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재생에너지 업계가 연이어 터진 악재에 신음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정부가 추진한 대대적인 태양광 감사 비리 결과 약 8천억원에 달하는 위법 규모가 드러나면서 업계 역시 침체된 분위기다.
지난 3일 국무조정실 정부합동 부패예방추진단장인 박구연 국무1차장은 정부서울청사 브리핑에서 전력산업기반기금산업 2차 점검 결과 총 5천359건, 5천824억원의 위법·부적정 집행 사례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특히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 금융지원사업 부분의 경우 지난 2019년부터 2021년까지 3년간 3천10건, 4천898억원에 달하는 부당행위가 적발됐다. 태양광 발전시설 설치 사업비를 부풀려 기금을 과다로 대출받은 방식이 포착됐다.
앞서 지난해 9월 감사원은 전국 226개 지자체 중 12곳 표본조사에서 2천616억원의 비위가 밝혀지기도 했는데 이번 조사결과와 합하면 비리규모만 총 8천440억원이다.
이 때문에 검찰도 대대적인 태양광 비리 수사를 예고한 상황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신재생에너지 업계 전체가 자칫 부정적 여론에 휩싸일까 전전긍긍 하는 양상이다. 실제 지난 6월 A 신재생에너지기업은 출입 기자들을 대상으로 업황을 설명해주는 프레스데이를 개최했으나 기사화를 원치 않았다. 기자를 초청하고 기사화를 원치 않는 건 굉장히 이례적인 상황인데 이날 연사로 선 인사들이 부담을 느껴 기사화를 원치 않았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지난 정권이 신재생에너지 보급을 야심차게 추진했다는 이유로 현정권이 신재생에너지 때리기를 하고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지난 정권은 종국적으로 원전을 폐기하고 제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상 2030년까지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30.2%를 상향하기도 했다. 이번 정부는 신재생에너지 비중을 21.6%로 하향하고 대신 원전 비율을 종전 23.9%에서 32.4%로 상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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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해외 시장에서 국내 신재생에너지 기업들이 낭보를 이어가고 있지만 정작 국내에서는 좀처럼 힘을 쓰지 못 한다는 지점이다.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발효로 최대 수혜를 입을 것으로 점쳐지는 한화큐셀은 미 주택용 태양광 모듈 시장 19분기 연속 1위을 달성했다. 뿐만 아니라 지난 4월 카멀라 해리스 미 부통령은 한화솔루션의 조지아주 태양광 모듈 공장을 방문해 "세계 최대의 모듈 공장"이라고 호평한 바 있다.
해외에서는 국내와는 전혀 다른 양상이 펼쳐지고 있는 것이다. 비리 자체는 발본색원 하는 게 맞지만 마치 신재생에너지가 비리의 온상처럼 여겨지는 분위기를 조성하면 안 된다는 지적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업계 관계자는 "신재생에너지 업계에 있는 사람을 마치 모두 죄인처럼 만드는 분위기라면 누가 나서서 친환경 에너지 육성에 힘을 싣겠나"라며 자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