에서 이런 식으로 나온다면 우리도 이에 상응하는 조치로 맞서야 할 것이다.

이번 건은 미국의 ‘틱톡(TikTok)금지법’과 같이 회자되곤 한다. 미국 하원은 동영상 플랫폼 틱톡이 중국 기업 바이트댄스의 소유 지분을 매각하지 않으면 퇴출시키겠다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법을 지난 3월 통과시켰다. 미국 안보에 우려가 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중국에 대한 미국의 반시장적 견제는 이것뿐만이 아니다. 바이든 행정부의 가장 중요한 일 중의 하나가 중국에 대한 압박인 것 같다.

‘틱톡(TikTok)금지법’은 그 자체로 반자본주의적인 결정이지만 미국과 중국의 생존을 건 기술 패권 전쟁을 감안하면 이해 못할 바도 아니다. 미국의 경우 늘 자유로운 시장을 말하면서도 국익과 관련이 있다 싶으면 자본 논리를 무시한 막무가내 정책을 편 게 한두 번이 아니기 때문이다. 중국 또한 국가 주도 경제이다 보니 어떤 면에서 두 나라의 갈등은 옳고 그름을 따질 것도 없이 피장파장이겠다.

라인야후

우리와 일본의 관계가 미국과 중국의 관계와 같은 것인가. 그렇다면 이번 건 또한 그럴 수 있고, 미국의 조치에 맞서 중국도 각종 대응 전략을 구사하듯, 우리도 일본에 그렇게 하면 된다. 문제는 우리와 일본의 경우 미국을 중심으로 한 동맹 관계라는 것 아닌가. 왜 동맹 국가의 상식적이고 우호적인 기업에 그런 황당한 압박을 가하는가. 네이버와 한국이 일본의 안보에 타격을 줄만큼 해로운 존잰가.

일본 정부가 구실로 삼은 것은 지난해 말에 불거진 라인의 개인정보 유출 사건이다. 이 사건이 벌어진 배경에는 라인의 시스템이 네이버에 과도하게 의존적인 탓이 큰데 지분 관계로 엮어 있어 보완 대책이 충분하지 못 하니 자본 관계까지 재검토하라는 행정 명령을 내린 것이다. 핑계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조치가 지나치게 과하다는 게 문제다. 다른 의도가 있다고 여길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현재까지 진행된 상황만 해도 황당한 일이지만 아직 다 드러나지 않은 대목이 있다는 데 관심을 둘 필요가 있다. 첫째 일본 정부의 정확한 의도가 무엇인지 제대로 파악하는 일이다. 둘째 네이버와 함께 라인의 자본의 또 다른 한 축인 일본 소프트뱅크와 손정의 회장의 의중도 잘 살펴야 한다. 소프트뱅크 측에서 네이버 쪽에 지분 매각 제의를 했다는 보도가 있는데 그것이 사실인지도 중요한 문제다.

네이버의 뜻 또한 무엇보다 중요하다. 네이버의 뜻은 일본 정부의 정확한 의도와 손정의 회장의 의중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정부 역할이 중요한 게 이 대목이다. 손정의 회장의 의중이야 네이버 측에서 파악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일본 정부의 속셈까지 네이버가 다 파악할 수 없다. 정부가 그 일을 맡아줘야 한다. 정부와 네이버가 긴밀하게 협조하며 신속하고 정교하며 강력하게 대응해야 한다.

관련기사

라인(LINE)은 네이버가 지난 2011년부터 13년간 공들여 키운 메신저 서비스다. 일본에서만 9천600만 명이 사용하고 있고, 세계적으로는 2억 명이 쓰고 있다. 미국 등에서 큰 인기를 얻고 있는 웹툰 서비스와 함께 우리나라가 드물게 성공시킨 대표적인 글로벌 IT 서비스다. 네이버가 공들여 키우고 있는 네이버제트의 메타버스 플랫폼 ‘제페토’의 일본 서비스 성장에도 매우 중요한 역할을 맡을 플랫폼이다.

중요한 것은 신속하고 정교하며 강력한 대응이다. 신속하다는 것은 신중하되 너무 늦지 않아야 한다는 뜻이고, 정교하다는 것은 일본 정부와 손정의 회장의 속셈을 제대로 파악해야 한다는 의미며, 강력하다는 건 정부 실무부처를 넘어 필요하면 대통령이 나설 수도 있다는 뜻을 내비쳐야 한다는 의미다. 외국 정부의 부당한 조치에도 자국 기업을 지킬 수 없다면 정부의 존재 이유를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