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반도체 리드프레임·BGA, 우리가 최고"...해성디에스 창원공장 증설 현장

'릴투릴' 방식 생산·효율성 극대화…'차량용 고객사에서 주문 늘고 있어"

반도체ㆍ디스플레이입력 :2023/11/27 13:58    수정: 2023/11/27 16:28

지난 23일 경상남도 창원시 소재의 해성디에스 사업장을 방문했다. 사업장은 오전부터 시설공사로 매우 분주한 모습이었다. 현재 해성디에스는 오는 2025년까지 총 3천880억원을 들여, 리드 프레임 및 BGA(볼-그리드-어레이) 생산능력을 기존 대비 20% 증대시키기 위한 미래 핵심 투자를 한창 진행 중이다.

반도체 시장은 거시 경제의 악화로 극심한 부진을 겪어 왔다. 그럼에도 해성디에스가 투자에 적극 나서는 배경에는 중장기적으로 차량용 반도체 및 메모리 시장 내에서 점유율을 지속 확대할 수 있다는 자신감에 있다.

이날 기자들을 사업장으로 안내한 김준현 해성디에스 상무는 "리드프레임과 BGA 시장은 기술적으로 높은 진입장벽을 가진 시장"이라며 "특히 해성디에스는 독자적인 도금 기술, 뛰어난 생산 효율성으로 경쟁사와 차별화된 강점을 가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해성디에스 창원사업장 내 증설 현장(사진=장경윤 기자)

해성디에스 핵심 사업의 두 축은 리드프레임과 패키지 기판의 일종인 BGA다. 두 제품 모두 반도체 기판과 칩을 연결하는 데 쓰인다. 매출 비중은 리드프레임이 65%, BGA가 35% 수준이다.

리드프레임은 반도체 칩을 외부 회로와 연결하는 리드, 칩과 기판을 고정시키는 프레임으로 구성된다. BGA 대비 칩 크기가 커지지만, 열적·전기적 특성이 좋고 제조비용이 저렴하다는 장점이 있다.

때문에 리드프레임은 신뢰성이 중요한 차량용 반도체를 중심으로 견조한 수요를 보이고 있다. 해성디에스는 인피니언, ST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 NXP, TI(텍사스인스트루먼트) 등 글로벌 차량용 반도체 기업들과 모두 거래하고 있다. 특히 해성디에스는 리드프레임에 원천 특허를 보유한 도금 기술인 'u-PPF'를 적용했다.

리드프레임은 칩과 기판을 얼마나 튼튼하게 연결해주는 지가 관건인데, u-PPF는 접합부 표면을 울퉁불퉁하게 만들어 접착력을 강화시킬 수 있다.

BGA는 리드프레임 다음 세대의 기술로, 미세한 공 모양의 납을 이용해 칩과 기판을 연결한다. 해성디에스는 국내 주요 메모리반도체 업체 두 곳에 주로 D램용 BGA를 납품하고 있다.

해성디에스 리드프레임 생산라인 내부 전경. 각 제품이 릴투릴 방식으로 연속 생산되고 있다(사진=해성디에스)

해성디에스 '릴투릴' 방식 제조라인, 생산성 극대화 돋보여

해성디에스의 리드프레임 공장은 생산 방법에 따라 SLF(Stamped IC Lead FRAME), ELF(Etched IC Lead FRAME) 라인으로 나뉜다. BGA를 주력으로 생산하는 패키지기판 라인까지 더하면 총 3개의 생산 라인이 가동되고 있다.

각 라인이 생산하는 제품은 다르지만, 모두 '릴투릴(Reel-to-Reel)' 방식으로 효율성을 높였다는 공통점이 있다. 릴투릴은 원소재를 두루마리 형태로 감아 제품을 연결된 상태로 생산하는 기술이다. 개별 단위로 제품을 순차적으로 생산하는 시트(Sheet) 방식 대비 생산 속도와 비용 면에서 유리하다.

릴투릴 방식은 리드프레임 분야에서 타 경쟁사도 도입한 사례가 있다. 그러나 BGA 라인에 릴투릴 방식을 도입한 기업은 국내에서 해성디에스가 유일하다.

또한 해성디에스는 각 제조 공정을 하나의 연속공정으로 처리하는 인라인 방식을 도입하고 있다. 예를 들어 ELF 공정은 전처리, 라미네이트, 노광, 현상, 식각, 박리 등 여러 공정을 거친다. 경쟁사는 이 공정을 크게 세 단계로 나눠 진행하지만, 해성디에스는 모든 공정을 한 단계로 통합했다.

박동훈 ELF 그룹장은 "해성디에스의 풀(Full) 인라인 시스템은 특허 등록이 돼 있어 타 경쟁사들은 따라올 수 없는 영역"이라며 "공정을 나눠서 진행할 때 발생하는 대기시간을 줄여 생산 속도가 빠르다"고 강조했다.

해성디에스가 생산 중인 패키지기판 샘플(사진=해성디에스)

N-프로젝트 등 미래 준비도 '착착'

해성디에스는 생산능력 확장을 위한 투자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오는 2025년까지 3천880억원을 투자해 생산능력을 기존 대비 20% 증대시키기 위한 'N-프로젝트'를 가동 중이다. 프로젝트가 완료되면 해성디에스의 총 생산능력은 1조 2천억원 수준까지 높아질 전망이다.

이를 위해 해성디에스는 창원사업장에 폐수처리장, 사무동, 제조동 등 다양한 시설을 건설하고 있다. 내년 하반기까지 모든 시설을 완공하고 설비를 이설하는 것이 목표다. 사업장 확장에 따른 총 116대의 신규 설비 발주도 이미 진행되고 있다.

심창한 N-프로젝트 그룹장은 "건설에 1천880억원, 설비에 약 2천억원을 투입할 예정"이라며 "반도체 시장이 내년 하반기부터 업턴으로 돌아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만큼, 미리 대응할 수 있게 준비 중"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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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외에도 해성디에스는 전력반도체로 사업 확장을 계획하고 있다. 지난해 9월 피에스엠씨의 필리핀법인인 PSMP를 인수해, 현재까지 전력반도체 양산을 위한 퀄 테스트 및 수율 향상 등을 진행하고 있다.

김준현 상무는 "차량용 반도체를 만드는 주요 고객사들이 해성디에스에 리드프레임과 전력반도체를 동시에 공급해달라는 요청이 있다"며 "현재 전력반도체 쪽 매출 비중이 크지는 않지만, 향후 이를 늘려나가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