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앰네스티는 구글이 디지털 성범죄를 경험한 한국의 여성·소녀들의 오랜 캠페인에도 비동의 성적 촬영물을 삭제하는 신고 시스템이 미흡하다고 8일 비판했다.
여전히 비동의 성적 촬영물 삭제 요청 신고 시스템 양식을 찾기 어렵고, 양식을 찾아 작성해도 제출하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또 신고가 접수된 후에도 처리 과정에서 소통이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구글, 문제 해결하거나 완화할 시간 충분했지만 개선은 미흡"
국제앰네스티는 1년 전 오늘 생존자들과 활동가들의 수년간의 활동 끝에 구글에 신고 시스템의 결함을 해결해 줄 것을 요구하는 글로벌 탄원을 시작했다고 8일 밝혔다.
국제앰네스티 동아시아·동남아시아지역 밍 유 하(Ming Yu Hah) 캠페인 국장은 “디지털 성범죄 피해를 경험한 한국의 여성과 소녀들의 요구는 간단하다. 폭력적이고 트라우마를 불러일으키는 촬영물을 온라인에서 제거하는 것”이라면서 “하지만 구글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신고 시스템으로 인해 이를 계속 어렵게 만들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구글에게는 앰네스티가 작년에 처음으로 생존자들의 이야기를 회사와 공유하기 훨씬 전부터 문제를 해결하거나 최소한 완화할 충분한 시간이 있었지만, 개선은 미흡했다”며 “구글은 자사 서비스의 결함으로 인해 지속되고 있는 성착취 생존자들의 피해를 완화하기 위해 시급히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제앰네스티가 지난 2022년 12월 8일 발표한 조사에 따르면, 구글이 비동의 성적 촬영물에 대한 게시 중단 요청을 신속하게 처리한다면 생존자의 고통을 크게 완화될 수 있다.
하지만 구글이 이를 신고 과정에 충분히 적용하지 못함으로써 여성과 소녀들은 장기간의 신체적, 정신적 피해에 노출되고 있다는 것이 국제앰네스티의 주장이다. 생존자들은 아직도 적절한 신고 양식을 찾기가 어렵고, 신고 대상 콘텐츠를 나누는 카테고리가 모호하다는 것.
이에 올해 구글은 결함이 확인된 몇몇 페이지를 수정 및 업데이트 했다. 그동안 복잡한 단계를 거쳐야 했던 신고 양식 페이지 중에 ‘법적 사유로 인한 콘텐츠 신고’ 양식으로 바로 이동할 수 있는 단일 버튼을 마련했다. 하지만 생존자들은 이런 변화를 안내받지도, 체감하지 못했다고 국제앰네스티는 지적했다.
아직도 드리워진 'N번방' 그림자
2020년 3월 한국의 취재단은 여성과 소녀들의 성착취 영상을 포함해 수천개의 동의 받지 않은 영상이 8개의 텔레그램 비밀채팅방에서 암호화폐로 거래되고 있다는 사실을 폭로했다. 한국 경찰은 6만 명 이상이 'N번방' 사건으로 통칭하는 채팅방에 입장해 범죄를 방관하거나 일조했다고 추산했다. 가해자들은 기존의 영상을 이용해 생존자들을 지속해서 협박함으로써 성착취물 등을 추가로 촬영하도록 강요하기도 했다.
국제앰네스티에 따르면 몇몇 N번방 채팅방 운영자들이 구속됐음에도 N번방 내 유통된 피해물을 비롯한 다수의 비동의 성적 촬영물들이 여전히 구글 검색 결과에 표시되고 있다. 가해자들은 기존의 영상을 이용해 생존자들을 지속해서 협박함으로써 성착취물 등을 추가로 촬영하도록 강요했다.
비동의 성적 촬영물과 생존자의 개인정보를 삭제하지 않는 한, 가해자가 처벌을 받더라도 여성과 소녀들은 더 큰 피해나 범죄에 노출될 수 있다. 그러나 생존자들이 온라인에서 피해물을 삭제하기 위해 구글의 신고 시스템을 사용하는 과정에서 답답함과 혼란을 겪으면서 피해를 입었다.
밍 유 하 캠페인 국장은 "구글은 지난 1년 동안 문제 해결을 위해 몇 가지 시도를 했다고 주장하지만, 피해자에게는 그 이상이 필요하다. 국제앰네스티는 여성인권옹호자들의 요구를 재차 강조하며 구글에 삭제 신고 절차 간소화를 요청한다"며 "구글은 또한 비동의 성적 촬영물의 재유포를 막기 위해 보다 실질적인 조치를 시작해야 한다. 신고 내용을 검토할 때 생존자 중심의 접근법을 취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제앰네스티는 "구글은 생존자에 대한 인권 책임을 이행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유엔 기업과 인권 이행원칙'은 모든 기업의 인권 존중할 책임을 명시하고 있다. 이에 따르면 모든 기업은 자신의 활동이 인권에 부정적인 영향을 초래하거나 이에 기여하는 것을 방지하고, 부정적 영향이 발생했을 때 대처할 책임이 있다.
구글은 자체 인권 정책에서 "유엔 기업과 인권 지도 원칙에 따라 확립된 기준을 준수하고 있다"고 기술했다.
밍 유하 국장은 “구글은 이런 피해물을 신속하게 제거하지 못함으로써 인권 책임을 이행하지 못하고 있다”며 “구글은 생존자의 경험을 시스템의 중심에 두고, 이를 보다 직관적으로 만들고 또 다른 트라우마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기 위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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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디지털 성범죄의 생존자들은 동의하지 않은 성적 착취물 삭제를 비롯해 각종 필요한 지원을 구글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구글은 이런 지원을 제공하는 데 더 적극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지난 5일 구글은 국제앰네스티 질의에 "기술을 활용한 젠더기반폭력에 맞서 싸우기 위해 오랫동안 노력해 왔다"고 밝혔다. 또 “생존자들이 '다양한 온라인 플랫폼 및 서비스'에서 삭제 요청을 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음을 인정하고, 사용자가 구글 서비스 정책을 이해할 수 있도록 투명성 센터와 한국 전기통신사업법에 따라 도움말 센터 페이지를 만들었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