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가 초래한 ‘기후재난’은 직접적인 인명과 재산에 피해를 입은 사람 뿐만 아니라 그들의 심리지원을 돕는 대응인력의 정신건강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재난현장에서는 심리지원 인력의 정신건강에도 문제가 생긴다. 재난 현장에서 상시적 스트레스 상황에 노출되는 탓이다. 일본 서북부 이시카와현 노토 지역에서 재난심리지원을 맡고 있는 쇼 다카하시 츠쿠바대학 정신과 교수는 이들의 정신건강 관리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일본의 재난파견정신의료팀(DPAT) 요원 중에는 수일간 재난현장에 몰두해서 현장의 피해자를 돕다 정신이 점차 붕괴되는 경우가 발견된다”며 “위험한 미션을 수행하거나 위급 상황에서 마음에 부담을 느껴 재난 피해자와 마찬가지로 트라우마(trauma)가 생기거나 플래시백(flashback)·불면증에 시달리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특히 쇼 교수는 유가족 대응 심리지원 인력은 자신의 감정 소모를 경험하는 일이 잦다면서 “이재민의 치유를 도우려면 대화를 해야 하지만, 처음부터 이재민의 신뢰를 얻기는 어렵기 때문에 본인의 마음과 감정을 소진해가며 피해의 아픔을 공감하려다보니 극심한 스트레스 상황에 처하게 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고통을 호소하는 현장 요원들은 DPAT 대응본부에서 약과 치료를 받을 수 있지만, 현장의 급변하는 상황 때문에 그럴 여유를 내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고 밝혔다.
쓰나미와 포켓몬스터
또한 우리도 세월호 참사, 코로나19, 10.29 참사 등을 거치며 재난보도에 대한 자성과 가이드라인 준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화산, 쓰나미, 지진, 홍수 등이 잦은 일본의 상황도 마찬가지다. 쇼 교수는 일본 취재진이 본인이 근무하는 대학에 진을 치고 노토 지진 관련 코멘트를 요청했다고 했다.
특히 동일본대지진 당시 보도 관행을 들어 “국민을 생각하는 재난보도를 촉구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재난 정보 전달의 중요성 때문에 취재진의 질문에 대해 정확한 답변을 하려고 노력한다는 그는 “보도가 자극적으로 흐르면 일반 국민, 이재민 및 피해자가 상처를 받을 수 있음에도 잘못된 정보가 보도되는 경우가 여전히 있습니다”고 안타까워했다.
그런데 재난 상황을 전하는 미디어가 불특정 다수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가능성도 존재한다.
쇼 교수는 2011년 3월 11일 발생한 동일본대지진 발생 당시 있었던 일을 거론했다. 그는 “10개의 TV 채널에서 쓰나미가 밀려오는 영상을 내보내자 아이들뿐만 아니라 일반 대중도 두려움을 호소했다”면서 “1개 채널에서만 포켓몬스터를 방영하자, 사람들이 그걸 보고서야 안심했다”고 말했다.
우리나라도 유사한 사례를 겪은 적이 있다. 지난 2022년 10.29 참사 현장이 실시간으로 TV, 인터넷 뉴스, SNS 등으로 전해졌던 경우가 대표적이다.
“직접 경험자보다 예후는 좋지만, 강박적으로 참사 관련 뉴스나 현장 사진, 영상 등을 찾아보는 것은 즉각 멈춰야 한다. 불면증 등 심신의 불편함이 발생하면 방치해서는 안 되고 국가트라우마센터의 정신건강 정보로 안정에 도움을 받아야 한다. 계속 불편함이 있다면 전문가를 찾아 상담을 받길 권고했다.” (심민영 국립정신건강센터 국가트라우마센터장)
당시 한국상담심리학회도 “참사 보도를 접하면서 만약 과거의 트라우마가 지속적으로 떠오르거나 일상생활이 어렵다고 느껴지면 전문가를 찾으라”며 “대규모 재난 및 참사 발생 시 이전의 트라우마가 되살아나는 느낌을 받을 수 있는데, 이 경우 지체 말고 상담심리사 등 전문가를 찾아 위기지원을 받아야 한다”고 권고하기도 했다.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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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WHO, Psychological first aid: Guide for field workers.(2011)
(2) 트라우마 예방을 위한 재난보도 가이드라인.(20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