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인 서정희가 전 남편인 고(故) 서세원과의 결혼생활을 돌아봤다.
서정희는 지난 5일 방송된 MBN '속풀이쇼 동치미'에서 "어린 나이(19살)에 결혼했다. 정체성도 없고, 결혼관도 성립되지 않았던 나이였다"고 말했다. "시어머니가 처음에 선물로 은장도를 주셨다. 제 마음에 스스로 결정한게 있었다"며 "나는 독립군의 아내다. 남편이 나가면 왜 나가냐고 묻지 않고, 돌아오면 왜 돌아왔는지 묻지 않고, 돈을 안 줘도 안 줘도 묻지 않고 뭐든지 그런 식으로 제 스스로 결정했다. 독립군의 아내처럼 살기로 결심했다"고 털어놨다.
이어 "남자들은 바람 피우는걸 당연한 걸로 생각했다. 누가 바람 피웠다고 이야기해주면 '그냥 너나 잘 살아'라고 했다. 저는 바람 피우는 현장 피우는 현장을 봐도 괜찮다고 말할 정도였다"고 덧붙였다. 서정희는 "시어머니에게는 남편을 섬기는 게 당연했다. 어머니가 아들을 끔찍하게 생각했다. 저도 시어머니처럼 남편 전화를 빨리 받으려고 했고, 제 휴대전화를 검토하라고 자진해서 놓아놨다. 남편이 화낼 상황을 만들기 않기 위해서였다"고 설명했다.
서정희는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며 "니체의 저서에서 읽은 '낙타→사자→아기'라는 인간의 성장과정을 보고 가슴에 새겼다. 결혼 후 순종하는 낙타의 모습으로 살았다"며 "무릎 끓고 순종하고 섬기고 참고 견뎠다. 현숙한 아내, 성경적인 여인의 모습을 스스로 만들어 가길 원했다. 그거에 조금도 불편함이 없었다"고 털어놨다. 이어 "(모든 걸) 수용하고 스펀지처럼 받아들였다. 노예의 삶은 아니지만, 남편이 나를 '야!'라고 부르면 '복종!'이라고 답했다. 그렇게 하는 에피소드도 즐겁고 감사했다. 날 종처럼 부리는 것도 나니까 이렇게 할 수 있다는 자부심이 있었다"고 밝혔다.
서정희는 "하지만 이혼 후 모든 게 바뀌었다. 나의 삶을 알아가고 싶고, 뭔가 해야겠더라"며 "날 알아가는 과정과 살려는 열정이 너무 과했다. 많은 세월이 흐르고 환갑이 지나고 나니까 다시 아기의 삶으로 돌아온 거 같은 느낌이다. 느끼는 대로 집중하고 하나에 집중하면 그것에만 집중하고, 많은 사람이 내에 대해 어떤 이야기를 해도 흘려보낼 수 있다. 내가 즐기고 내가 기뻐하는 일에 많이 집중하고 있다"고 밝혔다.
서정희는 "지나온 삶에 대해서는 언급조차 하고 싶지 않다. 왜냐하면 난 너무나 지나쳤고, 잘못된 삶을 살았다. 전 남편이 잘못된 사람이 절대 아니다. 내가 그런 삶을 허용했고, 그 자리를 내어줬다. 지금은 좀 더 지혜로웠더라면 하는 생각이 있다. 왠지 내 마음은 불같이 끓어오르는데 그것은 혼자서 삭히고 다른 표정으로 이야기하려고 많이 노력했던 것 같다. 방송할 때도 나는 유난히 남편을 존경하듯이 이야기하고 그렇게 보여지려고 과부하 걸린 사람처럼 많은 노력을 필요로 했다. 그러다 보니 그 모습이 조금은 위선적이고 가식적이고, 내가 봐도 어색했던 부분이 보인다"고 했다.
이어 "근데 굳이 그 모든 세월을 지나서 가장 지금 외모도, 몸도 안 좋을 때 왜 이런 이야기를 하겠냐. 나와 같이 치유하고 나와 같은 사람이 있다면 날 보고 위로받고 나와 같이 살지 않길 바란다. 이렇게 끝까지 여성으로서 모든 걸 잃지 않고 제 자리를 잘 지키고 있고, 아름답게 살고 있다는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나왔다"고 방송 출연의 이유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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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서정희의 전(前) 남편인 개그맨 서세원은 4월20일 캄보디아의 한 병원에서 향년 67세로 세상을 떠났다. 서정희는 1982년 서세원과 결혼해 슬하에 딸 서동주, 아들 서동천을 낳았다. 하지만 서세원이 서정희를 폭행하는 영상이 대중에 공개돼 충격을 줬고 두 사람은 결국 2015년 이혼했다.
제공=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