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부 입맛 사로잡은 컬리 비결은 매일 후기 정독"

'대박템' 찾는 컬리 정민치 MD·팜스코 권원상 온라인 사업 팀장 만나다

유통입력 :2023/06/30 09:57    수정: 2023/06/30 11:05

“컬리에서는 상품기획자(MD)가 하루 한두 시간씩 제품 후기를 읽으며 아이디어와 개선할 점을 찾는다. 시어머니 오기 전날 제품을 시켰는데 덕분에 요리 잘하는 며느리가 됐다는 후기 등 제품을 칭찬하는 후기를 읽으며 뿌듯함을 느꼈다.” (컬리 정민치 축산팀 MD)

“마켓컬리 대박템 알려드립니다.” 맘 카페 등 주부, 여성 회원들이 주로 모이는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주기적으로 ‘컬리 추천템’, 혹은 ‘컬리 대박템’을 소개하는 글이 올라오곤 한다. 서비스 출시 8년, 누적 1천200만 명 회원을 모은 컬리 경쟁력으로는 샛별배송, 큐레이션과 함께 때마다 히트 상품을 탄생시키는 상품기획력이 꼽힌다.

컬리에서는 매주 금요일 김슬아 대표, 컬리 임원 등과 함께 담당 MD가 참석하는 ‘상품운영위원회’가 열리는데, 이 회의에서 통과가 된 상품만이 고객 식탁에 오를 수 있다. 특히 김슬아 대표가 직접 먹어보거나 체험해 본 뒤 매우 꼼꼼하게 질문을 던지는데, 여기서 상품성을 인정받아야만 판매될 수 있다는 후문이다.

좌측부터 팜스코 권원상 온라인 사업 팀장, 컬리 정민치 MD.

고객 입에 오르내리는 ‘컬리 인생템’을 발굴하기 위해 150여명의 MD와 공급사들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 이러한 혹독한 절차를 거치는 것. 기자가 서울시 강남구 컬리 사무실을 방문한 지난 16일에도 상품운영위원회가 진행되고 있었는데, 실제로 김슬아 대표·최재훈 최고커머스책임자가 담당 MD들과 진지한 모습으로 회의에 임하고 있었다.

컬리는 최근 고객들의 숨은 미식 취향을 찾아주기 위해 다양한 부위, 품종을 큐레이션하는 프로젝트도 운영 중이다. 그간 커피, 참기름, 식빵, 막걸리 등 프로젝트가 진행됐고, 이달에는 돼지고기 취향 찾기 샘플러가 판매됐다. 기자는 이번 취향 찾기 프로젝트를 기획한 정민치 MD와 공급사 팜스코 권원상 온라인 사업 팀장을 만나, 상품 기획 뒷이야기를 들어봤다.

[다음은 정민치 MD와 공급사 팜스코 권원상 온라인 사업 팀장과 일문일답]

Q. 자기소개를 부탁한다.

컬리 축산팀 정민치MD

정민치 MD : 커머스 축산 1팀에서 돼지고기와 달걀 카테고리 상품기획을 맡고 있다. 구매부터 상품기획, 콘텐츠, 판매까지 아우르고 있다. MD 직무는 1에서부터 모든 것을 다 해야 하는 직무인 만큼 성취감도 크다. 일주일에 한 번씩 상품운영위원회에 참여해 기획한 상품을 인정받아야 상품화할 수 있기 때문에, 애초에 잘 팔릴 만한 상품을 기획하기 위해 노력한다. 공급사, 제조사 분들과 상품 기획 단계에서부터 철저하게 준비하는 편이다.

권원상 팀장 : 축산 식품 기업 팜스코에서 식품 관리 업무 10년, 영업 부서에서 10년 돈육 업계경력만 20년 이상으로, 품질 관리, 생산, 영업, 프랜차이즈 전문점 개발 등 업무를 두루 경험했다.


Q. 취향 찾기 돼지고기 편, 어디에 주안점을 뒀나.

정민치 MD : 소고기 같은 경우에는 등심, 안심, 안창살, 살치살 등 알려진 부위가 많은데 돼지고기는 삼겹살, 목살 위주로만 알려졌다. 이를 제외하고 돼지고기에서 구워 먹을 수 있는 부위를 소개하면 어떨까 생각했다. 원물을 구매하러 다니며 12개 부위 정도를 제안받아 봤고, 상품운영위원회에서 대표님과 함께 구워 먹어보며 이번 편을 기획하게 됐다.

