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으로 인류 문제 해결하고 싶어요."
전 세계 햄버거를 자동화된 로봇 시스템으로 구우려는 사나이가 있다. 바로 2020년 7월 주방 자동화 로봇업체 에니아이를 창업한 서른 셋의 황건필(33) 대표다.
황 대표의 과거 이력과 관심 분야는 원래 외식업과는 거리가 멀었다. 황 대표는 카이스트 전기전자공학부에서 학·석·박사 과정을 밟고 의료용 기기 스타트업 오비이랩을 공동 창업한 이력이 있다. 그는 단순히 로봇의 형태에 주목하기보다 실제로 인류가 직면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솔루션을 찾고자 했다. 특히 외식업계가 직면하고 있는 고질적인 문제인 인력난과 열악한 근무환경, 낮은 수익률 문제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실제 햄버거 조리 환경에 가보면 전쟁터와 같아요. 인력은 부족한데 할 일은 많으니까, 조리원이 패티를 굽고 다른 재료를 준비하고 버거를 조립하는 일까지 모두 도맡습니다."
■ "햄버거 패티 조리로봇 운영 중…전체 조리과정 자동화할 것"
에니아이가 자체 개발한 햄버거 패티 조리로봇 ‘알파그릴’은 이같은 고민의 결과물이다. 황 대표는 에니아이를 창업하고 카이스트 출신 선후배들과 함께 국내 최초 주방 자동화 로봇을 개발하고 상용화했다. 제품 연구와 개발, 생산, 유통을 모두 직접 하고 있다. 현재 국내 크라이치즈버거 상암점, 더백테라스 신용산점·해방촌점 매장 3곳에 알파그릴을 도입했다.
에니아이 햄버거 조리로봇 '알파그릴'은 최대 8개 패티를 양면으로 동시에 조리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사전에 입력된 온도와 두께에 맞춰 패티를 조리할 수 있어 레시피에 맞는 맛을 균일하게 구현할 수 있다. 비전 센서로 패티 모양과 굽기 등을 확인할 수 있다. 시간당 최대 200개 패티를 조리한다.
알파그릴은 패티를 조리한 후에는 패티를 들어올려 자동으로 팬에 옮겨주고, 그릴을 스스로 스크랩핑해 다음 조리할 환경도 준비한다. 사람이 로봇에 패티를 올려놓기만 하면 익을 때까지 신경 쓸 필요가 없어 인력을 효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다.
알파그릴은 독특한 외관을 갖지는 않았다. 평범한 조리 기구처럼 보인다. 다만 투입된 기술력을 보면 로봇이라 불릴 만하다. 인공지능과 제어 시스템을 탑재해 주변 환경을 감지하고, 사람 손이 내부로 개입하면 작업을 멈추는 등 안전 기능도 탑재했다.
"로봇 팔을 사용하는 경쟁사들의 경우 가장 바쁜 시간대에 사용하기 어렵고 레시피 한계도 있습니다. 보다 단순한 방식이 필요했습니다. 양면 조리 방식을 채택해 빠르고 맛도 좋습니다. 2세대 제품은 방수 처리를 적용해 제품 청소도 분해하지 않고 간편하게 할 수 있도록 개선했습니다. 패티를 내려놓는 전면부 부피를 줄이고 싶은데 이 부분은 아쉽습니다."
제품 개발도 꾸준히 진행하고 있다. 에니아이는 기존 알파그릴을 개선한 2세대 모델을 선보이고 기능을 고도화하고 있다. 다음에 출시할 로봇은 햄버거 전체 조리 과정을 완전 자동화한 제품 '알파키친'이다. 이후 작업 데이터가 쌓이면 햄버거 조리를 넘어 실시간 식자재 품질을 모니터링하고 수요를 예측하는 클라우드 서비스로 사업을 확장할 계획이다.
■ NRA쇼 첫 참가…혁신 제품상 수상
에니아이는 국내 주요 햄버거 프랜차이즈 시장을 공략하는 동시에 햄버거의 본고장인 미국 시장 진출 계획도 가시화하는 중이다.
에니아이는 오는 20일부터 23일까지(현지시간) 열리는 세계 최대 외식박람회 'NRA쇼'에 참여해 미국 시장 진출에 박차를 가한다. 미국 시카고에서 열리는 NRA쇼는 6만 명 이상의 외식 관계자들이 모이는 업계 최대 규모 행사다. 에니아이는 이번 행사에서 미국 외식업 주요 관계자를 만나 실제 햄버거 조리를 시연하고 시식 이벤트도 진행할 예정이다.
"햄버거 본고장 미국에는 아직 이 분야 강자가 없다. 미국은 햄버거 시장이 150조원 규모로 크면서도, 동시에 인력 문제를 겪고 있기 때문에 충분히 승산이 있을 것으로 봅니다."
에니아이는 올해 첫 NRA쇼 참가부터 '키친 이노베이션 어워드'를 수상했다. NRA쇼는 외식업계에서 의미 있는 혁신을 가져온 미래 지향적이면서 실용적인 제품을 선정해 매년 시상한다. 알파 그릴은 식당 운영에 영향을 미치는 인력난, 인건비 등의 문제를 해결하고 효율성 및 생산성 향상을 통해 근무 환경이 열악한 주방 환경을 개선한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에니아이는 최근 한국무역협회, 미국 뉴욕시 브루클린 상공회의소와 협력해 에비스 코너 레스토랑에서 실증 기회를 확보하기도 했다.
■ "햄버거 본고장 미국 진출 이뤄내겠다"
햄버거 매장 대부분 사람이 그릴 앞에서 패티를 굽는다. 열기가 가득한 주방에서 반복적인 조리 작업은 신체적 피로도가 높은 업무다. 로봇이 조리 과정에서 활약한다면 직원 업무 강도를 낮출 수 있고, 교육 시간을 아낄 수 있어 점주 입장에서도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다.
에니아이의 꿈은 이제 첫발을 내디뎠다. 패티 조리로봇을 시작으로 주방 전체 조리 과정과 식재료 모니터링 서비스까지 앞으로 갈 길이 많이 남았다. 특히 대형 프랜차이즈를 중심으로 운영되는 햄버거 업계 특성상 제품을 도입하기까지 과정도 쉽지 않다. 하지만 제품 안정성과 효능이 충분히 검증된다면 그만큼 빠르게 매장을 늘려갈 수 있을 것이란 기대도 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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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주요 햄버거 프랜차이즈들과 비즈니스 경험을 바탕으로 성공적인 미국 시장 진출을 이뤄낼 것입니다."
황 대표는 지난 2월 시드투자 유치 당시 내비친 자신감이다. 에니아이가 세계 햄버거 업계에서 활약할 수 있을지 외식업계 관심이 모인다.
황건필 에니아이 대표 프로필
- 1990년, 서울 출생
- 2009~2020년, 카이스트 전기 및 전자공학 학사, 석사, 박사(인공지능, 반도체, 인지 시스템 세부전공)
- 2013년, 오비이랩 공동창업
- 2014년 제15회 대한민국 반도체 설계대전 동상
- 2015·2019년, 퀄컴 이노베이션 어워드 수상
- 2020년, 제26회 삼성휴먼테크논문대상 동상
- 2020년~ 현재, 에니아이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