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성장이 멈춰 선 T커머스 업계에서 규제 완화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생방송 허가 여부를 두고 T커머스와 홈쇼핑 업계 의견이 충돌하고 있다.
T커머스 측은 더 이상 홈쇼핑 사업자를 분리하는 것이 무의미해졌으니 정부가 낡은 규제를 풀어줘야 한다는 주장이고, 홈쇼핑 측은 T커머스의 생방송을 허가할 경우 송출수수료 부담이 더 커질 수 있다는 입장이다. 주무 부처인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T커머스 규제 완화 방향으로 가닥을 잡은 만큼, 두 업계의 갈등은 더 커질 전망이다.
2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최근 과기정통부는 홈쇼핑 임원들과 T커머스 임원들을 차례로 만나 T커머스 규제 완화 관련 의견을 청취했다.
T커머스는 방송법상 데이터홈쇼핑으로 분류된다. 홈쇼핑과 VOD, 양방향 서비스가 합쳐진 형태로 ICT 기반의 방송·통신 융합 서비스라고 보면 된다. 방송 중 한 가지 상품만 주문할 수 있는 홈쇼핑과는 달리, T커머스는 리모컨을 활용해 모든 상품을 검색하거나 주문·결제가 가능하다.
다만 방송법상 TV방송과 구분돼야 하고, 시청자가 식별할 수 있는 데이터 방송을 제공해야 해 VOD 방식으로 상품 판매 방송이 송출되고 있다. 또 최초 화면은 전체화면의 2분의 1이상을 데이터(문자·숫자·도형·도표·이미지·선택메뉴)로 구성해야 한다.
T커머스 업계에서는 엔데믹으로 인해 성장이 멈췄고, 적자를 기록하는 곳도 속속 나오고 있어 이러한 규제를 풀어달라는 요청을 하고 있다.
실제로 올해 1분기 T커머스 단독사업자 5개사인 SK스토아·KT알파· 신세계라이브쇼핑·쇼핑엔티·W쇼핑의 전체 취급고는 1조50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6.7% 감소했다. 매출액 또한 2천812억원으로 8.4% 줄었다. 영업이익은 99억원 감소해 40억원 적자를 냈다.
협회에서는 2019년 적자탈출에 성공한 T커머스 업계가 다시 적자로 돌아설 수 있다는 위기감에 규제 해소 건의를 규제개혁신문고에 제출했다. 과기정통부도 화면 규제를 풀어주는 것은 방송법상 어렵기 때문에 생방송 규제를 풀어주는 것은 검토해볼 여지가 있다는 입장이다.
특히 정부가 데이터방송 활성화 방안 연구용역을 발주한 바 있고, 해당 결과가 빠르면 연말에 나올 것으로 예상되면서 업계에서는 생방송 규제 완화 시점을 올 연말 또는 내년 초로 생각하고 있다.
반면 홈쇼핑 업계에는 T커머스의 생방송이 말도 안 된다는 입장이다. T커머스가 출범할 때부터 홈쇼핑과 구분돼야 하기 때문에 생방송이 금지됐던 것이고, VOD 형태로 시작한 것인데 이제 와서 생방송을 하게 되면 채널 경쟁이 심해지고 송출수수료 문제가 심화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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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간 1천억원 영업이익이 무너졌지만, 송출수수료는 매년 증가하고 있는데 유료방송 뒷번호대를 지키고 있던 T커머스까지 앞자리 경쟁에 참여하게 되면 송출수수료 부담이 커질 수 있어서다.
홈쇼핑 업계 관계자는 "홈쇼핑사들도 마찬가지로 중소기업 상품 의무편성 비율 규제를 받고 있는데, 정부는 T커머스 생방송 규제 완화만 고려하고 있다"며 "중소기업 전용 T커머스 채널도 신설된다 하면 경쟁이 더 심화될 것"이라고 우려했다.