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K팝 간판 걸그룹 '트와이스(TWICE)'가 마침내 미국 빌보드 메인 앨범차트 '빌보드 200' 1위를 겨냥하고 나섰다.
3일(이하 한국시간) 외신 등에 따르면, 트와이스가 지난달 23일 발매한 미니 13집 '위드 유-스(With YOU-th)'는 4일 공개 예정인 9일 자 '빌보드 200' 톱10에서 9만6천장 상당의 판매량으로 정상을 차지할 것이 확실시된다.
K팝 걸그룹 중 '블랙핑크'·'뉴진스'에 이어 세 번째다. '방탄소년단'(BTS) '슈퍼엠' '스트레이 키즈' '투모로우바이투게더' '에이티즈' 보이그룹 포함하면 K팝 그룹 중 여덟 번째다.
북미 시장에서 큰 인기를 누리고 있는 트와이스는 사실 이미 해당 차트에서 1위를 차지했을 만큼의 음반 판매량을 기록했지만, 대진운이 좋지 않았다.
지난해 3월 내놓은 미니 12집 '레디 투 비(READY TO BE)'는 '빌보드 200' 역사에서 한국 여성 가수 중 가장 높은 첫 주 판매량인 15만3000장의 기록을 썼다. '빌보드 200' 1위를 차지한 뉴진스 '겟 업'과 블랙핑크 '디 앨범'의 첫 주 판매량은 각각 12만6500장과 11만장이었다.
하지만 트와이스의 '레디 투 비'는 이 같은 성적에도 당시 갓 발매된 미국 컨트리 스타 모건 월렌의 '원 싱 앳 어 타임(One Thing At A Time)'에 정상을 내줄 수밖에 없었다. '원 싱 앳 어 타임'은 여전히 '빌보드 200' 톱10에 머물고 있는, 북미 차트에선 국내 톱 가수 임영웅 같은 존재다.
그런데 트와이스는 이번에 마침내 정상에 오르게 되면서, 뒤늦게나마 아쉬움을 덜게 됐다. '위드 유-스'가 예상대로 1위에 오르면, 트와이스 '빌보드 200' 톱10 진입은 이번이 다섯 번째다. 앞서 트와이스는 '빌보드 200'에서 2021년 11월 발매한 정규 3집 '포뮬러 오브 러브: O+T=<3(Formula of Love: O+T=<3)'로 3위를, 2022년 8월 발매한 미니 11집 '비트윈 원앤투(BETWEEN 1&2)'로 역시 3위를 차지했다. 2021년 6월 발매한 미니 10집 '테이스트 오브 러브(Taste of Love)'로는 해당 차트 6위를 기록했다.
'빌보드 200'엔 K팝 걸그룹 최다인 일곱 번째 진입이다. 2020년 6월 발매한 미니 9집 '모어 앤 모어(MORE & MORE)'로 '빌보드 200' 200위를 차지하며 해당 차트에 처음 진입했고, 같은 10월 발매한 정규 2집 '아이즈 와이드 오픈(Eyes wide open)'으로 이 차트 72위를 차지했다.
트와이스 멤버들은 솔로로도 '빌보드 200'에서 존재감을 증명하고 있다. 재작년 트와이스 첫 솔로 주자로 나섰던 나연이 솔로 미니 1집 '아이엠 나연(IM NAYEON)'으로 '빌보드 200' 7위에 올랐고, 지효는 작년 발매한 솔로 미니 1집 '존(ZONE)'으로 '빌보드 200' 14위를 차지했다.
트와이스가 '위드 유-스'의 타이틀곡 '월 스파크(ONE SPARK)'로 미국 대중음악계 풀뿌리 인기의 상징인 빌보드 메인 싱글차트 '핫100'에서 추가 성과를 낼 지도 관심이다. 트와이스는 지난 2021년 10월에 발매한 첫 영어 싱글 '더 필스'를 통해 '핫100' 83위로 처음 진입했다. 작년 1월 발매한 두 번째 영어 싱글 '문라이트 선라이즈(MOONLIGHT SUNRISE)'로 '핫100'에 두 번째 진입하며 84위를 차지했다.
트와이스는 북미에서 '스타디움 아티스트'로서 콘서트 티켓 파워도 자랑하고 있다. 앞서 작년 6월 로스앤젤레스 소파이 스타디움, 7월 뉴욕 메트라이프 스타디움에서 'K팝 걸그룹 최초 입성 및 매진' 기록을 썼다.
오는 16일엔 상징정적인 공간인 라스베이거스 얼리전트 스타디움에서 공연을 갖는다. 얼리전트 스타디움은 세계적인 팝스타들만 공연하는 장소로 그간 테일러 스위프트, 비욘세 등이 공연했다. 지난달 미국 내 최대 스포츠 축제인 NFL 슈퍼볼이 열린 곳이다. 스위프트가 우승컵을 들어올린 자신의 연인 트래비스 켈시(캔자스시티 치프스)와 키스한 그곳이 맞다. K팝 그룹 중에선 방탄소년단(BTS), 블랙핑크에 이어 트와이스가 세 번째로 공연하게 됐다. 트와이스는 지난해 3월 K팝 여성 아티스트 최초로 '빌보드 위민 인 뮤직'(2023 Billboard Women In Music) 수상하기도 했다.
