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김봉진 창업자가 만든 배달의민족(배민)으로 국내 배달 생태계는 급속한 변화를 맞았다. 아르바이트 배달원 대신 라이더라는 플랫폼 노동자가 등장했고, 전단지로 가게를 홍보하던 사장들은 배민을 사용해 고객들을 확보하기 시작했다.
배민은 또 한 번 배달 시장에 혁신을 불어넣고 있다. 이제는 로봇이다. 2018년부터 서빙 로봇 딜리가 전국 1천600개 매장에서 배달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이용대수는 2천200대. 배민 배달 로봇은 하루 600분 이상 일한다. 한 달 2천30건 가까이 가게를 찾는 손님들에게 음식을 나른다.
배민 운영사 우아한형제들은 고도화된 로봇을 구현하고자, 올 초 자회사 비로보틱스를 세웠다. 기술력이나 서비스 등에 있어, 여타 로봇 대비 배민만의 차별화한 제품을 선보이겠다는 포부다. 배달 시장을 선도하며 누적해온 노하우를 딜리에 녹여내 또 한 번 배달 생태계에 변화를 주겠다는 것.
우아한형제들은 이 같이 '준비된 미래'를 25일부터 사흘간 코엑스A홀에서 열리는 '2023 대한민국 디지털미래혁신대전'에서 공개한다.
배달 로봇 중 가장 작은 '딜리'…엘리베이터 승하차 가능
딜리는 ‘가장 맛있는 상태로 음식 배달’을 지향한다. 사이즈는 66x53x37로 배달 로봇들 중에서 가장 작다. 4m/s 빠른 속도로 좁은 공간에서 흔들림 없이 부드럽게 장애물을 피할 수 있는 이중 조정(Dual Steering) 시스템이 구축돼 고층 건물이 많고, 인구 밀집도가 높은 도심 속 배달도 문제없다.
사물인터넷(IoT) 연동을 통해 고층 건물 보안문을 통과하고, 엘리베이터 승하차 역시 가능하다. 또 카메라와 라이다(LiDAR)를 이용해 주변 장애물 종류와 위치를 정확하게 판별해 보행자, 차량이 혼재된 상황에서도 안전하게 주행한다. 제자리에서 회전하는 ‘제로턴’ 모드로 협소한 곳에서도 이동할 수 있어, 배달에 최적화됐다.
배민 로보틱스랩실 기대원 매니저는 “비포장도로나 방지 턱 같은 도로의 불규칙한 표면을 지날 때도 속도를 유지한 동시에 음식에 미치는 충격을 최소화했다”며 “온도차와 비, 눈 같은 열악한 기상 조건에 대응하고자, IP54 등급 방수 방진 성능을 갖추고 있다”고 설명했다.
"사장·직원 업무 피로도 줄여준다"…당구장·PC방에서도 쓰이는 서빙 로봇
점주 일을 돕는 배민 서빙 로봇도 충격을 흡수하는 '멀티 링크 서스펜션'과 레이저 레이더, 위치 카메라를 탑재해 안정성을 갖췄다. 국물 요리와 음료 등은 넘치지 않고 가게 손님들에게 전달되고, 이로 인해 점주와 홀 직원들 피로도는 줄어든다.
가게 서빙부터 리필, 퇴식까지 서빙 과정을 점주가 직접 조정해 편의성을 극대화했다.배민 서빙 로봇은 10.1인치 디스플레이 화면을 통해 텍스트음성변화(TTS)로 매장에 방문한 손님에게 이벤트와 추천 메뉴 안내 등도 제공하고 있다.
김민수 비로보틱스 대표는 “서빙 로봇 이용자들과 정기적으로 간담회를 가져 의견을 수렴한 뒤, 기술 개발과 유용성에 대해 검토한다”고 말했다. 배민 서빙 로봇은 당구장이나 스크린골프장, PC방, 호텔, 병원 등에서도 사용되고 있다. 자동화된 카트 역할로 물류센터에서 이용되기도 한다.
비로보틱스는 3년 내 국내에서 서빙 로봇 최소 1만대 이상 보급을 목표로 하고 있다. 김민수 대표는 “올해까지는 국산화에 무게를 두되, 결과적으로 내수 시장을 넘어 해외 시장 판매도 추진할 예정”이라며 “서빙 로봇을 통해 모두가 일하기 편한 세상과 진일보한 솔루션들을 선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딜리는 광교와 인천국제공항, 테헤란로 트레이드타워 등에 주로 실내에서 배달하고 있다. 회사는 다음달 초부터 11월 말까지 시범 서비스를 거쳐 테헤란로 87길에 위치한 6개 빌딩(호텔 페이토·서영빌딩·마젤란 21·동성빌딩·전방빌딩·M타워) 입주사 직원들을 대상으로 실외 서비스를 운영해 서비스 영역을 확장할 계획이다.
'로봇계 다빈치' 데니스홍 교수와 협업한 조리로봇 요리(YORI) 베일 벗는다
배달·서빙에 이어, 곧 조리 로봇도 내놓는다. 로봇이 점주들을 대신해 다양하고 복잡한 요리를 만들어주는 것이다. 이름은 '요리'(YORI)다. 개업을 고민하는 예비 점주들은 전문 셰프의 레시피가 적용된 배민 조리 로봇을 통해 손님들에게 음식을 제공할 수 있게 된다.
캘리포니아대학교 로스앤젤레스(UCLA) 로멜라(RoMeLA) 연구소와 공동 연구를 통해 개발한 배민 조리 로봇은 단일 메뉴만 만들 수 있었던 기존 로봇과 달리, 듀얼-암(Dua-Arm) 기술을 토대로 요리 기본 동작이자 정교함이 필요한 칼질, 반죽하기 등 동작들을 구현할 수 있다.
조리 로봇 개발은 UCLA 로멜라 연구소장이자 ‘로봇계 레오나르도 다빈치’로 불리는 데니스홍 교수가 진두지휘하고 있다. 2019년 8월부터 지난달까지 4년가량 연구해왔다. 배민이 가진 데이터와 축적된 경험을 바탕으로 조리 로봇을 준비하고 있다.
로보틱스랩실 백지예 매니저는 “우리 조리 로봇은 점주들이 맛의 품질을 유지하면서, 식당을 효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방안으로 활용될 것”이라고 말했다. 배민은 프로토타입 조리 로봇 시스템과 소스코드를 개발해 각기 다른 주방에 적용될 수 있도록 테스트하고 있다. 한 번에 두 가지 음식을 조리하고, 모듈식으로 교체 가능한 조리 도구를 통해 한식뿐만 아니라 양식과 중식, 일식 등 다양한 종류 음식을 만들어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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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연은 26일 오후 1시50분부터 30분 동안 서울 코엑스 1층 A홀 강연장에 마련된 '퓨처 테크 컨퍼런스'에서 들을 수 있다. 데니스홍 교수는 강단에 올라 배민 조리 로봇 요리 서비스 관련 청사진도 제시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