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금융권 IT투자금, 美의 1/6…올해 전산장애 27%↑

[금융IT 안전성 점검③] "단순 점검으로는 금융 전산 사고 해결책 안 돼"

인터넷입력 :2023/11/01 11:06    수정: 2023/11/01 20:32

지난해 데이터센터 화재로 대다수 국민이 사용하는 ‘카카오톡’ 먹통 사태가 벌어졌다. 개인의 불편도 컸지만, 기업과 소상공인들의 금전적 손해도 적지 않았다. 이후 금융권에서도 유사한 재난 발생을 대비해, 고객들의 중요한 데이터를 이중·삼중 안전하게 보호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졌지만 여전히 걸음마 단계다. 이에 '금융IT 안전성 점검' 연재를 통해 풀어야할 과제들을 짚어본다. [편집자 주]

지난 4년간 금융권의 전산장애는 총 978건으로, 매년 반복되는 전산장애는 개선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올해만 203건의 전산장애가 발생했는데, 이는 전년 동기 159건 대비 27% 늘어난 수치다.

이 중 은행과 저축은행이 각 59건, 15건으로 여전히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금감원은 금융기관들의 IT 인프라 성능관리 등에 대해 집중 점검하겠다고 밝혔으나, 단순 점검이 해결책이 될 수 없다는 우려 섞인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금융업권별 전산장애 피해 현황

미국 은행·증권사는 매출의 4.7%, 한국은 0.77% 투자

가트너는 전 세계 금융권의 IT 지출은 6천521억 달러 (한화 846조)로, 지난 해 대비 약 8.1%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스태티스타(Statista)는 10조 규모의 미국 은행들의 평균 IT 지출은 매출의 5.3% 가량이라고 밝혔다. 시카고대학의 베커 프리드먼 연구소(becker friedman institute)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미국 은행 및 증권사 100여 곳은 수익의 평균 4.8% 가량을 IT 및 전산에 투자했다.

반면 국내 금융사들의 IT지출은 2023년 상반기 기준으로 3천508억원으로, 순영업손익인 3조 4천856억원 대비 0.77%에 그쳤다. 전년 동기 대비 투자비용을 8.32% 늘렸다고는 하나, 여전히 부족한 수준이라는 의견이 나올 수밖에 없는 이유다.

매년 발생하는 금융권 전산장애, 시민 불편으로 이어져

상황이 이렇다보니 금융권의 IT 안전성은 여전히 숙제로 남아있다.

우체국 금융 시스템은 지난 9월 1시간 넘게 인터넷 뱅킹이 중단되는 장애를 겪었으며, 신한은행은 8월 전산오류로 타행 송금이 1시간가량 중단됐다. IBK기업은행은 지난 2월 모바일 뱅킹·인터넷 뱅킹이 3시간가량 중단되며 입출금 거래가 제한됐다. 또 올해 6월 큰 주목을 끌었던 청년도약계좌 가입 첫 날 대량의 트래픽을 감당하지 못한 각 은행 서버들에 오류가 생기며 시민들이 큰 불편을 겪어야 했다. 그 외에도 은행, 증권, 페이 등 금융권 전반에 걸친 전산장애 사례는 지속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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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금융사 전산장애 사례

끊이지 않는 금융권 전산장애에 금감원은 '금융권 최고기술 책임자 간담회'를 개최하고 금융소비자 보호를 위한 노력에 대해 강조했다. 재해복구센터 구축의무 대상을 확대하고 IT부문 검사시 업무 연속성 확보대책을 중점적으로 점검하며 금융사고 관리를 개선하겠다는 의지를 밝혔으나, 이 같은 노력이 무색하게 전산장애는 계속 발생하고 있다.

IT 안전성이 금융권의 화두로 떠오른 지 오래지만, 정작 전자금융사고 예방을 위한 인프라 구축에는 무관심했던 것 아니냐는 지적이 계속 나오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