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어폰으로 노래를 듣고 통화를 하는 일이 흔해졌다. 수년 전부터는 무선 제품이 큰 인기를 모으면서 선으로 인한 불편도 줄었다. 에어팟 등장 이후 개별 유닛과 충전 케이스를 갖춘 형태가 정형화된 폼팩터로 자리를 잡고 있기도 하다.
대부분 이어폰은 귀를 막고 음악을 듣는 ‘인이어’ 형태다. 주변 소음을 차단하면서 소리를 효율적으로 전달할 수 있다. 하지만 덥고 습한 날씨에는 꽤나 불쾌감을 주기도 한다. 특히 귀를 완전히 막는 커널형 이어폰은 외이도에 압력을 가해 이런 저런 귓병을 유발할 수 있다. 주변 소리를 인지하기 어렵게 만든다는 점도 이동 중 자칫 사고로 이러질 수 있어 걱정이 많다.
최근엔 이같은 우려의 대안으로 오프이어 형태의 이어폰이 주목받고 있다. 소니코리아가 지난해 출시한 링 디자인 완전 무선 오픈형 이어폰 ‘링크버즈’와 샥즈 골전도 이어폰 ‘오픈런’ 등이 대표적이다.
■ "귀에 꽂지 않아도 잘 들리네…NC는 통화할 때만 지원"
골전도 기술을 주력으로 개발해온 샥즈는 지난달 무선 이어버드 ‘오픈핏’을 출시했다.
이 제품은 귀에 걸 수 있는 이어 후크가 일체형으로 이뤄졌다. 귓구멍을 막지 않고 살짝 얹은 채로 사용한다. 기자는 샥즈 오픈핏을 약 3주 간 사용해보고 문제점은 없는지 살펴봤다.
샥즈에 따르면 오픈핏은 공기전도 기술을 적용했다. 귀를 막지 않기 때문에 외부 소리가 온전히 들어오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기존 인이어 형태와 비교했을 때 개방감을 주는 점은 강점이지만, 동시에 이어폰으로 들어오는 소리에만 집중하기 어렵다는 한계도 존재한다.
오픈핏은 외부 환경에서 사용하기에 부족함 없는 소리 전달력을 갖췄다. 카페나 길거리, 지하철과 같은 일상적 소음 환경에서 음악을 듣기에 무리가 없었다.
오픈핏은 초경량 복합 다이어프램으로 설계한 맞춤형 다이내믹 드라이버를 탑재했다. 18x11mm 크기 드라이버 유닛이 음향을 전달한다. 주변을 감싸고 있는 폴리머 링은 내부 진동 강도를 높인다.
다만 주변이 소란스러우면 얘기가 달라진다. 음량을 최대로 높이더라도 전달력이 부족하다고 느껴지는 경우가 있다. 오픈핏은 통화를 할 때만 노이즈캔슬링 기능을 지원한다. 평소 상황에서도 주변 소음을 보정하는 기능을 제공하지 않는 점은 다소 아쉬웠다.
통화를 할 때는 ‘AI 콜 노이즈캔슬링’ 기술이 작동해 상대 목소리를 듣기가 조금 나았다. 해당 기술은 주변 소음을 최대 99.7%까지 걸러낼 수 있다고 샥즈 측은 설명했다.
■ "3시간 이상 착용해도 귀에 무리 없어"
오랫동안 착용할 때 불편함은 없을까. 귀에 거는 시간이 길어지면 압박이 심하지는 않을까 싶었지만 착용감은 양호했다. 오픈핏은 귀를 감싸는 부분인 이어 후크에 복원·탄성력이 높은 0.7mm 초미세 형상기억합금을 이용했다. 귀를 감싸면서 귀 형태에 맞춰지기 때문에 부드럽게 밀착된다.
귀 안쪽이 닿는 이어 쿠션 부분은 이중 구조 액상 실리콘으로 설계했다. 3시간 이상 계속 착용하고 있어도 특별히 아프거나 눌린다는 느낌은 없었다. 걷거나 달리는 정도의 가벼운 운동 중에도 쉽게 떨어지지 않았다. 제품 무게는 한쪽 이어버드 당 약 8.3g이다.
배터리는 애플 ‘에어팟 프로’와 비교했을 때 조금 더 오래 가는 정도였다. 오픈핏은 1회 충전으로 약 7시간 연속 재생이 가능하다. 충전 케이스를 활용하면 최대 28시간 사용할 수 있다. 약 5분 충전으로 1시간 사용할 수 있도록 고속 충전 기능을 지원한다. 단, 무선 충전은 지원하지 않는다.
여러 편의 기능도 제공한다. 이어폰 바깥 쪽 터치 패드를 두드리거나 길게 누르는 방식으로 재생, 일시정지, 다음 곡 등 조작이 가능하다. 터치 패드는 빠르게 반응하는 편이다. 귀 쪽을 만지다가 실수로 작동하는 경우도 종종 발생했다. 샥즈 앱을 설치하면 동작마다 어떤 기능을 사용할지 사용자가 선택할 수 있다. EQ모드 설정도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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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핏은 기존 이어폰과 다른 점이 명확하다. 사양을 비교하고 구매하기보다 사용 환경과 개인적인 취향이나 선호도에 따라 선택해야 한다. 노이즈캔슬링 기능을 즐겨 이용하거나 미세한 소리 전달력이 중요한 사용자에게는 불편할 수 있다.
이어폰을 착용한 채로 아웃도어 활동이 잦거나 귓병을 걱정하는 소비자에게 적합한 제품이다. 가격은 24만9천원이다. 30만원대를 웃도는 에어팟 프로 시리즈에 비하면 저렴한 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