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면 충돌한 오픈AI와 알트먼…재결합 가능할까

이사회, 논란 커지자 '복귀 타진'…알트먼, '새회사 설립'도 고려

컴퓨팅입력 :2023/11/19 20:46    수정: 2023/11/20 10:19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 기자 페이지 구독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금요일의 쿠데타’로 쫓겨난 샘 알트먼은 어떤 선택을 할까? 극적으로 화해하면서 회사로 돌아올까? 아니면 어정쩡한 동거를 끝내고 자신만의 길을 걸어갈까? 

17일(현지시간)  단행된 오픈AI 이사회의 샘 알트먼 최고경영자(CEO) 해임사태가 예측 불허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처음엔 알트먼 해임을 주도한 일리야 수츠케버를 비롯한 이른바 ‘효율적 이타주의자들(Effective Altruists)’이 회사의 주도권을 잡는 듯했다. 하지만 주주들과 일부 직원들이 강하게 반발하면서 한 치 앞을 내다보기 힘든 상황으로 전개되고 있다.

샘 알트먼. (사진=지디넷닷컴)

이런 가운데 미국 IT 전문매체인 디인포메이션이 오픈AI 이사회에서도 알트먼 복귀를 추진하고 있다고 보도해 눈길을 끌었다.

디인포메이션은 제이슨 권 오픈AI 최고전략책임자(CSO)의 내부 메모를 인용, “오픈AI가 샘 알트먼, 그렉 브록먼을 비롯해 이번 사태로 떠난 핵심 직원들의 복귀에 대해 낙관적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전했다.

■ "마이크로소프트 등 주요 주주도 알트먼 복귀 중재" 

이사회가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는 것은 알트먼 해임 이후 내외부 상황이 만만치 않게 진행되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회사의 얼굴이나 다름 없는 알트먼이 깜짝 해임되면서 내부 직원들이 심하게 동요하고 있다. 당장 알트먼에 이어 이사회 의장을 맡고 있던 그렉 브록먼 사장도 회사를 떠나겠다고 선언했다. 당초 오픈AI 이사회는 그렉 브록먼은 이사회 의장직은 내려놓지만 사장 자리는 그대로 유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브록먼은 ‘알트먼 축출’에 곧바로 회사를 떠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여기에다 핵심 개발자 들 중에서도 일부가 이탈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알트먼이 새로운 회사를 설립할 경우 미련 없이 따라갈 것이라고 외신들은 전망했다.

샘 알트먼(가운데)과 일리아 수츠케버(오른쪽)가 지난 6월 텔아비브대학에서 한 무대에 올랐다. (사진=위키피디아)

더 부담스러운 것은 외부 투자자들의 행보다. 일부 오픈AI 투자자들은 이사회에 알트먼을 다시 데려오라고 압력을 가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가 전했다.

월스트리트저널 역시 비슷한 소식을 전했다. 이 신문에 따르면 오픈AI 양대 투자사인 마이크로소프트와 스라이브 캐피털은 ‘알트먼 복귀’를 위해 중재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오픈AI에130억 달러를 투자, 영리기업 지분 49%를 갖고 있는 최대 주주다. 스라이브 캐피털은 마이크로소프트에 이은 2대 주주다.

이들 뿐 아니라 다른 투자자들도 ‘알트먼 복귀’에 동조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이 전했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알트먼 역시 복귀에 대해서도 진지하게 검토하고 있다. 다만 알트먼은 복귀 조건으로 이사회와 회사 지배구조를 새롭게 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이 전했다.

알트먼이 내걸고 있는 두 가지 요구 조건은 이번 사태를 주도한 ‘효율적 이타주의자들’ 입장에선 받아들이기 쉽지 않은 내용들이다. 알트먼을 해임한 명분을 거둬들이라는 요구나 다름 없기 때문이다.

■ 알트먼, '이사회와 기업구조 개혁'을 복귀조건으로 내걸어 

오픈AI는 2015년 창업 당시 비영리 조직이었다. 그들은 인류에게 이익을 주는 방향으로 AI를 개발한다는 비전을 내세웠다.

하지만 대용량언어모델(LLM) 훈련 과정에서 자금난에 직면하게 되자 현실적인 선택을 하게 됐다. 2019년 오픈AI글로벌(OpenAI Global LLC)이란 영리 자회사를 설립한 것. 당시 영리기업 설립을 주도한 것이 샘 알트먼이다.

다만 오픈AI는 영리기업으로 완전히 변신하지는 않았다. 어쩔 수 없이 영리 활동을 하긴 하지만, 이익 상한선을 두기로 했다. 상한선을 넘어가는 이익은 비영리 모회사에 기부한다.

그 결과 ‘이익제한기업(Capped-profit company)’이라는 독특한 기업 구조가 탄생하게 됐다. 기업의 모든 주요 의사 결정은 비영리 모회사가 내린다. 그러다보니 오픈AI 이사회는 ‘주주 이익’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일반 기업의 이사회와는 성격이 많이 다른 편이다.

오픈AI의 독특한 기업 구조. 이사회 밑에 비영리 회사와 영리자회사가 병립하는 구조로 되어 있다. (사진=오픈AI)

이들은 오히려 ‘오픈AI 헌장’ 같은 회사의 비전을 지키는 것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 ‘오픈AI 헌장’은 ▲이익 광범위하게 배포 ▲장기적인 안전 ▲기술 리더십 ▲협업 지향 등 4대 원칙으로 구성돼 있다.

오픈AI가 챗GPT로 생성AI 경쟁을 주도하면서도 범용인공지능(AGI)의 위험성과 규제 필요성에 대해 누구보다 큰 목소리를 내 온 것도 이런 구조와 관련이 있다.

‘새로운 이사회’와 ‘새로운 지배구조’란 알트먼의 요구를 받아들일 경우 이런 원칙을 모두 포기해야만 한다. 사실상 ‘효율적 이타주의자들’이 백기를 드는 것이나 다름 없는 상황인 셈이다.

■ NYT "알트먼, 투자 유치 위해 손정의도 만났다"

알트먼은 회사 복귀가 여의치 않을 경우 새로운 기업을 설립하는 문제도 진지하게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뉴욕타임스는 “알트먼이 오랜 동료였던 브록먼과 함께 새로운 인공지능 전문회사를 설립할 계획이다”고 보도했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알트먼과 브록먼은 오픈AI 이사회로부터 해임된 17일 저녁 새 회사 설립 문제를 진지하게 논의했다. 둘은 새 회사를 설립할 경우 어떤 직원들이 합류할 지에 대해서도 따져봤다고 이 신문이 전했다.

샘 알트먼 오픈AI CEO(왼쪽)와 사티아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 회장

알트먼 해임이 발표된 직후 최소 3명의 오픈AI 직원이 사표를 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알트먼은 최근 몇 개월 동안 새로운 프로젝트를 들고 외부 투자자들을 다양하게 만났다고 뉴욕타임스가 전했다. 그 중엔 중동 지역 투자자들도 있다고 이 신문이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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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트먼이 염두에 두고 있는 프로젝트 중에선 AI 전용 칩 개발 사업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애플 디자인을 총괄했던 조너선 아이브와 함께 AI 기기를 만드는 것도 알트먼이 구려하고 있는 사업 중 하나다. 그는 이 프로젝트를 위해 손정의 회장과도 회동했다고 뉴욕타임스가 전했다.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sini@zdne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