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행정부에서 북핵 특사를 맡았던 로버트 갈루치 조지타운대 외교학 석좌 교수가 올해 동북아시아에서 핵전쟁이 발생할 수 있다며, 미국 행정부가 북한과 관계 정상화에 나서야 한다고 조언했다.
갈루치 교수는 최근 내셔널 인터레스트(NI)에 보낸 기고문에서 "북한은 최근 몇 년간 지난 수십년 동안 걸어온 길과 다른 길을 걸어왔다"며 이같이 경고했다.
갈루치 교수는 최근 3년간 북한이 미국과 장기적인 협상에 전혀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국제정세도 중국 부상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재편됐다고 분석했다. 이런 가운데 북한이 중국과 관계를 유지하면서 중국 완충 국가로서 역할을 하는 동시에 러시아와 관계를 적극 개선해 일종의 '독재 무기고'가 되는 길을 선택했다고 진단했다.
이 같은 환경에서 "우리가 그렇게 운이 좋지 않을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고려하는 게 현명할 수 있다"며 "적어도 올해 동북아에서 핵전쟁이 발발할 수 있다는 생각은 해봐야 한다"고 경고했다.
갈루치 교수는 두 가지 시나리오를 제시했다. 하나는 대만 위기로, 중국과 미국이 대만을 놓고 단호히 대치하는 상황에 북한이 중국의 지원 여부와 상관없이 동북아에 있는 미국 자산과 동맹국들에 핵 위협을 가해 중국을 지원하는 것이다.
미국 동맹국인 한국과 일본이 핵무기 비보유국인 만큼, 이 경우 한국이 대만 갈등에 관여하는 데 관심이 없어도 결국 미국의 확장 억지력에 의존하게 될 수밖에 없다고 갈루치 교수는 분석했다.
다른 시나리오는 북한이 한국에 북한의 지시를 따르도록 강요하고 미국의 개입 억지력을 확보하기 위해 핵무기를 사용하는 것이다.
이 경우 미국이 실제로 어떻게 할 지가 중요한 계산이 아니라, 북한 지도부가 미국이 그렇게 할 거라고 믿는 게 중요하다고 꼬집었다.
북한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능력 개발이 미국의 북한 정권 교체 시도를 억제하고 미국의 확장 억지력에 대한 신뢰성 약화에 기여할 것으로 생각할 수 있으며, 이 같은 셈법에 따라 핵전쟁 발발 여부가 결정될 수 있다.
억지력 실패와 무관하게 핵전쟁이 시작되는 다른 시나리오도 고려해야 한다며, 북한이 우발적 또는 무단으로 핵무기를 발사할 가능성도 고려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갈루치 교수는 "어쨌든 북한은 다른 핵보유국에 비해 이 '게임'에 비교적 초보자"라며 "핵무기 사용 의지에 대한 북한의 수사법(rhetoric)으로 핵전쟁 확률이 낮다고 확신해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경쟁적이고 적대적인 정치 환경 맥락에서 동북아시아에서 핵무기가 증가하고 있는 만큼 외교 정책을 돌아봐야 한다며 "적어도 외교를 최후의 수단으로 삼을 때 우리가 감수해야 할 위험을 고려해야 한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미국이 북한과 관계 정상화를 추구하고, 비핵화를 그 과정의 첫 단계가 아닌 장기적인 목표로 삼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초기 논의 테이블에 제재 완화, 한미 군사훈련 성격, 북한 인권 정책 개선 등 북한이 과거 관심을 보였던 사안을 올릴 수 있다고 제안했다.
다만 올해 미국 대선을 앞둔 만큼 현재는 적절한 시기가 아닐 것이라고 인정하면서 "간단하지만 쉽지 않은 문제"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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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루치 교수는 탄도 미사일과 대량살상무기 비확산 관련 미국 대사 겸 미 국무부 특사를 역임했으며, 1994년 북핵 위기 당시 미국 측 수석 협상 대표를 맡아 미국과 북한의 '제네바 합의'를 이끌었다.
제공=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