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일론 원료 생산 미생물 '세포공장' 나오나

한국화학연구원, "실용화 된 적 없는 '퍼스트 무버' 원천기술"

과학입력 :2024/03/18 13:50    수정: 2024/03/19 09:18

나일론 필수원료를 생산하는 미생물 '세포공장'이 합성생물학 기술로 개발됐다.

합성생물학은 정부가 공을 들이고 있는 ‘12대 국가전략기술’ 의 ‘첨단바이오’ 분야 중점 기술이다.

한국화학연구원(원장 이영국) 백승호·노명현 박사 연구팀은 산업용 미생물로 활용되는 유질 효모인 야로위아 리폴리티카(Yarrowia lipolytica)를 활용한 ‘바이오 아디프산(Adipic acid)’ 생산용 '미생물 세포'를 개발했다고 18일 밝혔다.

오른쪽부터 노명현 선임연구원, 백승호 선임연구원, 이상민 학생연구원, 박진성 인턴연구원.

왜 개발했나

최근들어 바이오 소재 개발은 글로벌 친환경 규제와 탄소 배출량 저감 요구에 따라 석유화학 기반의 화학소재를 대체하기 위한 연구가 세계적인 이슈다.

특히, 석유화학산업에서의 친환경 규제와 탄소배출 감소에 대한 요구가 커지면서, 바이오매스 유래의 탄소중립형 바이오화학원료로 대체하기 위한 패러다임 전환이 강조되고 있다.

하지만 현재까지 개발된 기술들은 인체 내 질병을 유발할 수 있는 병원성 미생물을 활용하거나 유전자 조작이 까다로운 점 등, 아직까지는 상용화를 위해 보완할 점이 많은 상황이다.

특히, 합성생물학은 정부가 '12대 국가전략기술’ 로 정해 놓은 ‘첨단바이오’  중점 원천 분야다.

■연구성과

연구팀은 미국식품의약국(FDA) 인정 식품첨가 안전 물질(GRAS)로 지정된 유질 효모인 ‘야로위아 리폴리티카’를 미생물 세포공장으로 활용해서 아디프산을 생산하는 원천기술을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 바이오매스로부터 바이오 아디프산을 생산하는 기술이다.

아디프산은 나일론 섬유의 필수 중간 원료다. 생분해성 플라스틱 원재료, 식품첨가제 등 다양한 용도로 활용되는 핵심 화학소재다.

대부분의 아디프산은 나프타, 천연가스 등 화석연료로 생산되지만, 생산 공정 상 발생하는 아산화질소(N2O)가 온실효과를 유발하기 때문에 환경 친화적이고 지속 가능한 바이오 아디프산 생산 기술 개발이 필수적이다.

개발과정

연구팀은 합성생물학 기술을 기반으로 지방산 유래 산물 분해 능력을 인공적으로 조절하고 아디프산 생산량이 증가하도록 미생물 특성을 재설계했다.

일반적인 유질 효모의 지질 분해 과정은 카복실기(화학 작용기의 일종)가 양 끝에 붙어있는 디카르복실산(유기산의 일종) 형태로 변환되는 ‘오메가 산화기작’이후 분해경로를 통해 유질 효모가 살아가는데 필요한 아세틸코에이 등의 에너지원으로 전환되는 ‘베타 산화기작’ 과정을 거친다.

연구팀은 식물성 오일에 다량 함유된 지방산 유래 산물을 디카르복실산으로 원활하게 전환하기 위해 필요한 유전자를 선별, 오메가 산화기작을 강화했다.

또한 기존 미생물은 여섯 차례의 반복적인 순환 과정을 통해 디카르복실산으로부터 에너지 생성과 생존에 필요한 아세틸 코에이를 생산했지만, 연구팀은 유전자 조작을 통해 3회만 순환되도록 했다. 나머지 디카르복실산은 아디프산을 생산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베타 산화기작을 최적화했다.

■기대효과

완성된 미생물 세포공장은 미생물 배양 과정을 거쳐 지방산 유래 산물을 선택적으로 분해, 전환해 효율적으로 바이오 아디프산을 생산하는 환경친화적 기술이다. 석유화학 기반의 아디프산 대체를 위한 원천기술이다. 향후 다양한 분야에 활용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 기술을 활용해 향후 아디프산이 주요 화학소재로 사용되는 의류, 생활, 산업용 응용 제품 영역에 널리 활용될 것으로 기대된다.

■실용화는?

다만 실용화까지는 갈 길이 험난하다.

백승호 정밀·바이오화학연구본부 선임연구원은 "이 기술이 원천기술 단계여서 응용으로 가기 위해선 합성생물학 기반 지방산 산화 활성 조절이 가능한 대사회로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며 "기질 전환 수율 및 생산성 향상을 위한 스케일업 연구와 고순도, 고농도의 단량체 확보를 위한 분리/정제기술 개발이 뒤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전 세계적으로 관련 연구에 대한 원천기술 개발 수요는 급증하고 있으나 현재까지 상용화 된 사례는 없다.

화학연 이영국 원장은 “본 성과는 12대 국가전략기술 중 첨단바이오 분야의 핵심인 합성생물학 기술을 통해 확보된 바이오 아디프산 생산 맞춤형 미생물 세포공장 기술로써, 향후 대한민국 바이오소재 생산 원천기술 확보에 기여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라고 밝혔다.

관련기사

이 연구는 바이오매스 관련 권위 학술지인 ‘바이오리소스 테크놀로지(Bioresource Technology, IF : 11.4)’ 1월호 논문으로 게재됐다.

과제는 한국화학연구원의 기본사업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석유대체 친환경 화학기술개발사업의 지원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