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행 열흘 남은 비대면진료 보완방안…의료계 우려↑

초대형 약배송 도매상 등장 경고…"비용 증가·의료체계 혼란 야기"

헬스케어입력 :2023/12/06 19:43    수정: 2023/12/06 21:49

시행까지 열흘 남은 비대면진료 시범사업 보완방안을 두고 의료계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대한개원의협의회는 6일 오후 서울 용산 대한의사협회에서 비대면진료 시범사업 폐기를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김동석 회장은 “의료 패러다임을 바꾸는 정책임에도 의료계 합의 없는 일방적 확대 발표에 분노한다”라며 “대면진료로 피할 수 있는 오진의 위험성 증가로 피해는 직접 환자에게 돌아가고 법적 책임은 의료진에게 전가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특히 “진료는 비대면이 되고 복약지도는 대면으로만 해야 한다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라며 “이는 결국 대체조제로 이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비대면 진료가 확산되면 모든 약을 비치할 수 있는 초대형 도매상을 통한 약 배달이 이뤄질 수 있다는 주장이다.

대한개원의협의회는 6일 오후 서울 용산 대한의사협회에서 비대면진료 시범사업 폐기를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김양균 기자)

이어 “적정 수가조차 못 주는 현실에서 중간유통업자인 플랫폼을 만들고 환자와 의사 사이에 개입시키는 비대면 진료 시스템은 비용 증가와 의료 체계 혼란을 야기할 것”이라며 “현재의 재진환자 비대면 진료 플랫폼은 공익목적으로만 사용되어야 하고 정부나 대한의사협회에서 운영하도록 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그러면서 “대한개원의협의회는 잘못된 정책으로 국민 생명권의 위해가 발생할 수 있다는 판단이 되면 비대면진료 시범사업 참여 거부를 선언할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임현택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장은 “복지부의 대국민 사기극”을 운운하며 비판했다. 김 회장은 복지부가 코로나19 유행 기간 동안 허용했던 2만5천600여개소의 의료기관에서 3천661만 건의 비대면 진료에서 별다른 문제가 없었다는 발표가 사실과 다르다는 주장이다.

그는 “소아는 증상호소가 모호해 진단이 어렵고 증상이 급격하게 진행돼 사망에 이르기까지 시간이 짧다”라며 “(비대면진료가) 문제가 없는 정책이라면 (복지부 장관과 제2차관은) 아이들이 사망했을 때 ‘내가 배상하고 감옥에 가겠다’고 국민들에게 말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재연 대한산부인과의사회장은 “거주지 기준은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한 비대면진료 허용으로 보아야 한다”라며 “앱을 통하지 않고 야간에 약을 처방했을 때 어디서 약을 받아야 하는지를 알 수 없어 결국 앱을 통해야 하는 만큼 비대면진료는 플랫폼 회사를 위한 제도”라고 지적했다.

이어 “의원급에서는 비대면진료 앱을 통한 약 처방이 불가능한 실정”이라며 “시간이 가면 의원급 대신 병원급 당직의에 의존하게 될 수 있어 의원급의 초토화를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또 대한정신건강의학과의사회가 5일부터 6일까지 425명의 의사들을 상대로 실시한 온라인 설문조사에 따르면, 확대된 비대면 진료 참여 여부에 대해 “비대면 진료는 하지 않는다”는 답변을 한 응답자는 396명(93.17%)으로 나타났다.

김동욱 대한정신건강의학과의사회장은 “비대면진료를 많이 보는 의원은 플랫폼 내 노출이 빈번해져 결국 상업적 의료로 이어질 수 있다”라며 “안전성이 검증되지 않으면서 의료계가 플랫폼에 종속되는 한편, 의료비용 증가 등을 초래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렇듯 의사단체들이 우려하는 이유는 기존 비대면진료 시범사업 보다 한층 ‘문이 열렸기’ 때문이다. 오는 15일부터 적용되는 보완방안의 골자는 의원급 의료기관 비대면진료 대상인 ‘대면 진료 경험이 있는 환자’ 기준을 질환에 관계없이 6개월 이내 대면 진료를 한 적이 있는 환자로 확대하기로 한 것이다. 또 비대면진료 예외 허용지역에 응급의료 취약지도 추가된다. 아울러 휴일 및 야간에 진료 이력에 관계없이 비대면 진료도 허용된다.

지난 1일 박민수 보건복지부 제2차관이 비대면진료 시범사업 보완방안에 대해 브리핑하는 모습 (사진=보건복지부)

시민단체도 부정적 “尹정부, 의료영리화 추진하나”…업계는 “환영”

이유는 다르지만 시민단체도 이번 복지부 결정에 부정적이다.

‘의료민영화 저지와 무상의료 실현을 위한 운동본부’(이하 무상의료운동본부)는 이번 복지부의 결정을 “플랫폼 업체의 존속과 이익을 최우선으로 고려한 친기업, 친시장적 정책”으로 규정하며, “정부가 의료 접근성 제고를 위한 공공의료 확충은 외면한 채, 겨우 6개월 시범사업을 하고 제대로 된 평가도 없이 또다시 접근성 운운하며 이를 대폭 확대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비대면진료 확대는 의료비를 높여 환자와 건강보험 재정만 축낼 것”이라며 “윤석열 정부가 계속해서 비대면 진료를 확대하는 것은 의료 민영화를 진척시키겠다는 의지를 보여준 것”이라고 맹비난했다.

반면, 업계는 정부의 이번 발표를 환영하고 있다.

한 비대면진료 플랫폼 관계자는 “이번 보완 방안이 국민들의 의료 접근성을 크게 향상시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라며 “이번 조치로 인해 전국 98곳의 응급의료 취약지에 사는 주민들의 의료접근성 증대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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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울러 “앞으로 응급의료취약지 주민들 및 워킹맘, 직장인 등 바쁜 일상을 보내는 많은 사람들에게도 도움이 될 것”이라며 “휴일과 야간에도 질병 관리와 의료 서비스 접근성이 개선되어 국민 건강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정부는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 한시적 비대면진료를 허용했다. 올해 6월 1일부터 코로나19 위기단계가 ‘경계’로 하향되면서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른 한시적 비대면진료는 공식 종료됐지만, 복지부는 제도화를 염두에 두고 ‘보건의료기본법’ 제44조에 따른 비대면진료 시범사업을 시행해왔다. 이번 보완방안은 그간의 시범사업 과정에서 도출된 각계의 의견을 반영한 결과라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