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전자 변형 마우스(쥐)는 바이오 및 의학 연구에 필수적인 실험 동물이다. 우리나라가 지난 10년 간 구축한 마우스 정보 인프라를 바탕으로 소형 포유류나 제브라피시 등 다른 실험 동물 및 모델 동물 인프라 구축에 나선다.
국가마우스표현형분석사업의 10년 활동을 돌아보기 위해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후원으로 14일 서울 더플라자호텔에서 열린 성과전시회에 앞서 성제경 국가마우스표현형분석사업단(KMPC) 단장은 기자들을 만나 "고도화된 백신이나 치료제 등을 만들기 위해선 이를 뒷받침할 바이오 인프라도 중요하다"라며 "마우스 정보 및 활용 인프라인 KMPC를 통해 생명과학의 빼놓을 수 없는 소재인 마우스의 연구 활용 문턱을 낮출 수 있었다"라고 말했다.
쥐는 인간과 99%의 유전자를 공유한다. 유전자에 문제가 있을 때 나타나는 질병이나 증상도 비슷하다. 원하는 유전자에만 변이를 일으킨 유전자 변형 마우스(GEM)가 생명과학이나 의학 연구의 필수 소재인 이유이다. 유전자 변형 마우스를 만들고, 그에 따라 나타나는 해부, 생리, 병리학적 변화인 표현형을 분석해 연구에 활용한다.
하지만 필요에 따라 유전자 변형 마우스를 만드는 데는 많은 기술력과 비용이 필요해 주로 선진국을 중심으로 연구가 이뤄졌다. KMPC는 세계적 수준의 마우스 자원과 표현형 분석을 제공하고 국내 바이오 연구를 지원하기 위해 2013년 출범했다.
차세대 유전자편집 기술을 활용해 연구자가 필요로 하는 마우스를 만들고, 만들어진 마우스 및 표현형 정보는 데이터베이스로 정리되어 연구자가 온라인에서 쉽게 확인할 수 있게 했다. 지금까지 연구에 필요한 쥐 500여 종을 제조하고, 국내외 유전자변형쥐 자원 정보를 원스톱 제공하는 도서관 개념의 마우스종합서비스포털(MOP, Mouse One Portal)도 운영한다. 연구자 개인적으로 해야 했던 마우스 확보 및 표현형 분석을 공공 인프라를 통해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또 국제마우스표현형분석컨솟엄(IMPC)에도 가입해 글로벌 연구 네트워크를 구축했다. 성 단장은 "과거 1년에 마우스 10마리도 만들지 못 했던 우리나라가 이젠 연간 500마리를 만든다"라며 "항상 외국 과학자들에게 마우스를 받아 연구하는 수입국이던 우리가 이제는 마우스 수출국이 됐다"라고 말했다.
이같은 역량은 코로나19 팬데믹 때 큰 역할을 했다. 쥐는 코로나19에 걸리지 않는다. 백신이나 치료제를 만들려면 코로나19에 감염되도록 유전자를 변형한 마우스가 필요했지만, 선진국들은 자체 연구에 쓰느라 마우스를 거의 공유하지 않았다. 성 단장은 "당시 KMPC는 3천 마리의 마우스를 만들어 50여 종의 코로나19 백신 및 치료제 연구에 제공했다"라고 말했다.
KMPC로 인해 외국 마우스 인프라에서 소홀히 하기 쉬운 한국인 특유의 유전적 변이에 대한 연구도 가능해졌다. 한국인에게만 나타나는 청각 장애 유발 유전자를 찾아 치료법을 찾는 등의 연구가 이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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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MPC 사업은 이달 19일 종료된다. 하지만 바이오 인프라 분야 역량을 인정 받아 사업 종료 후에도 실험 동물 및 모델 동물 관련 인프라를 구축하는 역할을 이어가게 된다. 랫드나 미니돼지, 원숭이, 마모셋, 제브라피시, 예쁜꼬마선충, 초파리 등 바이오 연구에 널리 쓰이는 동물들을 제작하고 정보를 구축한다.
이를 위해 지난해 정부의 생명연구자원 부문 책임기관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이 부분 책임기관은 한국생명공학연구원과 KMPC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