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엔진과 생성AI의 결합방식에 대한 생각 하나

[이균성의 溫技] AI가 검색에 도움이 되게 하는 방법

데스크 칼럼입력 :2023/09/21 14:44

네이버가 20일 생성형 인공지능(AI) 검색인 '큐:(CUE:)' 베타 서비스를 내놨다. 지난해 11월 챗GPT가 나오고 IT 업계에 생성AI 바람이 분 뒤 네이버가 내놓은 두 번째 결과물이다. 네이버는 자사 초거대언어모델(LLM)인 ‘하이퍼클로바X’를 기반으로 지난달에 AI 챗봇인 ‘클로바X’를 공개했다. 클로바X는 챗GPT와 비슷한 서비스다. 큐:는 클로바X와 달리 검색 편의를 높이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챗GPT 돌풍 이후 구글처럼 검색을 핵심 경쟁력으로 삼는 기업이 가장 큰 충격을 받을 것으로 여겨졌었다. 국내에서는 네이버가 여기에 해당됐다. 챗GPT 등장으로 인간과 컴퓨터의 소통 방식이 바뀔 것이란 예측 때문이었다. 인공지능으로 무장된 컴퓨터가 순식간에 답을 찾아준다면 인간은 검색하는 수고를 하지 않아도 될 것이라는 전망이 이런 예측의 근거였다. 이 예측은 여전히 올바른가.

마이크로소프트(MS)가 챗GPT를 만든 오픈AI에 대규모 투자를 하고 자사 검색엔진인 ‘빙’에 GPT-4를 결합할 때만 해도 이 예측에 공감했었다. 오픈AI에 일격을 당한 구글이 서둘러 시인(바드)이라는 멋진 이름을 붙인 AI 챗봇을 내놓고 자사 검색 엔진에 이를 결합시키기로 한 것도 이런 예측에 상당히 동의한 때문이겠다. 네이버의 큐: 또한 이런 예측이 대세일 것으로 받아들인 결과물일 것이다.

(사진=네이버)

이 예측이 조금 의문스럽기 시작한 건 최근이다. 챗GPT 이후 생성AI 열풍은 계속 이어지고 있지만 그 이후에 나온 어떤 것도 챗GPT가 던져준 충격 이상을 주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과 그 이유가 갑자기 궁금해졌다. 특히 기존 검색 엔진과 생성AI의 결합이 어떤 시너지를 낼 것인지조차 의문스럽다는 생각이 들 지경이다. 검색과 생성AI는 밭농사와 논농사 차이만큼이나 별개라는 생각마저 든다.

검색 엔진에 입력하는 키워드 검색어나 생성AI에 입력하는 프롬프트는 컴퓨터에 무언가를 요구하는 명령어라고 할 수 있다. 컴퓨터에 어떤 명령어를 입력하는 이유는 당연히 의도된 결과물을 얻기 위해서다. 관련된 정보를 신뢰도 순으로 나열해주는 것(검색)과 정보를 나름대로 분석 가공해 답을 제시해주는 것(생성AI) 중 무엇이 더 편리한가. 후자가 더 편리하다고 생각하는 것이 일반적일 수 있다.

컴퓨터가 모든 ‘정답’을 찾아준다는 전제하에서는 분명히 그렇다. 그런데 최근 그런 기대가 환상일 수 있다는 생각을 갖게 됐다. 챗GPT가 보여준 환각현상(할루시네이션)이란 한계 때문  만은 아니다. 기술이 발전할수록 환각현상은 줄어들 수 있다. 이미 많이 개선되고 있는 것으로 안다. 그보다 본질적인 질문을 다시 해보게 됐다. 우리는 왜 검색을 하는가. 정해진 정답을 찾기 위해서 검색을 하나.

챗GPT를 중심으로 한 생성AI의 돌풍 속에서 우리 모두 집단적으로 ‘검색’과 ‘작업지시’를 혼동한 게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든다. 생성AI의 프롬프트는 컴퓨터를 이용해 구체적인 결과물을 얻기 위한 ‘작업지시’로 봐야 한다. 작업 지시는 작업의 결과물을 예측할 수 있을 때만 가능하다. 이때 컴퓨터는 프롬프트에 따라 인간의 정신노동을 대신해 결과물을 내놓는다. 그래서 생성AI라는 이름을 붙여줬다.

생성AI가 내놓은 결과물은 프롬프트를 입력한 지시자의 마음에 들 수도 있고 안 들 수도 있다. 중요한 건 그 결과물이 상당한 모방의 산물이라 할지라도 새로 만들어졌다는 의미를 갖는다는 데 있다. 생성AI의 결과물은 그러므로 컴퓨터에 의한 창작물이다. 인간이 해야 할 정신노동을 컴퓨터에 대신하게 한 창작물인 셈이다. 그것은 정답이라기보다는 정신 영역 곳곳의 전문적인 생산물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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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색은 이미 생산된 존재를 발견하는 행위다. 다양한 발견의 재미야 말로 검색의 존재 이유다. 서로 다른 다양한 존재를 잘 찾아줄수록 검색의 본래 가치가 빛나는 것이다. 사용자에게 더 많은 선택권을 주기 때문이다. 도서관의 장서 차이를 생각해보면 알 일이다. 생성AI가 검색 엔진을 대신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발견의 다양성이 주는 가치를 무시하는 것이다. 편향을 강화시킬 수도 있는 거다.

검색을 고도화하는 데 AI 기술을 적극 도입하는 걸 반대하지 않는다. 다만 검색의 본질적 가치가 외면되지 않기를 바란다. 검색의 고도화는 두 가지 방향이 모두 존중돼야 한다. 신뢰도 높은 정보를 우선시킬 수 있는 방법론을 벼리는 것과 중복된 자료를 배제하고 숨어 있는 자료까지 찾아줌으로써 다양성을 높이는 방법론을 갈고 닦는 것이다. AI가 그것을 도울 때라야만 검색 편의가 더 높아질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