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털 다음에서 일어나지 않았으면 더 좋았을 일이 벌어져 시끄럽다. 다음스포츠의 ‘클릭 응원’이란 게 문제였다. ‘클릭 응원’ 기능은 2015년 3월 처음 선보였다. 누구나 쉽게 스포츠 경기를 응원할 수 있게 하자는 취지로 만든 것이다. 이 때문에 로그인을 하지 않아도 이용할 수 있고 응원 횟수에도 제한을 두지 않았다. 1인1표의 선거와 달리 원하는 만큼 클릭해 응원할 수 있도록 만든 것이다.
로그인을 하지 않아도 되고 횟수 제한도 하지 않은 만큼 누적된 클릭 숫자 자체에 큰 의미를 부여하는 게 애초부터 난센스인 셈이다. 장난삼아 놀아보자는 취지였겠다. 그런데 이 장난이 심각해졌다. 지난 1일 벌어진 중국 항저우 아시안게임 남자 축구 8강전 한국 대 중국 경기에서 중국 응원 비율이 90%를 넘은 거다. 이런 괴이한 결과는 과거에도 자주 있었지만 더 이상 우스꽝스럽지 않게 됐다.
상대가 중국인데다 정부와 여당이 정색을 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문제가 되자 다음 측은 지난 2일부터 ‘클릭 응원’ 서비스를 중단했다. 또 “불편함을 겪으셨을 이용자께 사과”하고 “앞으로 서비스 전반에서 어뷰징 행위가 일어나지 않도록 모니터링 체계를 점검하고 개선해 나가겠다”고 했다. 다음 측은 네덜란드와 일본의 2개 IP에서 매크로 프로그램을 활용한 것이 괴이한 결과의 원인으로 보고 있다.
다음 측은 이에 대해 “서비스 취지를 훼손시키는 중대한 업무방해 행위로 간주, 경찰에 수사를 의뢰할 예정”이라 했다. 문제는 이 일이 여기서 끝날 것 같지 않다는 데 있다. 정부와 여당이 이 일에 대해 “국기 문란”이란 말까지 꺼내며 ‘여론 왜곡 조작 방지 대책 마련 범부처 TF’를 구성하겠다고 나선 거다. 여당 대표는 포털 다음에 대해 “여론 조작 숙주”라는 표현까지 쓰며 일을 키우고 있다.
정부와 여당은 이 괴이한 일에 특정 세력이 조직적으로 개입했을 수도 있다고 보는 듯하다. 이 일에 특정 세력이 개입하지 않았다고 해도, 이 일 자체가 포털 서비스에서 여론을 조작할 여지가 있음을 입증하는 사례이고, 이를 막기 위해서는 법제도가 더 마련돼야 한다고 보는 듯하다. 선거가 임박해지고 있는 만큼 이번 일이 포털에 대한 대대적인 압박의 빌미를 제공한 것이라고 볼 수도 있겠다.
야당도 가만히 있을 것 같지 않다. 정부와 여당이 선거를 앞두고 이번 일을 계기로 ‘포털 길들이기’를 강화할 것으로 보는 듯하기 때문이다. 정부와 여당이 이번 일을 정략적으로 이용한다고 보인다면 야당도 맞대응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결국 여와 야가 공영방송을 두고 혈투를 벌이듯 그 전선이 포털로 확대되는 것이다. 여야의 이런 싸움은 선거철만 되면 언제나 뜨겁게 달아오르곤 했었다.
언론들이 지겹고 의미 없는 공방전을 중개하는 와중에 눈길을 끈 기사가 하나 있다. 노컷뉴스가 5일 새벽에 쓴 ‘'다음 中응원' 조작, 한국인 네티즌의 장난이었나’였다. 4일 오후에 쓴 기사 ‘"대통령실이 떡밥 물었다"…'다음 中응원', 디씨發 장난?’이란 기사가 먼저다. 심각하지만 지겹고 의미 없는 공방전을 하도록 만든 것이 국내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활동하는 한 네티즌의 장난일 수 있다는 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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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보도는 응원 조작이 벌어지던 시각 온라인 커뮤니티 디시인사이드 'VPN Gate 갤러리'에 올라온 '축구 응원 주작중'이라는 글을 근거로 작성됐다. 당연히 이 보도는 사실이 아닐 수 있다. 기사도 이를 사실이라고 주장하진 않았다. 다만 작성자가 주장하는 글의 내용과 다음이 응원 조작의 원인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밝힌 ‘IP 2곳의 매크로 활용’ 사이에 관련성을 의심해볼 수도 있다는 취지였다.
다음이 경찰에 수사를 의뢰하기로 한 만큼 결과는 지켜볼 일이다. 그래도 이 뉴스가 눈길을 끈 건 이 뉴스가 사실이 아니길 바라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만약 이 뉴스가 사실이라면 얼마나 부끄러운 일인가. 고작 한 네티즌의 장난만으로도 대한민국 유수의 IT 기업이 몰매를 맞고, 정부와 여야 정치권은 세상에 이보다 더 중요한 일이 없다는 듯이 핏대를 올리며 싸우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