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동력 수액 주입"…다이슨 국제 공모전서 한국팀 첫 우승

환자 이송 시 수액팩 들고 있어야 하는 불편함 개선

홈&모바일입력 :2023/11/16 00:31

"재난 현장에서 중력과 전기에 의존하는 기존 수액 주입 방법의 한계를 정확하게 파악했네요. 손으로 들고 다닐 필요 없는 훨씬 실용적인 형태의 솔루션이에요. 의료진 수고를 덜어주고 그 시간에 다른 생명을 구하는 작업에 몰두할 수 있겠어요."

국제 학생 엔지니어링 및 디자인 공모전 '제임스 다이슨 어워드 2023' 심사에 참여한 제임스 다이슨은 우승작에 이같은 심사평을 전했다.

다이슨은 제임스 다이슨 어워드 2023 최종 결과를 15일 발표했다. 올해 출품작 1천970건 가운데 국제전 우승작과 지속가능성 부문 우승작, 인도주의 부문 우승작이 각 1건씩 선정됐다.

올해 국제전 우승작에는 최초로 한국팀 아이디어가 선정됐다. 홍익대학교 디자인엔지니어링 융합 전공을 수강하는 재학생들이 출품한 '골든 캡슐'이다.

제임스 다이슨 어워드 2023 국제전 우승팀 '골든 캡슐(The Golden Capsule)' 팀 (사진=다이슨)

■ "수액팩 중력 원리 대신 탄성력·기압차 활용"

국제전 우승작 '골든 캡슐'은 응급용 무동력 수액 주입 장치다. 재난 현장에서 환자 이송 시 수액팩을 들고 있어야 하는 불안정한 상황과 불편함에 주목해 개발한 아이디어다.

홍익대학교 재학생 4명으로 구성된 팀은 지난 2월 튀르키예-시리아 지진 피해 현장에서 의료진들이 환자를 이송하면서 손에 여러 개의 수액팩을 높이 들고 이동해야 하는 위험한 상황을 보고 본격적인 개발에 착수했다.

기존 수액팩은 중력의 원리로 높이 차를 확보해 수액을 주입하는 방식을 택하기 때문에 지형이 고르지 않고 험난한 재난 현장에서 사용하기 불편하다는 한계점이 있었다.

제임스 다이슨 어워드 2023 국제전 우승작 '골든 캡슐' (사진=다이슨)

골든 캡슐은 탄성력과 기압차를 이용한 방식을 채택했기 때문에 수액 주입을 위해 높이 차를 확보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에서 의료진들의 불편함을 덜었다. 주입 속도를 제어하기 위한 전기 장치도 필요하지 않다.

골든 캡슐 팀은 의료 전문가들과 협력해 수액팩이 필요한 다양한 현장에서 사용될 수 있도록 프로토타입을 개선하고 사용자 테스트를 지속할 계획이다. 향후에는 대량 생산을 통해 의료 현장의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골든 캡슐 팀은 "재난 현장뿐 아니라 병원에서도 기존 수액팩을 대체할 새로운 표준으로 자리잡기를 희망한다"고 전했다.

■ "폐유리 활용·전력 소비량 감축 한 번에"

올해 지속가능성 부문 우승작인 '이-코팅'은 지붕과 외벽에 바를 수 있는 폐유리를 활용한 코팅재다. 건물 외부 태양광 흡수율을 감소시켜 결과적으로 건물 내부를 냉각하기 위해 사용하는 전력 소비량을 줄여준다.

이-코팅을 개발한 학생들은 홍콩 출신이다. 홍콩에서는 에어컨을 가동하는데 소비되는 전력량이 전체의 31%를 차지하며, 매일 47만개가 넘는 유리병이 쓰레기 매립지에 버려진다.

제임스 다이슨 어워드 2023 지속가능성 부문 우승작 '이-코팅(E-COATING)' (사진=다이슨)

제임스 다이슨은 "이-코팅은 폐유리를 활용했다는 점과 결과적으로 전력 소비량을 감소시킨다는 점에서 두 가지 친환경적 솔루션을 담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코팅 팀은 제임스 다이슨 어워드 지속가능성 부문 우승에 따른 상금으로 부착력과 적용 범위를 개선하는데 주력하고, 실내에서도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연구해 나갈 예정이다.

■ "부상자 후송 트레일러, 우크라이나·폴란드서 검증 중"

폴란드 출신 피오트르가 개발한 '라이프 채리엇'은 고리가 장착되어 있는 운송 수단이라면 사용 가능한 오프로드 전용 의료 후송 트레일러다.

피오트르는 작년 초 발발한 우크라이나 전쟁을 목격하며 험난한 환경에서는 의료 후송이 어렵다는 문제에 착안해 솔루션을 개발했다.

라이프 채리엇은 무게가 가볍고 차체 무게를 받쳐 주는 장치가 있어 부상자가 안전하게 후송되도록 돕는다. 들것에 누워있는 부상자를 위한 공간과 함께 의료진이나 가벼운 부상자를 위한 좌석도 설계했다.

제임스 다이슨 어워드 2023 인도주의 부문 우승작 '라이프 채리엇' (사진=다이슨)

라이프 채리엇은 초기 모델 2대가 우크라이나 의료 군부대와 폴란드 의료 자원 단체에 전달됐다. 산악과 숲, 동굴, 광산 등과 같은 험난한 지형에서 테스트가 진행됐다.

피오트르는 전선에서 라이프 채리엇을 사용 중인 의료진 피드백을 바탕으로 한계점을 보완해 나가고 있다. 산악 구조 목적으로 개조하는 작업도 현재 진행 중이다.

이번 대회 모든 부문 우승작에는 각 3만 파운드(약 4천900만 원) 상금이 수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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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제임스 다이슨 어워드는 제임스 다이슨 재단이 차세대 인재 양성을 위해 2005년부터 매년 열고 있는 국제 학생 엔지니어링 및 디자인 대회다.

젊은 인재들이 다르게 생각하고 발명하는 경험을 통해, 엔지니어링의 잠재력을 실현하고 도전 의식을 가질 수 있도록 지원하자는 취지에서 열렸다. 국내에서는 2016년부터 시작되어 올해로 8회째를 맞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