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13조 투자하는 DR...한국은 여전히 ‘찔끔’

[금융IT 안전성 점검①] 금융사 118곳 DR센터 미구축·재난 대응 예산 18% 삭감

인터넷입력 :2023/10/13 10:42    수정: 2023/10/24 10:32

지난해 데이터센터 화재로 대다수 국민이 사용하는 ‘카카오톡’ 먹통 사태가 벌어졌다. 개인의 불편도 컸지만, 기업과 소상공인들의 금전적 손해도 적지 않았다. 이후 금융권에서도 유사한 재난 발생을 대비해, 고객들의 중요한 데이터를 이중·삼중 안전하게 보호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졌지만 여전히 걸음마 단계다. 이에 '금융IT 안전성 점검' 연재를 통해 풀어야할 과제들을 짚어본다. [편집자 주]

2001년 9.11 테러 이후, 전 세계적으로 클라우드 재해복구(Disaster Recovery, DR)에 대한 중요성이 수차례 강조돼 왔다. 그 결과 2022년 기준 전 세계 데이터센터의 절반 이상은 미국에 구축돼 있다. 미국에만 2천701개의 데이터센터가 구축돼 있으며 독일, 영국, 중국이 그 뒤를 잇고 있다.

전 세계 DR 시장은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글로벌 클라우드 서비스형 재해복구 시장은 2022년 9억7천800만 달러(1조3천200억원) 규모를 기록했으며, 연평균 20% 이상씩 증가해 2030년에는 41억 달러(5조5천300억원) 규모로 증가할 전망이다.

데이터센터 자료 사진(제공=이미지투데이)
국가별 데이터센터 현황

그렇다면 한국은 어떨까. 지난 해 10월15일 SK C&C 데이터센터 화재에 따른 카카오 먹통 사태가 발생하며 온라인 기반 서비스 DR 구축에 대한 관심이 전국적으로 커졌다. 2022년 기준, 카카오가 재해 복구 시스템을 포함한 정보보호에 투자한 금액은 209억원, 네이버는 415억원이다. 이에 반해 구글과 메타는 2022년에만 각각 13조원과 8조원을 재해복구 시스템에 할애할 만큼 DR 구축에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메타와 구글이 2022년 매출의 각 5.1%, 3.6%를 재해복구에 투자할 때 국내 최대 플랫폼기업인 네이버와 카카오는 0.5%, 0.2%만을 DR구축에 투자한 셈이다.

국내외 플랫폼 기업들의 DR 및 정보보호 투자 규모

비단 방대한 양의 데이터를 다루는 플랫폼 서비스뿐만 아니라, 금융업계 또한 안전성에 비상이 걸렸다. 고객들의 자산과 주요한 정보를 보유하고 있는 금융기관의 특성상, 뱅킹 등의 서비스 오류는 치명적일 수 있다. 금융기관에 재해복구 시스템이 더욱 중요한 이유다. 카카오 사태가 터지자마자 금융위원회에서 발 빠르게 전자금융업자를 대상으로 DR센터 설치 관련 법적 의무화를 검토한 것이 이런 이유 때문이다.

금융감독원은 지난해 말부터 관련 법안을 검토하고 전산사고 방지를 위한 간담회를 개최했으나, 여전히 장애발생에 대한 준비는 미흡한 상황인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7월 16일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금융권 IT 비상대책 점검 결과'에 따르면 국내 금융사 중 118곳이 여전히 DR센터를 구축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오류를 겪고 있는 금융 기업들의 상당수가 DR센터 구축 의무 대상 기업이 아니어서 문제는 더 크다. 의무 대상은 아니지만, 방대한 양의 고객 트래픽을 운영하는 기업들이라 서버가 마비되면 고객들의 막대한 피해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글로벌 클라우드 서비스형 재해복구 시장 규모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이해식 의원실에 따르면 내년도 재난 대응 연구개발 예산을 18%(약 244억원) 삭감한 것으로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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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금융당국과 정부의 DR 관련 인식이 글로벌 DR 트렌드에 역행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금감원은 재해복구센터 구축의무 대상 기업을 확대할 예정이라고 밝혔으나, 도입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결국 피해 발생 시 고스란히 소비자 몫이 되는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제2의 카카오 먹통 사태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글로벌 기업들의 DR 사례를 참고해 정보보호 역량을 키워야 한다”며 “고객들의 귀중한 재산이 오가는 금융 시스템은 특히 더 금융사와 정부의 관심과 투자로 예상치 못한 재난을 선제적으로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