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계 다빈치' 데니스 홍, 26일 코엑스 온다

'2023 디미혁'서 로봇이 바꾸는 일상·배민과의 협업 이야기 등 강연

디지털경제입력 :2023/09/13 08:57    수정: 2023/09/14 09:59

1977년 미국 로스앤젤러스 영화관, 한 로봇 천재가 만들어진 순간이다. 

당시 한국에서 온 여섯살 짜리 꼬마는 공상과학영화 '스타 워즈(Star Wars)'에 매료됐다. 영화에 등장하는 로봇 'R2-D2'와 휴머로이드 로봇 'C-3PO'에 푹 빠졌다. 꼬마는 집으로 오면서 "여생을 로봇과 함께 할 것 같다고" 생각한다. 한국계 세계적 로봇공학자 데니스 홍(Dennis Hong) 미국 UCLA 교수 이야기다.

미국 워싱턴포스트는 그를 대서 특필하며 ‘로봇계의 레오나르도 다빈치’라 칭했다. 그 '다빈치'가 이달 26일 오후 서울 코엑스를 찾아 강연을 한다. 또 다른 '로봇 천재가' 나올지도 모르는 순간이다. 

데니스홍 교수(제공=뉴스1)

데니스 홍 교수는 이날 국내 최대 IT미디어인 지디넷코리아가 한국소프트웨어산업협회·과기정통부·디지털플랫폼정부위원회와 손잡고 마련한 '2023 대한민국 디지털미래혁신대전(2023 디미혁)'에서 휴머노이드 로봇 등 우리 일상을 바꾸는 미래 로봇 이야기를 들려줄 예정이다. 그의 강연은 이날 오후 1시50분부터 30분간 코엑스 1층 A홀 강연장에 마련된 '퓨처 테크 컨퍼런스'에서 들을 수 있다. 

세계 로봇계 스타인 그는 국내기업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지난해 3월 LG전자는 데니스 홍 교수를 자문으로 영입하면서 "최첨단 로봇의 능력을 더욱 발전시키기 위해 자문역으로 영입했다"고 밝힌 바 있다. 최근 언론보도에 따르면, 홍 교수는 자문을 넘어 배달 로봇 림스(LIMMS)를 함께 개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로봇은 몸체 없이 다리만 존재하는 형태 로봇으로, 운반하려는 물체 자체가 로봇 몸체 역할을 한다.

요리를 좋아하는 것으로 알려진 홍 교수는 LG전자 외에 우아한형제들과도 지난 3년여간 요리 로봇 프로젝트 '요리(YORI)’를 함께 진행하고 있다. 이번 강연에서 우아한형제들과의 협업한 이야기도 자세히 들을 수 있다. 

데니스 홍 교수가 만든 로멜라 연구소 홈페이지에 있는 사진. 홍 교수와 연구진들이 포즈를 취했다.

위키피아가 밝힌 그의 이력은 화려하다. 미국 최초로 성인 크기 휴머노이드 로봇을 개발했고, 세계 최초로 시각장애인이 운전할 수 있는 자동차를 개발했으며, 수많은 '최초' 로봇을 탄생시켰다. 현재까지 약 40개 이상 선도 로봇을 제작했다. 

미국 저명 과학잡지 파풀러 사이언스(Popular science)는 2009년 그를 '재능이 뛰어난(brilliant) 과학자 10인'에 선정했다. 당시 파풀러 사이언스 발행부스는 130만부가 넘었다. 앞서 2007년에는 미국 국립과학재단(NSF)이 주는 젊은 과학자상을 받았다.

2011년에는 미국 타임지가 선정한 '올해 최고 발명품 50(50 Best Invention of the Year)'에도 이름을 올렸다. 8분짜리 강연으로 유명한 TED에서는 인상적인 메시지를 던지며 '2011년 TED 강연자'에도 뽑혔다. '전공'인 로봇 분야 업적도 뛰어나다. 세계적 로봇대회인 '로보컵'에서 2011년부터 2015년까지 5년 연속 우승컵을 들어올리며 그가 왜 '세계적'인지를 다시 한번 알렸다.펩시가 뽑은 세계 최고 두뇌(World's Brightest Minds)'에도 2012년 뽑혔다.

