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2025학년도 의대 정원을 현행 3058명에서 2000명 늘어난 5028명으로 결정한 가운데, 의료계와의 갈등 해소와 의대 열풍 심화, 대학별 정원 배분 등 사안을 둘러싼 잡음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6일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19년 동안 묶여 있던 의대정원을 과감하게 확대하겠다”며 증원 규모를 전격 발표했다.
당장 정원 확대로 인한 의대 진학 열풍이 현재보다 더욱 심화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이공계 인재들이 의대로 빨려 들어가는 이른바 ‘이공계 인재 블랙홀’ 심화 우려다.
조 장관은 “의대 정원이 확대되면 단기적으로는 의대 쏠림이 계속되고 심화될 우려가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의사라고 하는 직업이 갖는 안전성과 그다음에 사회적인 평가 등에 기인한다고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장기적으로는 의대 쏠림이 크게 완화될 것”이라며 “의사 인력에 대한 추가 수요가 해소됨에 따라 타 분야와 비교할 때 균형 잡힌 기대소득이 전망될 뿐만 아니라 의대정원 확대에 따른 선택의 폭도 넓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의협 총파업 강경 대응 예고...의대 신설 계획 없어
의료계와의 갈등은 불가피해 보인다. 대한의사협회는 정부가 의대정원 증원을 발표하면 집행부 총사퇴, 비대위 체제로의 전환을 거쳐 총파업 절차에 돌입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조 장관은 “의료인들은 환자의 곁을 지켜 달라”면서도 “만에 하나 불법적인 행동을 하게 되신다면 법에 부여된 의무에 따라 원칙과 법에 의해서 대응을 하겠다”고 말했다.
특히 지난 2020년 의대정원 증원 추진이 의협 반대에 가로막혀 실패했던 것을 두고 조 장관은 “그때는 코로나19의 감염이 심각해서 일단 우선 국민의 건강과 생명 확보가 최우선이라고 생각해 타협한 것으로 알고 있다”라며 현재는 상황이 달라졌음을 밝혔다.
그는 “의료계가 협조해 줄 것으로 믿지만, 만약 불법 집단행동을 하게 된다면 의료법과 관련법에 따라 단호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말해 의협의 총파업 시도를 좌시하지 않겠다는 뜻을 강조했다.
이와 함께 의대별 정원 배정 여부에 대한 관심도 높다. 이날 장관은 비수도권 의대 중심으로 집중 배정하겠다는 원칙을 밝혔다. 그는 “각 대학의 제출 수요와 교육 역량, 소규모 의과대학의 교육 역량 강화 필요성, 지역의료 지원 필요성 등을 다각적으로 고려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 장관은 “증원의 가장 큰 핵심은 의대정원을 비수도권 의과대학을 중심으로 집중 배정할 것”이라며 “교육부와 학교별 배정은 지역의 인프라의 현황이라든지 지역 간 의료격차를 고려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의대 신설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조 장관은 “의대 신설 필요성에 대해서 검토를 하고 필요성이 인정된다 해도 학교를 몇 개로 할 것인지, 규모를 얼마나 할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이 없다”고만 말했다.
관련기사
- 의대 정원, 내년 2천명 늘린다…19년만에 확대2024.02.06
- "의대정원 확대, 서울 공대 진학생 의대로 빨아들이는 역효과"2024.02.06
- 조 장관 "의대정원 확대가 일방적 결정이라는 의협 주장은 동의 못 해”2024.02.06
- [속보] 2025학년 의대정원 2000명 증원...3058명→5058명2024.02.06
현재 의대정원 증원이 곧장 필수의료 해결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지적도 존재한다. 조 장관은 “지금 의대정원을 내년도부터 확대해도 (의사 인력 양성까지) 6년, 길게는 10년 이상의 시간이 걸린다”라며 “필수의료 4대 정책 패키지를 제대로 추진해서 필수의료 분야로 의사들이 유입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아울러 “어르신이 병원에 가기 전 건강한 생활을 유지하실 수 있고, 또 약간 불편하시더라도 돌봄을 통해서 안락한 노후를 보내실 수 있는 정책을 우선 추진하겠다”라며 “시니어 의사 활용 등을 통해서 저희가 의대정원 인원이 의료, 의사가 확충되기 전까지 의료 수요를 충족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