컬리는 큐레이션에 진심인 회사다. 페어링 재료도 30개 정도 준비해서 3시간 동안 먹어보며 뭐가 잘 맞는지 논의한 결과 6개 부위, 6개 페어링을 매칭했다. 또 ‘MD의 편지’를 통해 기획 의도, 상품 설명, 친필 사인까지 적어 보낸다. 소비자들이 이 상품을 받으면, ‘정말 정성껏 보내줬구나’하고 느낄 수 있을 것이다.

팜스코는 컬리와 가장 협력 관계가 탄탄한 제조사로, 도축부터 1차, 2차 가공이 다 가능한 업체다. 팜스코에 이번 프로젝트를 먼저 제안했고, 팜스코 측에서도 흔쾌히 허락해 줬다.

컬리 돼지고기 취향 찾기 샘플러

Q. 그간 발굴한 히트 상품은?

정민치 MD : 컬리는 MD가 하루에 한두 시간씩 후기를 읽으며 아이디어를 얻고 개선할 점을 찾는다. 후기를 읽던 중 ‘김장철 수육 만들기가 어렵다’, ‘냄새를 잡기 어렵다’ 등 의견을 발견했다. 삼계탕 같은 경우는 티백을 넣어서 끓이는 상품이 있는데, 수육은 행사용을 제외하면 그런 상품이 없었다. 팜스코에 요청해서 수육 삶을 때 티백 상품을 개발했고, 작년 매출이 전년 대비 2.5배 상승했다. ‘냄새가 안 나서 좋다’, ‘시어머니 오기 전날 시켰는데 요리를 잘하는 줄 알고 가셔서 앞으로 큰일 났다’ 등 재미있는 후기를 읽으며 뿌듯함을 느꼈다.

컬리에서는 상품이 괜찮으면, 헛웃음 나오는 아이디어라도 상품운영위원회에서 통과를 해주는 편이다. 달걀 카테고리에서는 구운란, 반숙란 반반 팩을 기획하기도 했고, 무항생제 백색 계란 20구를 벚꽃에디션 패키지와 함께 판매해보기도 했다. ‘구운란, 반숙란을 따로 사지 않아서 좋다’, ‘패키지를 보니 기분까지 좋아졌다’는 후기를 읽고 보람과 책임감을 느꼈다. 평소에도 트렌드를 파악하기 위해 후기뿐 아니라 유튜브 등 콘텐츠를 열심히 찾아보는 편이다.

Q. 오랜 업력을 지닌 식품기업에서 컬리로 이직했다. 어떤 점이 다른가?

정민치 MD : 전 회사에서는 보고가 많았다면, 컬리에서는 의사결정이 빠르다. 또한 기획력과 확신이 있고 사람들을 설득할 수 있다면, 하고 싶은 것들을 해볼 수 있다. 대표와도 메시지 등으로 직접 의사소통이 가능한 구조다. 모르는 게 있으면 바로바로 물어보자는 것이 우리 슬로건이다.   또한 회사가 자유로운 분위기라서 생각도 유연해지는 것 같다. 컬리 내에서는 누구나 편히 의견을 낼 수 있고, 상품운영위원회에서도 누구나 제안할 수 있다.

팜스코 권원상 온라인사업부 팀장

Q. 팜스코 제품 특성과 철학은?


권원상 팀장 : 올해 팜스코는 50주년을 맞았다. 팜스코에서 가장 유명한 브랜드로는 하이포크가 있다. 하이포크는 93년도에 냉장 돼지고기 브랜드를 최초로 개발해 유명세를 얻었다. 또한 팜스코에서는 전용 사료, 농장 사육, 도축, 가공, 생산, 개발 등 일체 사업을 하기 때문에 품질면에서 균일성을 가져갈 수 있다. ‘팜 투 테이블(Farm to Table)’이라는 슬로건으로 농장부터 식탁까지 신선하고 안전한 단백질 식품을 제공해 고객에게 행복을 주겠다는 철학을 갖고 있다.

또한 팜스코는 미래 먹거리로 동물복지제품을 주목하고 있어, 관련 제품을 새롭게 기획하고 있다. 히트 상품으로는 온라인 전용 하이포크 지리산 흑돼지가 있다. 뒷고기, 볼 항정살 등 특수 부위도 히트를 쳤다. 드라이에이징 숙성육도 준비 중이다.


Q. 이번 취향 찾기로 소비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한 마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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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민치 MD : 이번 상품을 통해 돼지고기도 소고기만큼이나 숨은 맛있는 부위가 많다는 것을 소비자들에게 알려, 돼지고기에 대한 인식이 개선되는 기회가 되면 좋겠다.

권원상 팀장 : 돼지고기는 버릴게 털과 발톱밖에 없다. 곳곳 숨겨져 있는 맛있는 부위가 정말 많다. 이런 부위가 발견되고 새로운 제품이 탄생해 축산 산업이 더 활성화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