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에 다니던 길이 아니었는데…."
16일 오전 충북 청주시 흥덕구 오송읍 제2궁평지하차도 침수사고 현장. 고립된 시내버스 기사 동료가 빨개진 눈으로 수색작업이 이뤄지는 지하차도를 쳐다보고 있었다.
그는 버스가 지하차도에 침수됐다는 소식을 접한 뒤 사고 현장에서 뜬눈으로 밤을 지샜다.
전날 사고가 난 버스는 승객을 태우고 오송역으로 향하던 중 순식간에 들이닥친 물로 지하차도에 고립됐다. 이 버스에는 기사를 포함해 9~10명이 타고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이 동료는 "침수된 버스는 지하차도를 지나는 노선이 아니다"라며 "원래 다니던 길이 폭우에 막혀 이쪽 노선으로 우회하라고 했다더라"고 안타까워했다.
그러면서 "지하차도 끝자락 출구 지점에서 고개를 넘지 못해 침수된 것 같은데 10초만 물이 늦게 찼더라면 빠져나올 수 있었을 것"이라며 "사전에 지하차도도 통제했더라면…"이라고 말을 잇지 못했다.
사고 버스는 오송역과 청주국제공항을 오가는 급행버스 747번이다. 청주시내에서는 시외버스터미널 등 주요 거점에만 정차한다.
이 버스는 기존 노선인 강내면에서 미호천교를 통해 오송으로 향하는 길이 침수로 막히자 궁평2지하차도 경로로 우회했다.
당시 청주지역에 내린 많은 양의 비로 미호천교부터 탑연삼거리, 오송자동차극장 등으로 가는 도로 대다수가 통제됐다.
결국, 오송으로 가거나 오송에서 청주로 향하는 차는 궁평2지하차도를 지날 수밖에 없는 환경이 만들어진 것이다.
다른 버스기사는 "버스가 침수됐다는 아찔한 소식을 듣고 현장을 찾았다"며 "홍수경보가 내려진 데다 비가 많이 오면 물이 조금씩 차기도 했던 곳인데 왜 통제를 안 했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평소 정말 성실하고 좋은 동료였는데 좋은 소식이 있길 바랄 뿐"이라고 했다.
현장에는 이들 외에도 구조 소식을 기다리는 실종자 가족과 지인 20여명이 발만 동동 구르고 있었다.
지하차도가 침수된 지 꼬박 하루가 지났지만, 구조자가 나오지 않아 애타는 마음으로 밤새 자리를 지켰다.
이들은 난간을 부여잡고 눈물을 쏟아내거나 소방대원들에게 언제 수색작업이 이뤄지는지 계속 확인했다.
사고 발생 20여시간이 흐른 16일 오전 7시30분쯤 버스 안에서 실종자들이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되자 현장에 있던 가족들과 동료들이 오열했다.
이번 사고로 현재까지 6명이 숨지고, 9명이 다쳤다. 지하차도 내 차량 15대가 고립된 것으로 추정되는 만큼 인명피해가 더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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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난당국은 장비 65대, 인력 399명을 투입해 수색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제공=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