김도헌 대중음악 평론가(한국대중음악상 선정위원)는 트와이스의 북미 음악 시장 인기에 대해 "2020년대부터 미국 시장 취향의 팝 싱글을 다수 공개하며 콘셉트 변화를 추구했고 미국 현지 활동을 꾸준히 이어오며 팬덤을 형성했다"고 봤다. "팬데믹 시기 형성한 팬덤이 이후 월드 투어에서의 관중 동원으로 이어졌고 북미 시장의 관심이 높아졌다. 오래 활동하며 쌓은 커리어와 국제 시장의 인기를 바탕으로 미국에서 인기를 넓혀가는 과정"이라고 짚었다.
김성환 대중음악 평론가(한국대중음악상 선정위원)는 트와이스의 북미 시장에서의 인기는 꽤 다양한 요인이 혼재된 결과라며 "미국 시장에서 발표한 곡들은 (소속사) JYP엔터테인먼트 음악의 기반이라 할 미국 대중음악 속 펑키 디스코/R&B 기반의 댄스 팝 사운드, 그리고 리듬이 복잡하지 않은 일렉트로닉 사운드, 쉬운 멜로디로 미국 틴 팝 세대에게 거부감 없이 다가갔다"고 평했다.
아울러 앞서 북미 팝계를 장악한 방탄소년단처럼 안전한 이미지로 현지 시장에 진입한 부분도 인기 요인 중 하나로 지목된다. 트와이스는 섹시함이나 '걸 크러시' 면모보다 귀엽고 친근한 모습으로 현지 팬들의 환심을 샀다.
김성환 평론가는 "트와이스는 현재 미국 10대들이 듣는 주류 팝보다 일정 부분 '건전하게' 다가가기에 미국 10대들의 부모님들을 안심시켰다"고 해석했다. 또 그는 뮤직비디오와 숏폼 콘텐츠를 통해 트와이스의 쉬운 안무가 편하게 소비될 수 있었기에 그 전파력이 빠를 수 있었다는 점도 짚으며 "또한 여성주의/PC주의 지향이 사회적으로 강해지는 미국 사회 속에서 1020 여성들에게 이들의 이미지는 '건강하게 소비할 수 있는 걸 파워'의 모델 중 하나로 선택될 가능성이 있다. 이들이 빌보드 '위민 인 뮤직' 시상식에서 무대에 선 건 단순한 섭외력의 승리라고만 보기 어려운 이유"라고 부연했다.
트와이스의 인기는 북미 시장 뿐 아니라 남미 등 다른 지역으로 넓히고 있다. 전 세계 27개 지역 49회 규모가 예정된 다섯 번째 월드투어 '레디 투 비(READY TO BE)'의 일환으로 전 세계 9개 지역의 대형 스타디움 무대에 공연한다. 이미 지난해 11월 K팝 그룹 중 처음으로 호주 멜버른 마블 스타디움에서 단독 공연을 펼쳤다. 같은 해 말엔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자카르타 인터내셔널 스타디움 무대에 올랐다. 지난달엔 멕시코 멕시코 시티 포로 솔, 브라질 상파울루 알리안츠 파르키에서 현지 팬들을 만났다.
특히 젊은 여성들의 롤모델로 통하는 일본 내 인기는 여전히 압도적이다. 오는 7월에 일본 오사카 얀마 스타디움 나가이, 해외 여성 아티스트 사상 첫 입성이 되는 가나가와 닛산 스타디움 콘서트를 펼친다. 특히 7만5000석 규모의 닛산 스타디움엔 '동방신기' '세븐틴'에 이어 K팝 그룹 세 번째로 입성한다.
권위를 인정 받는 일본 공영 방송사 NHK의 대표 연말 가요 프로그램 '홍백가합전'엔 총 네 차례 출연했는데 지난해 말엔 팀 내 첫 유닛인 '미사모'(미나·사나·모모)가 출전하기도 했다.
2015년 데뷔한 트와이스는 그간 K팝 그룹 중 드물게 소속사·멤버 변동이 없었고, 특히 별다른 구설에도 오르지 않았다. 특히 멤버 간 돈독한 우정은 K팝계에 잘 알려져 있다. 이번 음반 '위드 유-스'에서 자신 있게 우정, 청춘을 키워드로 내세울 수 있었던 이유다. 모모는 앨범을 내면서 JYP를 통해 "아홉 명의 우정과 청춘 그리고 원스(팬덤)가 준 사랑도 담겨 있다. 지금까지의 그리고 앞으로 우리가 함께 만들어갈 순간들을 추억할 수 있는 앨범으로 기억되면 좋겠다"고 바랐다.
트와이스는 이런 점 등을 통해 신뢰를 주는 브랜드를 구축했다. 국내에선 친근한 이미지로 출발한 탓에 이들의 해외 팝시장 내 파괴력에 대해 저평가가 됐지만, 현재 K팝 신을 이끄는 명실상부 주역 중 한팀이라는 건 부인할 수가 없다. 내년 10주년을 맞는 만큼, 이들의 행보 하나 하나가 이제 역사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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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헌 평론가는 "빌보드지와의 인터뷰에서 박진영 프로듀서는 불확실한 미래와 멤버 활동 중지 등 고난을 극복하며 진솔한 메시지를 담은 2019년 월드 디지털 송 세일즈 1위곡에 오른 '필 스페셜(Feel Special)'을 언급했다"면서 "멤버들의 결속과 우정이 단단하게 팀을 잡아주고 있으며, 경력을 쌓을수록 더 넓은 시장에서 새로운 성과를 거두는 흥미가 그룹을 유지하는 원동력이 되고 있다"고 봤다.
제공=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