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각국의 AI 서버용 칩 설계 업체들이 최근 동맹을 결성했다. 관련 시장을 선점하고 있는 거대 기업 엔비디아에 대항하기 위해서다. 리벨리온·사피온·퓨리오사AI 등 국내 토종 팹리스 3개사도 이례적으로 함께 뜻을 모았다. 각 기업이 뛰어난 기술력으로 업계의 주목을 받아온 만큼, 어떠한 시너지 효과를 창출할 수 있을 지 귀추가 주목된다.
2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주요 서버용 NPU(신경망처리장치) 스타트업 3개사는 지난달 미국 암페어 컴퓨팅(이하 암페어) 등과 'AI 플랫폼 얼라이언스'를 만들었다.
암페어는 지난 2017년 설립된 Arm 아키텍처 기반의 서버용 CPU 전문 팹리스다. 르네 제임스 인텔 전 사장이 창업한 회사로 업계의 주목을 받은 바 있다. 뛰어난 기술력을 인정 받아 Arm과 칼라일 그룹, 오라클 등 주요 기업들로부터 투자를 유치하기도 했다.
암페어는 지난달 중순 개방적이고 효율적인 AI 플랫폼을 만들기 위한 'AI 플랫폼 얼라이언스'를 출범시켰다. 해당 얼라이언스에는 암페어를 비롯해 총 10개 기업이 창립멤버로 참여했다.
회원사들은 대부분 세계 각국에서 AI용 반도체를 설계하는 기업들로 구성됐다. 이 중에는 국내 주요 서버용 NPU 설계기업인 리벨리온, 사피온, 퓨리오사AI 3개사도 모두 이름을 올렸다. 이들 3개사가 동일한 목표 하에 협업을 이루는 건 이번이 첫 사례다.
AI 반도체 기업들이 손을 맞잡은 가장 큰 이유는 현재 AI 반도체 시장을 사실상 독점하고 있는 엔비디아에 대적하기 위함이다.
얼라이언스 출범 행사에 참석한 국내 AI 반도체 기업 고위 관계자는 "각 AI 반도체 스타트업의 규모가 아직 작은 만큼, 힘을 합쳐 엔비디아에 대항할 수 있는 생태계를 만들자는 데 뜻이 모였다"며 "AI 반도체 스타트업들의 연합전선 형성이 본격화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본다"고 의의를 설명했다.
해당 얼라이언스는 암페어의 CPU와 각 회원사의 NPU를 연계해, 엔비디아에 견줄 만한 AI 통합칩을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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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반도체는 학습과 추론 과정에서 CPU와 GPU, 혹은 NPU 등 여러 시스템반도체와 메모리반도체가 유기적으로 연결된 구조를 갖추고 있다. 때문에 칩의 성능을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각 요소를 폭 넓게 고려한 설계가 필요하다.
엔비디아 역시 CPU와 GPU를 모두 자체 개발하고 있다. AI 플랫폼 얼라이언스 내 각 기업들은 개별적으로 이러한 역량을 갖추기가 힘들었던 만큼, 이번 협력으로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한 방안 모색에 적극 나설 것으로 관측된다. 따라서 향후 엔비디아가 사실상 독점하고 있는 AI 반도체 시장 질서에 변화가 있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