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쇼핑 송출수수료 갈등 심화…정부 개입해야 vs 시기상조

가이드라인 개정안 실효성 지적…정부 "대가산정 협의체 운영방안 구체화할 것"

방송/통신입력 :2023/07/11 19:04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올해 3월 홈쇼핑 송출수수료 가이드라인 개정안을 내놨지만, 유료방송사업자와 홈쇼핑사업자간 갈등의 골이 좀처럼 좁혀지지 않고 있다. 개정안에 대한 사업자별 해석이 다르고, 강제성이 없어 실효성에 의문이 든다는 지적이다.

홈쇼핑 업계에서는 정부가 적극적으로 사업자간 협상에 개입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고, 유료방송업계에서는 규제 완화나 혁신에 노력을 기울여야지 정부 개입은 시기상조라고 맞서고 있다. 

정부는 가이드라인에 명시돼 있는 대가검증협의체 운영 지침을 준비해 갈등이 완화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입장이다.

김영식 국민의힘 의원실 주최로 11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진행된 'TV홈쇼핑 송출수수료 관련 업계 간담회'에서 발제자인 김용희 동국대 교수는 송출수수료 갈등에 있어서 정부의 적극적인 개입 시기가 왔다고 강조했다.

TV홈쇼핑 송출수수료 간담회

ARPU(가입자당 평균 수익)가 점점 낮아지고 방송광고 매출이 떨어지는 어려운 방송 시장 상황에서 상호 검증할 수 있는 데이터가 부족하다는 것이 문제인데, 정부가 데이터를 빠르게 검증하고 협상이 가능한 데이터인지 확인할 수 있는 협의체를 상설화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의견이다.

김 교수는 "가이드라인 개정안이 나왔지만, 서로의 이익만 추구하고 있기 때문에 협상 과정이 과열돼 있다"면서 "중요한 것은 대가검증협의체다. 대가검증협의체를 바탕으로 상설화되고 고도화된 홈쇼핑방송 발전협의체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홈쇼핑 가이드라인을 중심으로 각 협상 대상자의 영업환경과 산업환경을 빅데이터화 해, 제 3자의 중재기관을 통해서 공정경쟁과 소비자 후생, 미디어 산업을 발전시키는 정책을 지속해서 개진할 수 있는 기관 설립과 운영이 필요하다고도 강조했다.

김 교수는 "홈쇼핑과 유료방송 사업자의 승인 및 허가제도가 유지되는 한에서는 공정거래가 중요한 이슈가 되고, 분쟁을 해결하기 위해서 정부의 개입이 필요하다"며 "구체적인 송출수수료 산정 기준을 마련함으로써 가이드라인을 지속 보완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TV홈쇼핑 송출수수료 간담회 김용희 교수

발제 후 진행된 토론에서는 홈쇼핑 업계와 유료방송 업계가 정부 개입을 두고 팽팽히 맞섰다.

먼저 황기섭 한국홈쇼핑TV협회 실장은 가이드라인 개정안이 발표됐지만, 체감이 어렵고 더 세심한 정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황 실장은 "홈쇼핑 산업이 더 나빠지면 IPTV또한 재원 마련이 쉽지 않아지고, 소비자들도 유료방송을 비싸게 내고 봐야한다"면서 "공적 역할이 필요할 때다. 공존을 위한 정책을 마련해달라"고 호소했다.

이경렬 현대홈쇼핑 상무는 송출수수료 협상과 관련 현장 목소리를 전했다. 가이드라인에는 데이터에 대한 검증 작용만 있고 조정 작용이 없다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고, 채널 협상에 있어서는 정보가 투명하지 않기 때문에 공개 입찰 방식이 도입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 상무는 "이른 시일 안에 가이드라인 세부안이 마련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유료방송사를 대표해 이 자리에 나온 이상경 한국IPTV방송협회 센터장과 이창훈 SK브로드밴드 상무는 정부 개입은 시기상조라고 하며 혁신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상경 센터장은 "어려운 상황에서 기존 규제를 완화시키고, 혁신을 하는 데 노력해야 한다"며 "정부의 개입은 시장에 안좋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불공정 거래행위를 발견했을 때 그 때 조치하면 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대가검증협의체가 언급됐는데, 아직 가이드라인을 지켜봐야 하는 시점"이라면서 "정부도 좋은 대안을 찾아갈 수 있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이창훈 상무 또한 "가이드라인 잉크가 채 마르지 않은 상황이다. 개정안에 따라 성실하게 협상하면서 문제점들을 개선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가이드라인 개정안을 계속 보완해나가면서 갈등이 완화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의지를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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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기정통부 김장호 OTT활성화지원팀장은 "가이드라인을 만들 당시 원칙으로 세운 것은 사업자간 자율협상을 유지하자는 것이었다"며 "송출수수료가 사적 계약의 대상이긴 하지만, 사업자들이 중재를 요청해왔고 응해왔다. 일부 사업자들은 불합리한 가이드라인이라고 생각할 수 있어, 계속해서 보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대가검증협의체 운영 지침을 준비하고 있다는 내용도 공개됐다. 김 팀장은 "협의체 운영 지침을 내부적으로 검토하고 있고, 조만간 사업자 협의 후 발표할 예정"이라면서 "조속히 만들어서 유료방송 시장의 대가 갈등이 완화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