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 오송 지하차도에서 극적으로 탈출한 마지막 생존자들의 모습이 담긴 차량 블랙박스 영상이 공개됐다.
26일 KBS는 오송 참사 생존자들과 사망자 유가족의 동의를 구해 급박했던 당시 상황이 담긴 영상을 보도했다. 이들은 참사에 대한 책임을 서로 미루는 관계 기관들이 부끄러움을 느끼길 바란다고 입을 모았다.
영상을 보면 오송 지하차도로 순식간에 물이 들어차기 시작했다. 블랙박스 차량은 물살을 가르고 빠져나가려 시도했지만, 불과 몇 초 만에 물이 차량 앞 덮개까지 차올라 더는 앞으로 가지 못하고 지하차도 안쪽으로 떠밀리기 시작했다.
순식간에 물이 어른 허리 높이까지 차오르자 주위 승용차 몇 대가 물 위로 둥둥 떠 올랐다. 위태로운 상황임을 직감한 사람들은 차에서 빠져나와 지하차도 출입구로 향해 걸어갔다.
하지만 거세게 들이치는 물살 탓에 사람들 역시 얼마 나아가지 못했다. 곧이어 지하차도 절반 이상이 물에 잠겨 바닥에 발조차 닿지 않자, 당황한 사람들은 물에 빠져 허우적댔다.
한 생존자는 "'이제 정말 끝이구나' 생각했는데, 발에 뭐가 닿아서 (벽을) 잡고, 그때부터는 숨 쉬어야겠다는 생각밖에 없었다"고 회상했다.
절체절명의 순간 한 남성이 헤엄친 끝에 한 차량 위로 올라가는 데 성공했고, 그는 주변에 있던 다른 사람들도 차 위로 끌어 올렸다.
이어 대피한 사람들은 휴대전화로 애타게 구조 요청했으나, 이미 지하차도 천장 근처까지 물이 들어차 숨 쉴 수 있는 공간은 30㎝ 남짓에 불과해 이들에게 남은 시간은 턱없이 부족했다.
생존자들은 다시 흙탕물 속에 몸을 던져 생존할 길을 찾았다. 이들은 지하차도 입구까지 이어진 천장 철제 구조물을 붙잡고 매달리듯 의지해 간신히 빠져나왔다. 10여초 뒤, 이들의 모습을 담던 차량마저 완전히 물에 잠기며 블랙박스 영상도 끊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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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타깝게도 이 영상에 등장한 4명 중 1명은 끝내 빠져나오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제공=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