현재 그는 UCLA 기계공학과 교수 겸 로멜라(RoMeLa, Robotics and Mechanisms Laboratory,로봇메커니즘연구소) 연구소장을 맡고 있고, 여러 선도적 로봇을 개발했다. 펜싱 선수를 떠올리며 만들었다는 신개념 이족 보행 전용 로봇 '내비(NABi)', 헬륨 풍선에 매달려 걷는 절대 쓰러지지 않는 이족 로봇 '볼루(BALLU)', 두 다리를 팔처럼 쓰는 사족 로봇 ‘알프레드’ 등이다. 특히 최근 개발한 ‘알프레드2′는 지금까지 나온 4족보행형 로봇 중 유일하게 네 다리 중 두 다리로 땅에 있는 물건을 높이 집어들어 옮길 수 있다. 교육·연구용으로 전세계에 소스를 공개한 ‘다윈-OP’ 로봇도 늘 화제다.

지난 7월에는 1996년 창설된 세계서 가장 오래된 로봇 대회인 '로보컵'에서 휴머노이드 인공지능 로봇 ‘아르테미스(ARMETIS,Advanced Robotic Technology for Enhanced Mobility and Improved Stability)'를 선보여 시선을 모았다. '아르테미스'는 유연한 움직임을 만들기 위해 사람의 근육처럼 작동할 수 있도록 만들어졌는데, 초속 2.1m로 세계에서 가장 빨리 걷는 인간형 로봇이다. 이족보행을 하면서 울퉁불퉁한 지형을 무리 없이 걸을 수 있다. 현재까지 개발된 인간형 로봇 중 가장 안정적이고 진보적인 것으로 평가받는다.

데니스 홍 교수가 최근 중국에서 열린 월드로봇컨퍼런스에서 아르테미스를 설명하고 있다 (사진=홍 교수 페이스북 캡처)
데니스 홍 교수가 아르테미스를 설명하고 있다.(사진=홍 교수 페이스북 캡처)

그는 미국에서 태어나 세 살 때 한국으로 돌아와 초중고를 거쳐 고려대 3학년 재학 중 미국으로 유학, 위스콘신-매디슨 대학에서 기계공학 학사와 퍼듀 대학에서 기계공학 석사 및 박사학위를 받았다. 올 2월에는 국내 유명 TV방송 '유퀴즈 온 더 블록'에 나와 "무기가 달린 로봇은 절대 만들지 않는다. 사회를 이롭게 하고 행복을 주는 기술을 개발해야 한다"며 자신의 '로봇 철학'과 신념을 밝히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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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늘 잘 나간 것 만은 아니다. 그도 좌절과 불행에 어우적 거린 적이 있다. 이런 경험이 현재의 '긍정맨 교수'를 만들었다. 그는 '긍정은 언제나 길을 찾는다’는 좌우명을 갖고 있다. 작년 연말 처음으로 에세이집(도서명: 오늘 하지 않아도 되는 걱정은 오늘 하지 않습니다)에서도 특유의 '긍정'을 강조했다. 책에서 그는 "중요한 시연을 앞두고 로봇이 고장 나거나 연구가 연달아 실패했던 적이 있다. 또 사람들의 환호에 취해 초심을 잃을 뻔한 적도 있었다"고 회상하며 "하지만 그때마다 좌절하거나 자신을 포기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역경을 만날 때 실패에서 배우며, 다음을 위한 도약을 준비하고, 실패할 자유를 즐기라고 말하는 그는 "로봇도 그렇다. 고장이 나지 않으면 아무것도 배울 수 없다"면서 "우리도 실패에서 배우고, 가슴을 뛰게 하는 일에 도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페이스북에서 5만명이 넘는 팔로워를 가진 인플루언서이기도 하다. 홍 교수는 지난 4일 페이스북에 "내가 하려는 길이 아무도 가지 않은 길이라고 해서 주저하거나 망설이지 마라. 그 길은 아무도 가지 않은 길이 아니라 아무도 발견하지 못한 길일 가능성이 높다. 아무도 가보지 않은 길에는 아무도 보지 못한 보물들이 숨겨져 있다"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그가 강연하는 26일 오후 코엑스는 수많은 실패를 딛고 일어설 또 한명의 세계적 과학자가 나올지도 모른다. 디미혁 2023 강연 참여 안내와 방법은 [☞대한민국 디지털 미래혁신대전] 웹사이트에서 확인할 수 있다.

데니스 홍 교수가 작년 연말 발간한 에세이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