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보다 못하네…탁하고 옅은 단풍

평년보다 따뜻한 날씨에 물들 시기 놓쳐

생활입력 :2023/11/04 09:11

온라인이슈팀

단풍 절정기를 지나고 있지만 최근 등산객 사이에선 "단풍 색깔이 작년만 못하다"는 얘기가 나온다. 붉은 당단풍나무와 노란 은행나무 모두 옅어지고 탁해졌다는 평이다.

4일 산림청의 '가을 단풍 예측 지도'에 따르면 지역마다 다소 차이가 있지만 올해 단풍 절정 시기는 10월 하순부터 11월 초다. 수종별로는 ▲당단풍나무 10월26일 ▲신갈나무 10월26일 ▲은행나무 10월28일이 절정기였다.

[서울=뉴시스] 김선웅 기자 =서울 남산공원에서 단풍이 물들어가는 모습. 2023.10.29. mangusta@newsis.com

산림청은 "당단풍나무에 단풍이 드는 시기는 매년 약 0.33일씩 늦어지는 경향을 보이고 있으며, 이는 7~9월 평균기온 상승에 원인이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고 밝혔다.

기상청도 올해 설악산의 단풍 시작일이 평년(9월28일)보다 이틀 늦었다고 발표했다. 절정은 지난 10월23일로 평년(10월 17일)보다 일주일 가까이 늦춰졌다.

이미 11월 초지만 단풍 명소 곳곳에서는 아직도 초록색과 옅은 색의 단풍이 뒤섞여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이는 지구 온난화에다 한반도를 둘러싼 고기압의 영향으로 이번 가을이 유난히 따뜻했기 때문이다.

단풍은 하루 최저기온이 5도 이하로 떨어지면 광합성으로 생긴 영양분이 줄기로 이동하지 못하게 돼 발생한다. 푸른빛을 띠는 엽록소가 파괴되고 나뭇잎 속에 숨어있던 붉은색·노란색 색소가 드러나 색이 변하는 것이다. 일교차가 크고 맑은 날씨가 이어질수록 색깔이 더욱 짙고 선명해진다.

2023 단풍 예측 지도 (출처=산림청)

그러나 올가을은 평년보다 높은 기온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 2일에는 남부지방 기온이 최고 30도까지 오르는 등 전국 낮 기온이 역대 11월 최고기온을 경신했다. 이 추세대로라면 올해 11월은 기상 관측 이래 가장 따뜻한 11월이 될 전망이다.

박중환 기상청 예보분석관은 "최근의 고온 현상은 대기 상층 순환으로 북쪽의 찬 공기가 남하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며 "이번 주말까지 남쪽 고기압 가장자리에서 유입되는 따뜻한 공기와 북쪽에서 통과하는 기압골의 따뜻한 공기가 합쳐져 평년보다 높은 기온이 유지되겠다"고 밝혔다.

따뜻한 날씨로 단풍이 물들 시기를 놓친 셈이다. 기후변화가 이어지면 단풍이 물들 수 있는 기온대가 적어져 점점 색이 옅어질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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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주말부터 전국에 비가 내린 후에는 기온이 급강하고 바람도 많이 불어 단풍이 모두 떨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제공=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