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호민 아들 특수교사 유죄' 판결에…교원단체들 "불법 녹음 판칠 것"

생활입력 :2024/02/01 17:03

온라인이슈팀

유명 웹툰작가 주호민씨 아들을 정서적으로 학대한 혐의로 피소된 특수교사에 대해 '몰래 녹음' 증거 능력을 인정한 1심 판결이 나오자 교원단체들이 유감을 표명했다.

교원 단체들은 이번 판결로 교육 현장에서 불법 녹음이 판칠 것이며 교사들의 교육 활동을 위축시킬 것이라고 비판했다.

[수원=뉴시스] 양효원 기자 = 1일 오전 경기 수원지방법원에서 주호민씨가 자신의 아들을 학대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교사에게 벌금 200만 원 선고유예가 내려진 부분에 대해 발언하고 있다. 2024.2.1. hyo@newsis.com

전국특수교사노동조합은 1일 보도자료를 내고 "이 판결 이후로 대한민국의 특수교육은 돌이킬 수 없는 강을 건넜다"며 "학교는 더 이상 교사가 교육을 실현하는 공간이 아니라 자기 방어와 방치로 이루어진 곳이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노조는 "이번 판결은 한없이 주관적이기만 한 '정서적 아동학대'에 날개를 달아준 셈"이라며 "고소인 측의 불법 녹취 자료가 법적 증거로서 인정받은 점이 무엇보다 가장 개탄스럽다"고 밝혔다.

특수교사 A씨는 지난 2022년 9월 자신이 근무하는 초등학교 맞춤학습반 교실에서 수업 도중 주씨 아들에게 "버릇이 매우 고약하다", "싫어 죽겠어. 나도 너 싫어, 정말 싫어" 등을 발언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주씨 아내는 아들 외투에 녹음기를 넣어 A씨 발언을 녹음했고, 녹취한 내용을 근거로 A씨가 정서적 아동학대를 했다며 고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사건 1심 재판을 맡은 수원지법 형사9단독 곽용헌 판사는 이날 A씨의 유죄를 일부 인정하고 주씨 아들이 장애 학생인 점을 감안해 몰래 녹취된 자료의 증거 능력도 인정했다.

이는 몰래 녹음한 자료는 유무죄를 따지는 증거로 인정될 수 없다고 본 대법원의 종전 판단과 배치되는 판결이다.

다만 1심 재판부는 교육적 목적과 의도에 따라 수업이 진행됐다는 점 등을 참작해 A씨에 대해 200만원 벌금형에 대한 선고유예 판결을 내렸다. 선고유예는 유죄는 인정하되 형의 선고를 미루고, 유예기간이 끝나면 없던 일로 해주는 판결이다. 사실상의 선처로 받아들여지기도 한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와 경기교원단체총연합회(경기 교총)는 이번 사건에 대해 "앞으로 얼마나 많은 몰래 녹음과 아동학대 신고가 이어질지, 그로 인해 얼마나 많은 교원이 고통 받고 교육 현장이 황폐화될 지 심히 우려스럽다”고 밝혔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은 긴급 논평을 통해 "교육활동을 아동학대로 왜곡한 판결"이라며 "교육방법이 제한적인 특수교육 현장의 특수성을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 "불법 녹취 자료가 증거로 채택된 것은 법리적 모순"이라며 "전교조는 이번 판결로 해당 교사가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대응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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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교사노동조합(초등노조)은 "(몰래 녹음 자료의) 증거능력을 인정한 1심 선고유예 판결에 유감의 뜻을 밝힌다"며 "교육 활동 중에 불법녹음 피해를 입고, 그것을 근거로 아동학대 혐의로 피소 당한 특수 선생님께 심심한 위로의 말을 전한다"고 했다.

제공=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