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주식에 10조원 넘는 돈이 몰리고 있다. 인공지능(AI) 반도체 시장이 커질 것이라는 기대에 투자 열기가 뜨거운 것으로 보인다.
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미래에셋자산운용 ‘TIGER Fn반도체TOP10 상장지수펀드(ETF)’ 순자산이 5천억원에 달했다. 6월 말 기준 4천896억원으로, 지난해 말 474억원에서 6개월 만에 10배가 됐다. 이는 국내 반도체 대장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비롯한 국내 반도체 상위 10개 기업에 집중 투자하는 상품이다.
삼성전자는 3개월 만에 ‘6만전자’에서 ‘7만전자’로 올라섰다. 1분기 말 6만4천원이던 주가가 2분기 말 7만2천200원으로 12.81% 올랐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외국인 투자자가 상반기 삼성전자를 12조462억원어치 순매수했다. 2분기에만 7조3천548억원어치 사들였다.
‘8만닉스’에서 ‘12만닉스’로 간 SK하이닉스는 더 높은 수익률을 달성했다. 3개월 만에 8만8천600원에서 11만5천200원으로 30.02% 뛰었다. 지난달 15일 장중에는 12만1천100원으로 52주 최고가를 갈아치웠다. SK하이닉스 역시 외국인 투자자가 끌어올렸다. 상반기 1조5천233억원, 이 가운데 2분기에만 1조2천256억원어치 쓸어 담았다.
미국 반도체 업계로부터 전해진 희소식도 국내 반도체 주가 상승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 반도체 회사 엔비디아가 최근 내놓은 1분기(2~4월) 매출이 71억9천만 달러(약 10조원)로 시장 전망치를 10% 웃돌았다. 2분기(5~7월) 매출 역시 시장 눈높이를 50% 이상 웃도는 110억 달러 안팎으로 제시했다. 엔비디아는 AI 칩 수요가 급증했다고 전했다. SK하이닉스가 AI 챗봇에 들어가는 엔비디아 그래픽처리장치(GPU) ‘H100’에 고대역폭메모리(HBM)3를 공급한다. HBM은 D램 여러 개를 수직으로 연결해 기존 D램보다 정보 처리 속도를 끌어올린 제품이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HBM3 공급을 주도하는 SK하이닉스가 세계 최대 GPU 업체에 납품하고 있다”며 “향후 공급 물량도 증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SK하이닉스는 HBM 시장 확대 수혜와 더불어 신제품인 더블데이터레이트(DDR)5 출하량도 동시에 늘리고 있다”며 “평균판매가격(ASP)이 비싼 고부가가치 제품을 많이 출하해 하반기 실적이 나아질 전망”이라고 기대했다. KB증권은 SK하이닉스 목표주가를 11만원에서 15만원으로 올렸다.
미국 메모리 반도체 기업 마이크론도 3분기(3~5월) 매출이 시장 예상치보다 많은 37억5천200만 달러로 집계됐다고 지난주 발표했다. 메모리 반도체 매출 비중이 큰 삼성전자 또한 선전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2분기 삼성전자 영업이익은 2천375억원, 매출은 61조7천648억원으로 추산된다. 특히 영업이익 추정치는 1개월 전보다 185억원(8.45%)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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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증권은 2분기 삼성전자 영업이익이 5천억원으로, 시장 예상치를 뛰어넘을 것으로 관측했다. 한동희 SK증권 연구원은 “마케팅비를 보수적으로 집행하는 등 비용 통제 효과가 예상보다 클 것 같다”며 “감산 결과가 본격적으로 나타나는 하반기 메모리 반도체 가격이 반등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소재·부품·장비(소부장)를 주목한 자금도 있다. 신한자산운용 ‘SOL 반도체 소부장 Fn ETF’ 순자산은 1천22억원이다. 지난 4월 25일 상장한 이후 2개월 만에 1천억원을 돌파했다. 이 상품은 대덕전자와 에스앤에스텍, LX세미콘, 한미반도체, 이오테크닉스 등을 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