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털 다음은 북쪽공산당파임. 좌파가 아님. 북한을 비난하거나 문재인을 비난하면 아이디를 정지시켜버림. 문재인이때 쪼개기상장해서 몇십조 떼돈을 번 전라도의 다음포털. 이건 북한공산당포털과 같다고 봄.'
포털 다음의 댓글이 편향돼 있다는 한 국회의원의 주장에 관한 기사에 달린 댓글이다. 이 댓글처럼 생각하는 사람이 얼마나 될지 모르겠지만 그 숫자가 적다고 볼 수만은 없을 지경이다.
국회의원의 지적은 이렇다. “다음의 기사 댓글에 ‘대깨’, ‘대깨문’을 쓰면 세이프봇에 의해 자동으로 가림 처리되는데, 보수진영 공격에 쓰이는 ‘쥐박이, 닭근혜, 굥’ 등의 정치 댓글은 그대로 방치하고 있다.” “카카오(다음)가 민주당을 위해 여론을 조작한 것과 별반 다르지가 않으며, 이중적이고 좌편향적인 판단 기준이 만천하에 드러난 것이다.” 카카오 측은 이에 대해서 오해라는 입장을 내놓았다.
‘대깨문’을 가린 것은 비속어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동물의 머리를 가리키지만 사람한테 쓰일 때는 비속어인 ‘대가리’와 노골적인 신체 훼손 표현인 ‘깨져도’가 포함되어 있어 비속어이고, 이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인터넷 내용등급 서비스(세이프넷)’ 기준에 따랐을 뿐이라는 것이다. 그런 이유로 ‘대깨문’ 만이 아니라 ‘대깨윤’이나 ‘대깨박’이라고 쳐도 규제 대상이고 가림 처리가 된다는 것이다.
다음의 설명을 들어보면 국회의원의 비교는 어설프다. ‘대깨문’은 가리고 ‘대깨윤’은 방치했다고 주장한다면 설득력이 더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사실이 아니다. 또 ‘쥐박이’ ‘닭근혜’ ‘굥’이 방치된 것처럼 ‘문재앙’ ‘문죄인’ ‘개딸’ ‘찢재명’ ‘이죄명’도 방치되었다. 만약 야당이 왜 ‘대깨윤’은 가리고 ‘문재앙’ ‘문죄인’ ‘개딸’ ‘찢재명’ ‘이죄명’은 방치하냐고 따지면 다음은 바로 우편향이 되는 거다.
포털은 인공지능 기술을 이용해 혐오스러운 댓글을 거르고 있다. 대개는 욕설이나 비속어다. 정치적인 의도와는 무관하다는 것이 다음 측 설명이다. 정치인을 비판하거나 풍자하는 저 많은 말 중에 하필 ‘대깨’로 시작하는 말이 가려진 것은 그게 ‘대가리가 깨져도’라는 표현을 비속어로 본 탓이지 그것이 문재인이나 윤석열이나 박근혜 같은 특정인이어서가 아니라는 걸 조금만 생각하면 알 수 있겠다.
국회의원의 지적처럼 “카카오가 민주당을 위해 여론을 조작한 것”이라면 왜 ‘대깨문’과 ‘대깨윤’만 가리고 ‘문재앙’ ‘문죄인’ ‘개딸’ ‘찢재명’ ‘이죄명’은 방치하겠는가. 여론 조작일 수 있다고 주장한 국회의원은 이 질문에 대해 설명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너무 많이 하면 태가 날 것 같으니까 조금씩 하는 것이라고 말할 텐가. 그렇다면 그 정도만 해도 여론이 조작될 수 있다고 진정으로 믿는 것인가.
다음이 좌파라는 주장은 선거철만 되면 끊임없이 되풀이되는 이야기다. 이 글 처음에 인용한 어느 이용자의 댓글처럼 심지어는 북쪽공산당파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다. 아마 이 글에도 그런 댓글이 적잖이 달릴 수 있다. 백번 양보해 네이버보다 다음 이용자 가운데 야당 지지자가 더 많을 수 있다 치자. 이 또한 누구도 입증할 수 없는 일이겠지만 그냥 그렇다 치자. 그렇다 해서 그것이 문제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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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것이 문제가 되려면 강남에 비해 야당 의원을 많이 뽑는 강북도 문제가 돼야 한다. 다음이 좌파라는 주장이 성립되기 위해서는 국회의원이 지적한 것과 같은 어설픈 논거가 아니라 구체적인 증거가 필요하다. 무엇보다 다음이 좌편향이어야 할 정치적인 동기도 설명 돼야 한다. 이익을 남기는 것을 가장 큰 가치로 여기는 일개 기업일 뿐인 다음이 무엇을 위해 한 정파의 편을 들어야한다고 생각하나.
한 정파의 편을 들 경우 다른 정파로부터 몰매를 맞을 것이 불을 보듯 확연한데 무엇 때문에 일부러 반을 버리는 위험을 감수할 것인가. 무동기 범죄가 늘어나는 것처럼 다음을 이끌어가는 구성원 모두가 미쳐버렸다는 뜻인가. 포털 다음의 좌편향 동기는 설명되지 않는다. 설명되지 않는 것을 의심하지 않고 믿는 이성이 두렵다. 설명할 수 없는 맹목적 믿음은 폭력으로 변질될 가능성이 높은 탓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