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풀 작가의 '무빙'이 디즈니플러스 최고 성공작임은 부인할 수 없다. 디즈니+는 2011년 11월 국내 상륙 후 2년 여간 흥행작을 내놓지 못해 철수설이 떠돌기도 했다. '무빙이 망하면 디즈니+도 망한다'는 말까지 나왔다. 지난달 9일 공개 후 5주 연속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통합 랭킹 차트 1위를 지켰고, 외신도 주목했다. 제작비 약 650억원이 투입됐는데, 그 이상의 성과를 냈을까.
무빙은 초능력을 숨긴 채 현재를 살아가는 아이들과 아픈 비밀을 감춘 채 과거를 살아온 부모 이야기다. 디즈니+ 아태지역과 미국 훌루에서 공개 첫 주 한국 오리지널 중 가장 많이 시청한 작품에 올랐다. 미국 버라이어티는 "넷플릭스 '오징어 게임'에 이어 아시아에서 탄생한 히트작"이라고 극찬했다. '넷플릭스 시리즈로 공개했으면 더 흥행했을 것'이라며 아쉬워하는 이들도 있지만, 세계에 K-히어로물을 알린 데 의미가 있다. 물론 청소년관람불가로 꽤 잔인한 장면이 많고, 호흡이 길어 속도감이 떨어지기도 했다. 디즈니+는 넷플릭스와 달리 배속 기능이 없어 총 20부작을 정속하는 데 지루한 면이 없지 않았지만, 휴먼히어로물에 액션과 로맨스 등을 버무려 흥미를 더했다.
무빙은 우여곡절이 많았다. 2020년 캐스팅 발표 후 1년 여간 촬영했고, 컴퓨터그래픽(CG) 등 후반 작업만 2년이 걸렸다. 애초 '부부의 세계'(2020) 모완일 PD가 연출을 맡았지만 하차, '킹덤'(2020) 시즌2 박인제 감독이 합류했다. 웹툰 원작자인 강풀 작가가 직접 집필, 캐스팅에 많이 관여하면서 의견 차를 좁히지 못했다는 후문이다. 결국 JTBC는 공동 제작에서 빠졌고 자사 편성도 취소했다. 디즈니+ 오리지널 시리즈로 바뀐 배경이다.
일각에선 '강 작가 인맥 캐스팅'을 우려하는 시선을 보냈다. 강 작가는 차태현을 비롯해 류승범, 김성균, 박희순, 문성근 등을 직접 섭외했다. 다행히 조인성과 한효주가 중심을 잡아줬고, 박 감독이 고윤정과 이윤하, 김도훈 등을 캐스팅하며 신구 조화가 잘 이뤄졌다. 박 감독은 킹덤2로 넷플릭스 시리즈물을 경험해본 만큼, 무빙에서도 노하우를 발취했다. 하지만 후반 작업에 계속 아쉬움을 드러냈고, 디즈니+는 무빙 공개 시기가 몇 차례 미뤄지면서 속앓이를 한 것으로 전해졌다.
무빙은 국내 드라마 중 가장 많은 제작비가 들었다. 기획 초반에는 약 500억원으로 예상했지만, 후반작업 비용이 약 150억원 이상 늘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총 제작비 650억원으로 회당 30억원이 넘는 셈이다. 하정우 주연 '수리남'(총 6부작 350억원·회당 약 58억원), 김우빈 주연 '택배기사'(총 6부작 250억원·회당 약 42억원) 등 넷플릭스 드라마보다 회당 제작비는 적게 들었지만, 회차가 긴 만큼 제작비가 클 수밖에 없다.
업계는 무빙이 단순히 제작비를 회수하는 것을 넘어 '의미있는 작품'이라고 입을 모았다. 디즈니코리아는 6월 콘텐츠팀을 해산했고, 신규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을 중단한다는 소문도 돌았다. 물론 김소연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대표는 "한국에서 제작 중단하는 일은 없다"고 밝혔지만, 오리지널 시리즈가 연이어 실패해 영업적자가 커지자 방향을 트는 움직임을 보였다. 무빙 공개 후 분위기는 바뀌었다. 일주일만에 디즈니+이용자 순유입 약 14만명(모바일인덱스 기준)을 이끄는 등 효자 노릇을 톡톡히 했다. 처음으로 오리지널 흥행작이 나오면서 성장 발판이 마련됐을 뿐 아니라 '최악의 악' '비질란테' 등 신규 콘텐츠에도 기대감이 쏠리고 있다. 세계 미디어시장 위기 속 무빙이 활기를 더해줬고, K-콘텐츠 힘이 여전하다는 점도 보여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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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대표는 22일 간담회에서 무빙 순이익 창출 여부에 관해선 말을 아꼈다. "제작비는 출처에 따라 달라지는데, 수치로 말하기는 어렵다"며 "그만큼 많은 제작비가 들었고, 긴 노력을 했다. 그보다 더 좋은 성적을 내줬다. 내·외부적으로 가장 성공한 작품이라고 평가 받고 있다"고만 했다. 한 관계자는 "후반작업 비용이 계속 늘어 '무빙 제작비가 700억원이 넘는다'는 얘기도 있다. 온·오프라인 광고를 공격적으로 해 마케팅비도 상당할 것"이라며 "시즌2 제작에 긍정적인 만큼 시리즈화 할 경우 파급효과는 더욱 클 것"이라고 내다봤다.
제공=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