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면식도 없는 이를 잔혹하게 살해하는 이른바 '묻지마 범죄'로 연일 대한민국이 발칵 뒤집히고 있다. 또래 여성을 살해한 정유정(23)이나 칼부림으로 4명의 사상자를 낸 조선(33) 등 흉악범들이 대표적이다.
이들에게 사회적 유대 관계가 빈약하거나 상대적 박탈감에 따른 처지 비관을 해왔다는 공통점이 있는 한편, 범행 동기를 단순히 불우한 환경에서만 찾아선 안 된다는 경계의 목소리도 나온다.
29일 뉴스1 취재를 종합하면 조선은 다른 남성들보다 신체적인 열등감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칼부림 사건에서 보듯이 그는 여성이나 노인이 아닌 자신보다 신체적 조건 등이 나은 또래 남성을 상대로 범행을 저질렀다.
또 범행 당일 할머니로부터 '왜 그렇게 사느냐'는 질책을 듣고 순간 화가 났다고 했고, 자신의 인생이 불행한데 남들도 똑같이 불행하게 만들고 싶었다는 취지로 경찰에 진술했다.
경찰 조사 결과 조선에게는 부모가 있지만 별다른 교류는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부산에서 살인 범죄를 저지른 정유정도 불우한 가정 환경에 잇따른 취업 실패 등으로 자신의 처지를 비관해 왔다.
그는 어릴 적 부모의 이혼으로 아버지, 할아버지 집을 수차례 오가며 불안정한 학창 시절을 보냈다. 주변에 믿고 의지할 지인도 없었을뿐더러 아버지로부터 가정 폭력을 당한 일로 사이가 소원해졌고 할아버지와 잘 지내기에는 심리적인 거리가 있어 불가능했다.
정유정은 살해 전 아버지와 통화한 뒤 범행 실행 여부를 정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자신이 그동안 서운했던 것과 원망스러운 일에 대해 아버지에게 사과를 요구했지만 돌아온 것은 '네가 잘못한 점도 있다'는 답이었다.
검찰은 심리 분석 결과, 정유정이 불우한 성장 과정 등 처지에 대한 불만을 '묻지마 살인'으로 표출했다고 판단했다.
처음 본 여성을 뒤쫓아가 의식 불명 상태에 빠뜨린 '부산 돌려차기' 남성도 항소심에서 '불안정한 성장 과정'을 재판부에서 참작받았다. 정상적인 훈육을 받지 못한 점이 소년 시기부터 현재까지 이어진 일탈에 영향을 미쳤다는 판단이다.
전문가들은 처지 비관에 따른 좌절감에서 온 분노와 보복 심리가 최근 흉악 범죄의 원인으로 작용했을 것이라고 봤다.
김미숙 아동심리 치료센터 '토끼와 거북이 클리닉' 원장은 "요즘은 SNS로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는 청소년이나 20대들이 늘고 있다"며 "타인과 자신을 끊임없이 비교하면 주변에 쉽게 원망할 수 있는 대상이 필요해지는데 그게 가족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강조했다.
이어 "지속적으로 부정적인 생각에 휩싸이니 더이상 성공할 기회가 없다고 자책하게 된다"며 "이대로 끝내기에는 억울한 면이 있어 본인의 분노를 표출할 대상이 필요했던 것"이라고 첨언했다.
다만 성장 과정에서 가정 보호를 제대로 받지 못한 점이 범죄의 주요 원인으로 단정되어선 안 되고, 범죄자들의 반사회적 특성에 초점을 둘 필요가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승재현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정유정과 조선 같은 흉악범들에게는 사이코패스 성향 때문에 스스로 세상과 단절시키는 성을 쌓고 그 성 밖으로 나오려 하지 않았다"며 "성장 과정에서 사회화 할 수 있는 기회가 제공되더라도 제대로 응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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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혁 경남대 경찰학과 교수는 "열악한 가정사나 경제적 여건이 받쳐주지 못하는 경우에도 사회에서 포용해 줄 수 있는 기회가 마련돼야 한다"며 "일회성 처벌에만 그쳐선 안 되고 재범을 막기 위한 관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제공=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