햄버거를 맛있고 빠르게 만들기 위해서는 수 많은 조건이 있다.
신선한 빵과 야채, 적절한 소스와 조화로운 레시피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패티가 버거의 맛을 좌우한다. 고기 패티가 들어가는 버거는 패티 굽기 정도와 방법에 따라 음식 완성도가 갈린다. 특히 사람이 직접 패티를 굽는 경우 숙련도에 따라 오차 발생 우려도 늘어난다.
로봇 키친 스타트업 에니아이는 이 문제에 해답을 제시했다. 햄버거 패티를 최적의 상태로 구울 수 있도록 자동화 로봇 ‘알파그릴’을 설계했다. 패티 맛을 균일하게 유지하면서도 시간당 최대 200개를 조리할 수 있도록 생산성을 높였다.
알파그릴은 패티를 조리한 후에는 패티를 들어올려 자동으로 팬에 옮겨주고, 그릴을 스스로 스크랩핑해 다음 조리할 환경도 준비한다. 사용자가 로봇에 패티를 올려놓기만 하면 익을 때까지 신경 쓸 필요가 없다.
알파그릴은 크라이치즈버거 상암점, 더백테라스 신용산점, 더백 푸드트럭 해방촌점 매장 3곳에서 도입해 운용 중이다. 지난 5월에는 미국 시카고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외식박람회 NRA쇼에 등장해 롯데리아 ‘불고기버거’를 굽기도 했다. 8월에는 다운타우너 광화문점과 급식시설 등에 추가로 보급할 예정이다.
더백테라스 신용산점은 지난 5월 알파그릴을 주방에 들였다. 이전까지는 조리원이 커다란 철판에 패티를 올리고 직접 구웠다. 로봇을 들인 뒤 조리 시간과 직원 교육 시간이 줄었다. 패티 굽는 시간도 기존 약 4분에서 1분 이내로 짧아졌다.
서창백 더백푸드트럭 대표는 “더백테라스는 140~180g의 두꺼운 패티를 사용하는데 알파그릴을 양쪽에서 열을 가해 굽기 때문에 조리 시간을 크게 절약할 수 있다”고 전했다.
기자는 지난 5월 알파그릴을 도입한 더백테라스 신용산점을 방문해 로봇이 구운 패티를 맛봤다. 로봇이 구운 패티는 사람이 구운 것과 큰 차이를 체감하기는 어려웠지만, 전체적으로 고루 익었고 빠르게 조리한 덕인지 육즙이 풍부했다. 무엇보다 로봇에 부착된 카메라가 조리 과정과 상태를 확인하기 때문에 패티가 덜 익을 걱정도 줄었다.
매장 직원들도 변화를 체감하고 있다. 주방 직원 A씨는 “일반 그릴을 활용했을 때 열기가 많이 올라오고 유증기도 심했는데 알파그릴 도입 이후 주방이 비교적 쾌적해졌다”고 전했다.
주방 직원 B씨는 “패티 조리에 신경쓰는 시간이 줄어든 만큼, 그 동안 다른 일을 할 수 있어 효율적”이라고 설명했다.
서 대표가 알파그릴에 개선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부분도 있었다. 서 대표는 “직원들이 기계 부피가 크기도 하고 구석구석 안쪽까지 닦기가 쉽지 않아 청소를 어려워한다”며 “또 패티 위 치즈를 녹이는 작업이 아직 원하는 대로 나오지 않는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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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알파그릴이 아직 초기 모델인 만큼 개선해야 하는 부분이 많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에니아이는 향후 제품 성능을 개선하고 추가 제품군 라인업도 선보일 예정이다. 차기작은 버거 전체 조리 과정을 자동화 할 수 있는 ‘알파키친’이다. 햄버거 자동 조립이 가능해지면 피자와 같은 다른 메뉴도 얼마든 로봇이 만들 수 있게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