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웅제약과 대웅이 특허권 침해금지 소 제기로 경쟁사의 복제약 판매 방해 등 영업활동에 연계했다며 과징금 등을 부과한 공정거래위원회와의 소송에서 사실상 패소했다.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는 최근 서울고등법원이 대웅제약과 대웅이 제기한 시정명령 및 과징금납부명령 취소소송에서 전부 승소에 가까운 판결을 받았다고 밝혔다.
앞서 공정위는 대웅제약과 대웅이 부당하게 특허권 침해금지의 소를 제기하고 이를 영업활동에 연계함으로써 경쟁사의 복제약 판매를 방해한 행위에 대해 지난 2021년 3월11일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총 22억9천700만원(대웅제약 21억4천600만원, 대웅 1억5천100만원)을 부과했다.
이에 대해 대웅제약과 대웅(이하 원고들)은 위 처분에 불복해 2021년 4월21일 서울고등법원에 행정소송을 제기하며 이 사건 특허소송과 관련해 경쟁사의 특허 침해를 의심할만한 정황이 존재했고, 소송 제기 당시에는 특허 취득과정에서 데이터 조작이 개입된 사실을 인식하지 못했으므로 특허권을 남용한 것이라고 볼 수 없어 공정거래를 저해할 우려가 없다는 등의 주장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고등법원(이하 서울고법)은 원고들이 특허침해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것이 객관적으로 명백했음을 인지하고도 오로지 경쟁사의 복제약(제네릭) 시장 진입을 저지하고 판매활동을 방해하기 위해 부당한 특허소송을 제기했다고 인정하면서, 이는 특허법의 목적과 취지에 반하고 자유롭고 공정한 경쟁을 저해할 우려가 있는 특허권의 부당한 행사라고 판시했다.
다만 공정위의 과징금 산정에서 오류가 있다며 대웅에 대한 과징금 일부(1천100만원)는 취소했다.
특히 서울고법은 병원 등에서 복제약 사용을 꺼리게 하기 위한 목적으로 특허소송 제기 사실을 알리는 등 부당한 특허소송과 영업활동을 연계하는 행위는 경쟁사업자와 그 고객의 거래에 대해 계약성립의 저지, 계약불이행의 유인 등의 방법으로 거래를 부당하게 방해하여 경쟁사업자의 고객을 자기와 거래하도록 유인하는 행위로, 이는 곧 가격과 품질에 근거한 경쟁과는 거리가 먼 부당한 경쟁수단을 사용해 경쟁사업자의 시장진입 및 영업활동을 방해한 것으로서 자유롭고 공정한 경쟁을 저해할 우려가 크다고 보았다.
즉, 특허소송이 제기되어 해당 경쟁사의 복제약에 대한 판촉활동이 위축되면, 한 번 처방했던 약을 잘 바꾸지 않는 습관이 있는 의사들이 오리지널에서 복제약으로 바꾸어 처방할 유인이 낮아지고, 병원도 소송 패소시 더 이상 처방할 수 없게 될 수도 있는 복제약을 애당초 처방가능 약제목록에 등록하는 것을 주저하게 되며, 또 특허소송은 그 직접적인 상대방뿐만 아니라 복제약 출시를 고려 중인 다른 경쟁사들의 시장진입까지 막는 효과가 있다고 보았다.
뿐만 아니라 재판부는 이 사건 특허소송 제기 등으로 인해 저렴한 복제약의 시장진입 및 판매가 방해되어 소비자들의 후생이 저해되는 결과를 가져왔고, 국가 보험재정의 절감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지적했다.
공정위는 부당한 특허소송 제기를 통해 경쟁사의 거래를 방해한 행위가 공정거래법상 부당한 고객유인행위로 인정된 최초의 판결이라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가 있다며, 판결내용을 분석해 향후 제기될 수 있는 대법원 상고심에도 적극적으로 대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번 사건은 위장약 알비스(2000년 6월 출시)의 특허권자인 대웅제약이 경쟁 제네릭사인 파비스제약의 시장 진입을 저지하기 위해 자사 특허를 침해하지 않았음을 인지했음에도 특허 침해 금지 소송을 제기하고, 후속 제품인 알비스D(2015년 2월 출시) 특허 출원 과정에서 허위자료를 제출해 기만적으로 특허를 취득한 후 안국약품에 대해 특허 침해 소송을 제기해 복제약 판매를 방해했다는 내용이다.
대웅제약 알비스의 원천 특허가 2013년 1월 만료되면서 본격적으로 제네릭이 출시됐는데, 대웅제약은 매출방어를 위해 2015년 알비스D를 출시했고, 이후 안국약품이 알비스D 제네릭을 출시한 것이다. 이에 시장 방어를 위해 대웅제약은 제네릭 제조사에 알비스와 알비스D의 후속 특허 침해 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 대웅제약은 파비스 제품을 직접 수거해 피막파열 시간을 축정해 이중정 특허를 침해하지 않음을 인지했음에도 연초 대형병원 입찰 시 소송 중인 파비스 제품이 향후 판매 중단될 수 있다고 홍보하는 한편, 가처분 소송도 강행해 위탁제조를 검토하던 일부 제약사가 대웅제약으로 거래처를 바꾸는 등 파비스제약의 영업을 방해했다는 것이 공정위의 판단이다.
대웅제약 회장의 출시 전 특허 출원 지시 압박은 생동시험 데이터 조작으로 이어졌다. 공정위에 따르면 대웅제약은 2015년 알비스D 특허출원 과정에서 생물학적동등성시험(이하 생동시험) 데이터의 개수와 수치 등 핵심 데이터를 조작‧제출해 2016년 1월 특허를 등록했다.
대웅제약은 알비스D의 식품의약품안전처의 품목허가를 받기 위해 생동시험을 3차례 진행해 1차와 2차는 실패했으나, 3차에서 성공하며 2014년 11월28일 허가를 받고 2015년 2월1일 제품 출시를 준비 중이었다.
이 과정에서 대웅제약 회장은 제품 발매 전 특허를 출원하라고 지시했는데, 문제는 특허 내용을 뒷받침할 만한 생동시험 데이터가 부족해 담당 직원들이 ‘1월에 출원안하면 죽을듯 TT’(담당직원 전자우편 ’15.1.26), ‘데이터도 없는데 누가 회장님께 특허보호 가능하다고 했는지 문의’(담당 팀장 ’15.1.24) 등의 심한 압박감을 토로하기도 한 것으로 공정위는 파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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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제품 출시일이 다가오자 특허 출원 당일인 2015년 1월30일 생동시험 데이터를 3건에서 5건으로 늘리고, 성공 데이터도 1건에서 3건으로 늘렸다. 또 어떤 입자 크기에서 수행된 실험인지 등 세부수치도 조작해 특허 출원을 강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같은 경쟁제품 진입을 막으며 알비스(알비스D 포함) 제품은 2015년 605억원, 2016년 646억원, 2017년 629억원 등 블록버스터 제품으로 성장했다. 하지만 2019년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라니티딘 성분 의약품의 발암물질 검출을 발표했고, 이에 식품의약품안전처가 같은해 9월 ‘라니티딘 포함 위장약의 잠정 판매 중지 조치’를 발표하며 대웅제약의 알비스 제품도 판매가 중지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