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8월부터 올 초까지 꾸준히 흘러나왔던 웨스턴디지털(WD)과 키오시아(구 도시바메모리코퍼레이션)의 합병안이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14일 블룸버그에 따르면, 웨스턴디지털은 2016년 5월 반도체 전문 기업인 샌디스크를 인수하며 얻은 플래시메모리 사업 부문을 분사한 다음 키오시아와 합병해 새로운 법인을 만들기 위한 방안을 추진 중이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올 1분기 낸드플래시 제조사 점유율은 키오시아가 21.5%(2위), 웨스턴디지털은 15.2%(4위)를 차지하고 있다. 그러냐 양사의 합병이 진행될 경우 통합 점유율은 36.7%로 1위 업체인 삼성전자(34.0%)를 넘어서게 된다.
■ 블룸버그 "WD, 낸드 부문 분사 후 키오시아와 합병 추진"
블룸버그는 14일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웨스턴디지털이 플래시메모리 사업부문을 분사한 다음 키오시아와 합병하는 안을 고려중"이라고 보도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합병된 새 회사의 경영은 기존 키오시아 임원진들이 담당하며 웨스턴디지털 측 인사들도 참여할 예정이다. 그러나 현재 논의되는 안에 따르면 웨스턴디지털이 조금 더 큰 지분을 가질 것으로 보인다.
또 합병 회사는 먼저 미국 나스닥에 상장한 후 도쿄증권거래소 상장까지 목표로 하고 있다. 블룸버그는 "양사는 8월 안에 최종 결론을 내리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지만 무산될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했다.
■ 웨스턴디지털, 2016년 5월 샌디스크 인수
2015년 이전만 해도 웨스턴디지털은 일반 소비자와 기업체, 데이터센터 등에 HDD(하드디스크 드라이브)만 생산해 공급해 왔다.
그러나 웨스턴디지털은 2015년 10월 당시 플래시 메모리 저장장치업체인 샌디스크 인수를 발표하고 1년 뒤인 2016년 5월 마무리했다. 당시 웨스턴디지털이 들인 비용은 현금과 주식을 합해 총 160억 달러(약 16조원)다.
현재 웨스턴디지털이 생산하는 WD 블랙, WD 블루 등 SSD와 USB 플래시메모리 등 제품은 모두 샌디스크의 기술력을 바탕으로 한다. 현재 두 법인은 완전히 합병되었으며 샌디스크는 휴대용 저장장치나 PC 제조사 공급용 SSD의 브랜드 이름으로만 존재한다.
■ 도시바메모리, '키오시아' 이후도 WD와 협력
샌디스크는 2002년 도시바메모리코퍼레이션과 합작법인(JV)을 세워 일본 미에현 욧카이치 시에서 생산한 낸드 플래시메모리를 이용해 고성능 SSD를 만들었다. 이런 협력관계는 2016년 웨스턴디지털 피인수 이후에도 지속되었다.
한편 도시바메모리코퍼레이션의 모회사인 도시바는 2015년 불거진 분식회계 파문, 2017년 미국 원전사업 손실 등을 만회하기 위해 2017년 2월부터 메모리 사업 매각을 추진했다.
그 결과 도시바메모리코퍼레이션은 2018년 6월 미국 사모펀드인 베인캐피탈 주도 아래 한국(SK하이닉스)과 일본(일본산업혁신기구) 등이 참여하는 특수목적회사 '판게아 주식회사'(K.K.Pangea)에 매각됐다.
이후 회사 이름도 일본어 '기억'(記憶, きおく)과 가치를 뜻하는 그리스어 단어인 'axia'를 합친 '키오시아'(KIOXIA)로 바뀌었다. 인수 합병과 매각, 사명 변경 등 여러 과정이 있었지만 키오시아와 웨스턴디지털은 꾸준히 협력해 왔다.
■ 합병시 삼성전자 제치고 1위...기업결합심사 '변수'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올 1분기 낸드플래시 제조사 점유율은 삼성전자가 1위(34.0%), 키오시아가 21.5%(2위)이며 SK하이닉스(솔리다임 포함)는 3위로 15.3%를 차지하고 있다. 웨스턴디지털의 시장 점유율은 SK하이닉스와 비슷한 15.2%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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웨스턴디지털 플래시메모리 사업부문과 키오시아가 합병하면 총 점유율은 36.7%이며 SK하이닉스 뿐만 아니라 1위 업체인 삼성전자까지 넘어서게 된다. 블룸버그는 "키오시아 인수에 참여했던 베인캐피탈은 특별 배당금을 받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단 웨스턴디지털과 키오시아가 합병에 동의해도 각국 경쟁당국의 기업결합심사를 거쳐야 한다. 한국 공정거래위원회,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 EU 집행위원회, 영국 경쟁시장청(CMA) 중 한 곳이라도 반대할 경우 합병은 무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