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붙'(복사와 붙여넣기) 메시지를 보내면 오히려 비호감 취급을 받을 수 있다고 해서요."
교사 생활 1년차인 사회초년생 최모씨(27)는 취업 후 맞는 첫 새해를 앞두고 어떻게 인사를 해야 할지 고민이다. 지난 추석 등 명절 때마다 카톡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이용해 메시지를 보냈다. 하지만 모두에게 같은 문자를 보내는 게 '스팸 메시지'처럼 느껴질 수 있어 조심하라는 말을 들은 뒤로부터 고민이 커졌다.
최씨는 "얼굴이라도 비치는 게 아닌 이상 카톡이나 문자 메시지만 보내는 건 아무래도 형식적일 수밖에 없고, 받는 사람 입장에서도 답장이 귀찮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며 "이번 새해 덕담부터는 개개인에게 맞게 맞춤형 형태로 좀 더 소수에게 연락을 돌릴 예정"이라고 말했다.
갑진년인 2024년 새해를 앞두고 이제 막 사회생활을 시작한 청년들이 직장 상사, 동료들에게 어떤 '새해 인사' 메시지를 보내야 할지 골머리를 앓고 있다. 모두에게 똑같은 문자 메시지 등을 '복붙'하면 무성의하다는 평가를 받고, 맞춤형 메시지를 보내기엔 시간이 너무 많이 걸리기 때문이다.
새해 인사가 진심을 담은 감사보단 사회생활 중 하나로 여겨지는 것이 현실이다. 일부 새내기 직장인들은 인공지능(AI)이나 유료 인사 문구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
◇ 똑같은 말 주고받는 인사, 중노동처럼 느껴져
청년들은 문자나 SNS 등을 통한 신년 인사 메시지가 부담으로 다가오는 이유에 대해 공통으로 "인사치레에 불과하기 때문"이라는 이유를 들었다. 새해 인사가 일부 사람에게 진심으로 감사를 표하기 위한 목적이 아닌 사회적 예절로 인식되면서 문구 선정부터 부담으로 다가온다는 것이다.
몇 달 전 회사를 퇴사하고 재취업 준비 중이라고 밝힌 김모씨(28)는 "같은 업계에 있다 보니 회사를 나가고 나서도 예전의 상사 등에겐 명절 인사 메시지를 드리곤 한다"며 "오히려 정말 친한 친구들에겐 이런 문자 대신 만나서 덕담을 나누거나 작은 선물 등을 주고 끝낸다. 문자는 인사치레에 불과하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1년 차 대기업 직장인인 유모씨(28)는 "말주변이 없어서 인터넷 유료사이트, 새해 인사말 추천 등을 검색해 짜깁기해서 인사를 돌리곤 한다"며 "새해마다 똑같은 말로 인사를 주고받다 보니 솔직히 중노동처럼 느껴진다. 누가 대신 답장 좀 해줬으면 하는 마음"이라고 토로했다.
실제로 온라인 포털 및 각종 SNS에선 '센스 답장 추천', '새해 감동 문구' 등을 다룬 게시물들이 많은 공감 수를 받거나 인기를 끌고 있다. 일부는 유료 인사 문구 서비스나 연인, 가족 등 수신자 유형에 따라 문자 메시지 문구를 자동으로 추천해 주는 AI 추천 메시지 서비스를 이용하기도 한다.
◇ 소중한 사람과 진심 나누는 '새해 인사' 퇴색하지 말아야
일부 청년들은 은사, 직장 동료 등 소중한 인연을 이어간 사람들에게만 진심이 담긴 인사를 드리는 식으로 새해 인사를 갈무리할 계획이라고 전하기도 했다. 형식적인 문자로 서로에게 부담이 될 바엔 소수의 사람들에게 확실한 마음을 전하는 게 진짜 '새해 인사'의 취지에 맞다는 생각에서다.
직장생활 3년 차인 신모씨(28)는 "올해는 같은 팀 사람들과 퇴근 전 서로 덕담을 주고받고 새해 인사를 마무리한 뒤 서로 문자 같은 건 보내지 말자고 이야기했다"며 "새해 인사의 의미가 퇴색한 것 같아 안타깝다"고 덧붙였다.
2년 차 직장인인 권모씨(29)는 "과거의 은사님, 친한 친구들과 선후배 정도에만 매년 장문의 메시지를 보내며 인사를 해 왔다"며 "부모님도 웬만하면 모두에게 돌리는 게 좋지 않냐고 하시지만 형식적인 인사는 받는 사람도 드리는 사람도 부담일 거라는 생각이 여전히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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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대학을 졸업했다고 밝힌 조모씨(27)는 "나를 생각해 주는 건 감사한 일이지만 형식적인 내용이라 '풍요 속 빈곤'이라는 느낌이 든다"며 "오히려 몇 년 만에 연락이 오는 친구라도 예전의 추억 이야기를 하며 인사하는 게 정말 '새해 인사' 취지에 맞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제공=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