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ITP 기술산책] 글로벌 이차전지 열풍, 주인공은 누가 될까

전문가 칼럼입력 :2023/11/01 17:23

김도현 정보통신기획평가원 동향분석팀 책임

최근 미국 중서부 지역 65% 이상이 가뭄 피해를 겪은 것으로 나타났다. 작년 유럽은 이상폭염으로 6만 명 이상이 사망한 것으로 조사됐다. 기후변화는 더 이상 남의 얘기가 아닌 우리 주변으로 다가온 현실이다. 미국과 유럽, 중국 등 주요국은 ‘탄소중립’ 달성 목표를 위한 다양한 정책을 제시하고 있으며, 이 중 내연기관차 퇴출과 함께 전기차 전환을 핵심 과제로 적극 추진하고 있다. 이에 글로벌 전기차 시장은 연평균 약 17%로 높은 성장세를 보이고 있으며, 자연스럽게 후방산업인 ‘이차전지’ 산업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본격적인 글로벌 이차전지 주도권 경쟁이 시작된 가운데, 과연 미래 이차전지 시장의 진정한 주인공은 누가 될 것인지 귀추가 주목된다.

무한한 가능성을 보이는 이차전지 시장

이차전지 시장은 크게 삼원계 배터리와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로 양분돼 있다. 삼원계 배터리는 이차전지 표준처럼 쓰이는 ‘리튬이온전지’에서 양극재로 리튬코발트산화물(LCO)을 기본으로, 총 3가지 금속 원소를 혼합해 만든 배터리를 뜻한다. 주로 니켈(Ni), 코발트(Co), 망간(Mn) 혹은 니켈, 코발트 알루미늄(Ai) 조합으로 구성되며, 각각의 광물 이름을 따 ‘NCM’과 ‘NCA’로 불린다.

LFP 배터리는 여기에 양극재만 비싼 코발트 대신 리튬인산철(Li-FePO4)을 사용한 배터리로 정의된다. 두 배터리는 서로 정반대 장단점을 갖고 있으며, 그간 주행거리가 길고 충전 시간이 짧은 삼원계 배터리가 전기차의 메인 배터리로 활용돼 왔다. 그러나, 최근 코발트, 니켈 등의 원자재 비용이 치솟으면서 비교적 저렴하고 안정성이 높은 LFP 배터리가 다시 한번 주목받고 있는 추세다. 게다가 주요 완성차 기업들(테슬라, BMW, 폭스바겐 등)마저 연달아 LFP 배터리 채택을 발표하면서 LFP 배터리가 새로운 대세로 자리매김 해가는 모습이다.

아직은 불안정한 공급망 문제

이차전지 생산의 밸류체인은 크게 업 스트림(Up-Stream), 미드 스트림(Mid-Stream), 다운 스트림(Down-Stream) 순으로 구성된다. 업스트림은 광물을 채굴하고 정제하는 과정을 거치고, 미드 스트림은 각 소재(양극재, 음극재, 전해액, 분리막 등)를 셀로 합성하며 최종적으로 다운 스트림에서 조립해 배터리팩을 완성 후 소비자에게 납품하는 방식이다.

문제는 업스트림 과정에서 주로 발생한다. 이차전지를 구성하는 리튬, 니켈, 코발트, 망간, 구리(Cu) 등 주요 광물 생산국이 소수국가들에 편재돼 있다. 현재 리튬은 호주가 52%, 니켈은 인도네시아가 36%, 코발트는 콩고가 73%, 망간은 남아공이 37% 그리고 구리는 중국이 39%를 생산하고 있어, 다채로워진 공급망에 따른 관리 난이도가 높아지고 가격 변동성도 커지고 있다. 게다가 생산된 광물을 바탕으로 정제련을 만드는 과정은 대부분 중국에서 독점하고 있어(리튬 59%, 니켈 65%, 코발트 82%, 망간 93%) 중국 진영의 영향력 확대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최근 이차전지 산업 내에서는 역내 공급망 구축 및 중국 의존도 완화 등을 위한 미드 스트림에서 업스트림까지 ‘수직 계열화’를 구축하려는 현상이 점차 강화되고 있다. 대표적으로 미국은 자국 내 배터리 투자를 유도하는 ‘리쇼어링’, ‘프렌드쇼어링’ 전략 그리고 유럽은 탄소 배출량 규제를 통해 본인들이 원하는 안전한 공급망을 구축하는 ‘에코쇼어링’ 전략을 펼치는 등 자국 내 배터리 ‘수직 계열화’ 확보를 위한 경쟁이 치열한 상황이다. 우리나라도 각 나라의 배터리 공급망 주도권 경쟁에 대응하기 위한 근본적인 변화와 대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그럼에도 우리에겐 새로운 기회이자 미래

국내 이차전지 시장은 글로벌 점유율 25.8%로 중국에 이어 2위를 기록하고 있으며, 유럽에서는  65%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이를 발판 삼아 권역별로 영역을 점차 확대해 갈 수 있다면 이차전지가 새로운 미래 먹거리가 될 것은 자명해 보인다. 게다가 최근 이차전지와 ICT를 결합해 빅데이터 기반의 배터리 설계 및 생산, 통합 관리 등 다양한 후방산업 또한 새롭게 떠오르고 있어 비즈니스 영역은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다만 최근 LFP 배터리 강세, IRA 법안, 공급망 불안정화 등 해결할 문제들이 산적해 있고, 이는 단순 기업 차원이 아닌 국가와 함께 협력해 나가야할 것으로 보인다. 초격차 기술 확보를 위한 R&D 추진, 안정적 공급망 형성을 위한 외교적 대응 등 다각적 접근이 필요한 시점이다. 고진감래(苦盡甘來)라고, 많은 고난과 역경을 겪고 결국 끝에는 빛을 보듯이 미래 한국이 이차전지 시장의 진정한 주인공이 되길 기대해본다.

김도현 IITP 책임

[IITP 기술산책]은 과기정통부 산하 공공기관으로 ICT 연구개발(R&D)을 총괄하고 있는 정보통신기획평가원(IITP) 연구원들이 부정기적으로 쓰는 컬럼난입니다.

*본 칼럼 내용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